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안녕하세요? 군 전역하고 지난주부터 들르기 시작한 새내기입니다.
여러 게시글 보면서 돌아다녔는데, 다들 좋은 분들이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라면 마음 놓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아 게시글 올립니다.
앞서 말씀드리자면, 지금부터 제가 할 이야기는 제가 직접 겪은 실화입니다.
믿기 힘드신 분들은 농담이겠거니 생각하셔도 좋고, 글 뿐인 게시글이라 그냥 넘기셔도-저도 보통 그렇기 때문에- 좋습니다.
제 인생에-23살 밖에 되지는 않았지만- 미스테리한 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이 사건 때문에 고등학생 시절에는 마음 맞는 친구들이랑 고스트 스팟이라고 소문난 곳에 찾아다니면서 사진도 찍고 했었구요.
이 일에 대해 이야기 하려면 2000년 8월, 그러니까 제가 9살 때 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강원도 원주시에 위치한 산골 마을에서 6년, 경기도 연천군 북쪽 마을에서 2년을 살다 초등학교 입학 1주 전에 지금 제가 살고 있는 경기도 동두천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입학 전까지 또래 친구 하나 없이 할머니 할아버지 분들과 지내던 제게 같은 나이의 아이들만 바글대는 교실은,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역시나 저는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고, 입학식이 딱 3주정도 지났을 때 저는 왕따가 되어 있었습니다.
많이 맞고 다니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맞으면서 학교 생활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친구가 없던 저는 저희 아파트 놀이터에서 혼자서만 놀곤 했습니다.
같이 놀 친구는 없었지만 생전 처음 보는 '모래' 놀이터가 너무 신기해서 좋았습니다.
매일 학교 끝나고 모래 놀이, 방학 때는 일어나서 모래놀이, 이게 당시 제 삶이었습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이야기를 빨리 진행시키겠습니다.
그렇게 1년이 흘러 그 사건이 있었던 2000년이 되었습니다.
2학년이 되었지만 친구는 하나도 없었고, 당시 6살이었던 아래 아랫 집 동생 '김준' 이라는 아이가 유일한 친구였습니다.
지금은 놀이터를 공사해서 딱 봐도 안전한 놀이기구들 밖에 없는 놀이터가 되었지만, 13년 전 당시에는 놀이기구들이 꽤 위험해 보이는 것들도 있었습니다.
바닥에 쿠션이 없는 시소에서부터, 너무 빨리 돌아가는 뺑뺑이......
사건 당일, 저는 여전히 모래 놀이를 하고 있었고, 준-김준-이는 5m짜리 구름 사다리 위를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이 사건 이후 안전 문제 때문에 철거되었을 정도로 당시에는 '놀이터에 왜 이렇게 높은 놀이 기구가 있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위험한 놀이 기구 중 하나였습니다.
꼭대기까지 올라간 준이는 "형! 나 내려 갈게!" 라고 저를 불렀고,
저는 준이를 쳐다봤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준이가 떨어지는 모습을 봤습니다.
그럴 리가 없지만, 그 모습이 지금 제겐 슬로우모션으로 기억됩니다.
분명 다리를 헛디뎌 다리부터 떨어지던 준이가 공중에서 뒤집혔고, 머리부터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머리를 지키려는 본능 때문인지 팔을 머리 위로,
그러니까 바닥으로 뻗쳤지만 5m 높이에서 떨어지는 자기 체중을 이기기엔 완력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양 팔이 반대로 꺾여서 빨간 뼈가 보였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충격이 지금도 가끔 트라우마가 될 정도로 충격이어서, 솔직히 제 묘사가 100% 정확한 지는 확신이 안 섭니다.
기억나는 건 빨간 뼈가 보이는 양 팔과, 놀이터 구석 돌에 부딪혀 피가 흐르는 머리,
피가 꽤 많이 나와서 모래 사장인데도 제게 다가오는 정도입니다.
