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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좀 더 넒게 보자!!
게시물ID : worldcup_78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tigerjk
추천 : 1
조회수 : 30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06/06/25 21:18:37
같이 생각해볼만한 기사이기에 올립니다.
이제 꿈같았던 시간도 지나갔고
차근차근 생각해볼수 있는 여유도 있겠죠.


노트북을열며] 한국축구 좀 더 넓게 보자 
 
[중앙일보 2006-06-23 08:47]     
 

 
[중앙일보 허진석] 뉘른베르크로 가는 고속열차(ICE) 안에서, 마주 앉은 일본인 기자와 끝내 한마디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두 동양인은 눈부신 햇살 때문에 작은 눈을 가늘게 뜬 채 옆자리에 앉은 잉글랜드나 트리니다드토바고의 서포터와 말을 주고받았다. 16일, 잉글랜드와 트리니다드토바고의 독일 월드컵 B조 조별 리그가 있는 날이었다. 

호주와 일본이 12일 카이저슬라우테른에서 경기했을 때, 한국 기자들이 호주를 응원하자 외국 언론은 뉴스거리로 생각해서 취재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인기가 있는 거스 히딩크 감독이 호주팀을 맡았기 때문이라는 말을 그들이 곧이들었을까. 


원래 국경을 맞댄 이웃 나라는 사이가 좋기 어렵다고 한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럭비와 축구 같은 종목에서 사생결단을 하는 사이다. 독일과 네덜란드의 축구 경기는 흡사 전쟁과도 같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 네덜란드의 프랑크 레이카르트가 언쟁 끝에 독일의 루디 푈러에게 침을 뱉은 사건은 유명하다. 


한국과 일본의 경우는 라이벌의 차원을 넘어선다. 특히 우리는 모든 스포츠 종목에 역사적 경험과 국민 감정을 이입한다. 월드컵에서도 우리 성적에만 신경을 쓰는 게 아니라 일본은 어떻게 하고 있나 곁눈질한다. 솔직히 말해 우리만 잘되고 일본은 부진하기를 원한다. 


적지 않은 한국 축구팬들이 2002년 한.일 월드컵 16강전에서 일본이 터키에 지자 환호했다. 축구인들은 '이제 홀가분하게 이탈리아와 싸울 수 있다'며 안도했다고 한다. 여기에는 '무조건 일본보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숨어 있다. 


한국 축구는 일제 강점기부터 '일본만은 이긴다'는 의지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키워 왔다. 그리고 아직도 우리의 감정과 시야는 '극일'의 주변을 전전하고 있다. 한국 선수가 차는 축구공은 일본이 관련되면 보통 축구공이 아니다. 독도, 종군위안부, 강제징용, 문화재 강탈 등 너무나도 많은 것이 공 하나에 담긴다. 


스포츠를 보도하는 언론의 표현도 공격적이다.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한 선동열 투수가 호투하자 "일본 열도를 폭격했다"고, 이승엽이 갈 때는 "일본 열도를 정벌하러 간다"고 한다. 축구선수 최용수가 골을 넣자 "코리안 태풍이 일본 열도를 강타했다"는 표현도 나왔다. 


원자탄 폭격을 당한 뒤 항복한 나라, 매년 태풍에 시달리는 나라 사람들에게 이런 표현은 달갑지 않을지 모른다. 극언에 가까운 표현을 통해 마약과도 같은 찰나의 후련함을 즐길 수는 있겠지만 거기엔 스포츠가 주는 즐거움도, 미래도 없다. 


그렇기에 98년 월드컵 예선에서 한국의 차범근 감독이 남긴 말은 놀랍다. 차 감독은 본선 진출을 확정한 뒤 "일본도 분발해서 함께 프랑스로 가자"고 말했다. 당시 이 말은 '승자의 여유'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그의 말은 한국 축구에 대한 자신감과 시대를 앞선 한.일 축구의 패러다임을 담고 있었다. 


한국 축구는 86년 이후 여섯 차례 연속 월드컵에 진출했고, 4년 전엔 4강에 올랐다. 그리고 지금 조별 리그에서 프랑스.스위스 같은 유럽의 강호들과 각축하고 있다. 한국의 경쟁 상대는 해협 너머의 일본이 아니라 대륙 저편의 세계적인 축구 강호들이다. 


그날 뉘른베르크로 가는 고속열차 안에서, 그 일본 기자와 무슨 말을 나눴어야 할까. 마음의 문을 완전히 열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시계를 거꾸로 돌려 다시 한번 뉘른베르크로 가는 고속열차를 타게 된다면, 생각의 문만은 활짝 열고 말하고 싶다. "일본도 분발해서 함께 16강에 가자"고. 


허진석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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