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이라는게 참 재미있는것이 아무리 돈을 많이 잃어도,
다음에 한번만 이기면 다 만회 할 수 있을거란 생각때문에 도저히 그만둘수가 없다는거지.
그러다 백만원 잃고 끝날거 집이며 땅이며 다 잃고 입고있던 팬티까지 홀라당 빼앗기게 되는거야.
흔히 얘기하는 호구들이 그렇지. 죽어가면서도 기적같이 부활하길 바라는 멍청한녀석들.
나같은 꾼들이야 고맙기 그지없지만 이앞에있는 남자는 그 정도가 심한거 같네.
얼굴이야 마스크까지 써서 잘 안보이지만 대략 사십대 중반정도 되었으려나?
무슨 사업하다 다 말아먹고 큰 빚을 져서 집이며 뭐며 다뺏기고 마누라까지 딸래미버리고 도망가버렸다는구만.
죽기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돈뭉치를 들고 여길 찾아온 모양인데, 보나마나 어디 사채라도 써서 돈을 빼온거겠지.
빌릴수 있는 돈으로는 남은빚을 갚기엔 터무니없이 적어서 그랬겠지만 가장 멍청한 선택을 했어.
당신 저승갈 노잣돈까지 내가 탈탈 털어주지.
예상한대로 승부는 뭐 언급할가치도 없었어.
긴장감 하나 없이 적당히 했을 뿐인데 그 양반 빈털털이로 만드는데 삼십분도 안걸린것 같구만.
진짜 저승갈 노잣돈까지 탈탈 털어줬지.
그런데도 미련때문에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화투장만 만지작 거리는거야.
그만 쫒아내려고 하는데 품속에 손을넣더니 종이 하나를 꺼내더구만.
숨겨놓은 땅문서라도 있나 하고 가만히 보니까, 서류가 아니라 사진이네.
고등학생정도 되는 여자아이 사진이었지. 예쁘장한 아이였어.
그러고 한다는 말이 자기 딸을 걸고 마지막으로 한판만 더 하자더군.
어이가 없었지. 아무리 그래도 애비가 지새끼를 걸고 도박을 한다니말이야.
저승갈 노잣돈이 문제가 아니라 그자리에서 지옥 맨 밑바닥에 쳐박힐 일 아니겠어?
당연히 거절해야 했지만 그냥 넘어가기엔 그 양반 딸래미가 아빠랑 닮은구석 하나 없이 너무 예쁘장하다 이거지.
못이기는척 받아들이고 마지막으로 한판 딱 치기로 했어.
담보가 담보이니 만큼 나도 내가딴돈에 두배가 넘는 돈을 걸었지.
결과는 어떻게 되었냐고?
내차 트렁크를 보면 알게 될거야.
왜? 기막힌 반전이라도 있어서 내가 질줄 알았어?
그럴리가 있나. 마찬가지로 가볍게 이겨줬지.
그 양반은 딸까지 잃고 뭔가를 초월한 모양이더구만.
돈 잃을땐 식은땀을 뻘뻘 흘리던 사람이 딸을 잃었을땐 오히려 무표정했으니까.
그러곤 조용히 일어나더니 딸은 수면제를 먹여 재워놓았으니 차 트렁크에 슬쩍 실어주겠다 하더만.
칼이라도 빼들고 발악을 할줄 알았는데 의외로 순순히 내놓겠다더군.
십중팔구 그대로 한강으로 가겠지만 그거야 내 알바아니지.
진짜 저승갈 노잣돈까지 탈탈 털어줬으니 패자는 죽어서도 춥고 배고프겠지.
어쨋거나 오늘은 일찍 돌아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겠어.
음.. 아무래도 내가 크게 착각을 한것 같아.
신나게 집으로 돌아가 상품을 지하실에 데려다 놓은것 까지는 좋은데 말이야.
갑자기 사방에서 사이렌이 울리는게 아니겠어?
이건뭔가 싶어 내다봤더니 무슨 납치범 어쩌고라면서 날 체포한다더군
지하실에있는 애가 발견되면서 난 뭐라 말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경찰서로 갔지.
그때만 해도 그 빌어먹을 양반이 딸을 납치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나 했지.
근데 애 아빠라면서 내멱살을 잡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사람은 나랑 도박을 한 양반이 아니었어.
한참이 지나서야 그 여자애가 큰 회사 회장 딸이라는걸 알았지. 납치당한거는 2주 전이고,
몸값까지 건네줬는데도 딸을 돌려보내지 않아서 전전긍긍하던 차에. 무기명으로 제보가 들어간 모양이야.
내가 빠져나갈 구멍은 없었어. 일이 너무나 빠르고 완벽하게 처리되어 버렸지.
그 회장이라는 남자, 입김이 좀 센지 아무리 못해봐야 무기징역일거라더구만.
사형얘기까지 나오는걸보니 무기징역이라도 감사해야할 노릇이었지.
그제서야 상황이 어떻게 된건지 알게 되었지.
그양반은 부잣집 딸을유괴해서 몸값을 받아내고는 경찰에게서 벗어날 방법을 찾은거지.
처음부터 나에게 접근했고 돈을 잃을 생각이었던거야.
미리 내가 사는곳까지 알아놓은뒤 납치한 여자애에게 수면제를 먹여 준비를 끝내놓았겠지.
세상에. 그 몸값이라는게 내가 딴 돈에 몇배인줄 알아?
난 그양반 노잣돈을 뺐은게 아니었어.
내가 딴 돈은 그양반이 나에게 주는 노잣돈이었던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