놀이터 그늘에서 다른 부모님들과 이야기를 나누시던 준이 어머니도 너무 놀라셨는지 "준아! 준아!" 우시면서 전화를 걸 생각도 못 하셨습니다.
5분 정도나 지나서야 경비 아저씨가 달려와 전화를 거셨던 것 같습니다.
당시 준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는 아는 게 없습니다.
사건이 있은 후 부터는 준이를 보지 못 했고,
개학한 지 얼마 안 되어서였으니까, 2개월쯤 후에는 준이네 집이 이사를 가 버렸습니다.
사건을 목격한 저는 충격 때문에 한동안 놀이터에 나가지 못했습니다.
1주일 후, 무서움 보다는 외로움이 더 강했던지 '내일은 놀이터에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 밤에 두 번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2부
계속 이어서 올리겠습니다.
담담하게 정리해서 올리고 이야기 나누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막상 쓰다보니 감정이 격해졌는지 길게 늘어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준이 사고를 목격하고 나서 혼자 집에서 일주일간 박혀 있었고,
외로워서 내일부터는 다시 놀아야겠다고 생각한 날 밤이었던 것까지 올렸다는 이야기까지 했던 것 같습니다.
그날 밤부터 이어가겠습니다.
시간은 11시쯤 되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이야 술 한 잔 하다보면 다가오는 시간이지만, 9살이었던 당시 저에게는 꽤 늦은 시간이었습니다.
보통은 10시면 잠드는 착한 아이였다고 기억하지만, 사건 후 부터는 좀처럼 잠에 들지 못 했었습니다.
눈만 감으면 두근두근거리는 게... 꼭 달리기 경주 하는 것 처럼 초조해져서 불면증 같은 증세가 있었습니다.
그런 느낌으로 잠도 못자고 뜬 눈으로 누워있는데,
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습니다.
자판으로는 "꺄르르"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어린 애들이 신나서 놀 때 지르곤 하는 하이톤 소리였습니다.
뭔가 이상했습니다.
당시 저희 아파트 놀이터에는 가로등이 없어서 조금만 어두워지면 중고등학생 형누나들-당시에- 흡연 장소가 되곤 했던 곳이었습니다.
북쪽이 산, 서쪽과 남쪽이 아파트로 가려져 있는 어두운 놀이터라 으스스한 느낌이 드는 곳이어서 형, 누나들도 잘 오지 않았었습니다.
형, 누나들 목소리야 가끔 들리곤 하니 별 이상할 게 없었지만, 저보다 어린 아이가 노는 목소리가 들리니 뭔가 이상했습니다.
더 이상한 건 보통 그런 아이 목소리가 나면 다른 아이 목소리도 같이 들려야 하는데, 목소리가 하나 뿐이었습니다.
꼬마 한 명이 나와 노는 것처럼.
처음에는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온 가족이 집에 도착한 거겠거니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목소리가 20분 정도가 지나서도 이어져서, 무엇보다 어른 목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아서 그도 아닌 것 같았습니다.
아무 이유없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당시 왕따에다 그런 사건까지 목격한 제겐 '누가 이 시간에 이렇게 재미있게 노는 거지?' 하는 부러움과 호기심이 더 강했던 것 같습니다.
제 방은 뒷 베란다와 붙어있는 방이라, 까치발만 들면 아래-놀이터-를 내려다볼 수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추락의 위험이 있어서 부모님이 막으시겠지만, 부모님이 다 주무신다는 생각에 몰래 뒷 베란다로 나와 아래를 내려다 봤습니다.
무언가 보이길 바랐지만, 아쉽게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산과 아파트로 둘러져 있는 데다 가로등도 없었기 때문에, 11층인 저희 집에서 밤에 놀이터를 본다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결국 놀이터 보기를 포기한 저는 자리로 돌아와 누웠습니다.
그런 소리를 들으니 왠지 더 밖에서 놀고 싶은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내일 꼭 1등으로 나가서 놀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어머니께 오늘부터는 놀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이른 시간이지만 제 상태가 많이 호전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셨는지, 일찍 들어오라는 말씀만 하셨습니다.
그렇게 놀이터에 1등으로 도착했습니다. 당시 시간은 아침 7시였을 겁니다.
사건이 있기 전에도 보통 놀이터 1등 도장은 제 몫이였습니다. (만날 약속 잡을 친구도 없고 모래 놀이를 좋아했어서)
싸구려 모래라 전날 생긴 발자국들도 잔뜩 있고, 모래성들도 그대로인 놀이터. 놀이터 모래가 싸구려인 건 지금도 여전합니다.
그런데 그날 1등으로 온 놀이터의 모습이 평소와는 조금 달랐습니다.
처음에는 뭔가 싶었지만, 자세히 보니 뭐가 다른지 깨닫을 수 있었습니다.
그건 평소보다 놀이터에 손바닥 자국이 유난히 많았다는 겁니다.
보통은 발자국이 압도적으로 많아야 정상일 텐데.
2000년 8월에 일어난 사건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05년 4월, 중학교 1학년이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어떤 계기로 왕따생활에서 탈피해서 당시엔 친구들이 조금 있던 때였습니다.
친구 중에 신동일(가명입니다) 이라는 애가 있었습니다.
중학교에서 만난 친구라 한 달 밖에 보지는 못했지만, 마음이 맞아 꽤 붙어다녔습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 친구 부모님이 동두천시 중앙동에서 무당을 하신다기에 2000년 사건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추락 사건에서부터 목소리, 손바닥 자국까지.
이야기를 다 들은 친구 표정이 썩 좋아보이지 않았습니다.
동일이는 "넌 기독교인이라 내 이야기 안 믿을 텐데. 내 얘기 들어 볼래?" 라고 말문을 텄습니다.
동일이 왈,
사람이 죽으면 너희들 -기독교인- 말처럼 바로 천국이나 지옥에 가는 게 아니라,
일주일간 이승을 돌다가 죽었던 곳으로 다시 와서 가야 할 곳으로 올라간다.
그런데 올라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이승에 머물 때, 죽었던 모습 그대로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다 올라간다.
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끝에 "무섭지?" 라고 말을 마쳤습니다.
동일이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아서 "뭐가 무서운데?" 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멍청아. 손바닥 자국이 많았다며. 죽었던 모습으로 온다고, 일주일 후에.
걔, 니가 기억하는 그 마지막 모습으로 놀이터에서 논 거야. 혼자. 마지막으로."
라는 동일이의 대답을 듣고 그제서야 동일이의 표정이 안 좋은 이유를 깨달을 수 있곘습니다.
결국 23이 된 지금까지도 그 사건은 제 인생 최대의 트라우마이자 미스테리로 남아있습니다.
준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손바닥은 뭔지.
지금은 군대에서나 대학 MT가서 무서운 이야기 할 때 극적 요소를 잔뜩 끼얹어서 하곤 하는 이야기가 되었지만,
여기서 처음으로 제가 기억하는 펙트만 담았습니다.
이런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곳이 여기밖에는 없을 것 같아서.
글 뿐인 게시글이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처 : 루리웹 흐트트 님(http://bbs2.ruliweb.daum.net/gaia/do/ruliweb/default/community/327/read?articleId=21879150&bbsId=G005&searchKey=userid&searchName=%EB%A3%A8%EB%A6%AC%EC%9B%B9-1510827657&itemId=145&searchValue=RcULwMyeMZo0&pageIndex=1 / http://bbs2.ruliweb.daum.net/gaia/do/ruliweb/default/community/327/read?articleId=21881341&bbsId=G005&searchKey=userid&searchName=%EB%A3%A8%EB%A6%AC%EC%9B%B9-1510827657&itemId=145&searchValue=RcULwMyeMZo0&pageIndex=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