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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그녀를 마음속에서 떠나보내면서
게시물ID : freeboard_78558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고구마만쥬
추천 : 2
조회수 : 67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10/08 01:47:13
그녀를 처음 만난 건 .. 여름 방학이 절반 지난 8월 정도였을 거에요.

평소와 같이 도서관에 갔었죠. 저는 이상하게 칸막이보다는 탁 트인 곳을 좋아해서 사람들이 올라오기 힘들고 적은 4층에서 공부를 했었습니다.
4층에서는 공부하다가 사람구경도 할 수 있구요.. 넓직 넓직한게 참 좋았어요.

그러던 어느날 제 앞앞 옆 자리에 그녀가 홀연히 나타나 앉았습니다. 그게 첫만남(?)이었어요. 그녀는 공부에 정말 열심인듯 해서 
옆에서 봐도 열심이라는게 눈에 보였어요. 처음엔 그저 ' 공부 정말 열심히 하는구나.. 무슨 공부를 하길래..? ' 호기심이 있었죠.
그 때는 크게 관심은 없었어요. 하지만 제가 항상 앉는 자리 주위에 그녀가 공부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고, 
그때부터 ' 아 저분 또 열심히 공부하시네 ~ ' 하고 얼굴은 아는 분이 되었어요.

그녀는 제가 도서관에 올 때마다 항상 있는 듯 했습니다. 제가 거의 매일 갔으니까 그녀도 매일 나와서 공부를 했..겠죠?
그러면서 저는 어느샌가 ' 아 오늘도 그녀가 있을까? ' 하는 생각이 도서관을 갈 때면 들기 시작했어요.
그녀는 정말 천천히 제 마음속에 스며들더군요.. 지금 생각하지만 마치 어린왕자의 여우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그녀는 보통 저녁 이후에 공부를 시작하는 듯 하였고, 저는 그녀와 공부시간을 맞추기 위해 스케쥴을 조정했어요.
( 항상 저녁에 운동을 하러 갔었는데, 강의 끝나고 바로 가서 운동하고 6~7시에 도서관을 가도록 하였습니다.)

그녀가 제 마음 한켠에 들어서면서 부터, 도서관에서 공부가 손에 잘 잡히지 않더라구요. 공부하다 말고 그녀를 바라보게 되고.. 
그녀는 항상 벽쪽을 향해 앉았고, 저는 입구 쪽을 향해서 앉았기 때문에 서로 마주보는 형식으로 앉는게 가능했어요.
제가 너무 자주 힐끗힐끗 쳐다봐서인지 그녀도 어느샌가 제 존재를 알아차린 듯 하더군요. 
도서관 복도에서 한번 마주치기도 하였고, 도서관 들어오면서 눈도 2~3번 마주쳤었어요.  

처음에 한 테이블에 앉은 적 이후에는 가까이 앉은 적이 한번도 없었지만.. 이번 주는 시험기간이라 그런지 자리를 잡는데
마침 그녀의 바로 옆앞, 옆옆앞 자리가 비어 있더군요. 네.. 놀라웠지만 많은 자리 중에 거기만 비어 있어서 앉을 수 밖에(?) 없었어요.
그녀와 가까이 앉은건 좋지만 문제가 한가지 있더군요. 너무 가까워서 그녀를 볼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부끄러운 마음에 그저 책에 코를 박고 공부하는 수 밖에 없었어요. 그러다가 몸푸는척 하면서 힐끗 힐끗.. 
제가 부담을 많이 줬었나봐요. 그녀도 저를 조금씩 봐주시더라구요.

거저께부터 이 내 마음을 어떻게 전해야 할까.. 그녀가 자리를 떠나는 순간이면 나도 같이 따라가 고백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제 처지와 여러 상황이 무서워 계속 주저했었죠. 그저 노트 한 구석에 내 마음을 조그맣게 끄적이기만 할 뿐..

그러다가 오늘 밤, 그녀가 갑자기 누군가를 찾는 모습을 하더니, 곁에 한 남자가 나타나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는듯 했습니다)
예전에도 한 두번.. 그녀 앞에 남자가 앉은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그때마다 괜히 불안해지고 아닐거야ㅡ 라고 속으로 생각해왔었지만
오늘은 제 마음에 강하게 오더라구요, 느낌이. 그녀 가까이 제가 앉았었기에 얼굴 빤히 들고 쳐다볼 수 없어 책을 보면서 곁눈으로 본 것이지만요..

마음 속이 뭔가 답답해졌지만, 사실 예전부터 이런 걸 제가 생각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죠. 엄청 크게 충격적이진 않더라구요.
그 때에는 ' 아닐거야, 친구일 수도 있어. 그래 그냥 친한 친구일거야. 하지만 보통 이성 친구끼리 머리를 쓰다듬어주진 않잖아..' 
마음이 복잡했었어요. 그녀를 내 마음에서 놓아줘야 한다는 생각과, 아직 확실하지 않다는 생각이 뒤엉켰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결심했습니다. 그녀를 확실하게 내 마음에서 놓아주기 위해서는 제대로 확인하고 거절당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마음속으로 몇번을 다짐했는지 몰라요, 그녀가 평소보다 일찍 책을 챙기고 도서관을 나서면서.. 오늘밤엔 꼭, 절대로 실행한다고.

그녀가 책을 챙기고 문을 나선 후 저도 부랴부랴 책을 챙기고 도서관을 나왔습니다.
그리곤 기둥 옆에 서서 기다렸어요. 그녀가 나오기만을요.. 그러다 시간이 5분 ,10분 지나니까 불안해졌습니다. 그녀가 먼저 가버린건 아닐까 하구요.
오늘 기껏 마음을 먹었는데.. 하고는 더 기다려보니 그녀가 도서관을 나서더군요.

그녀 뒤를 따라 걸으면서 .. 입은 바싹타고 심장이 두근대는게 느껴지더라구요. 그녀와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 정말 쉬운일이 아니었어요.
도서관에서 5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그녀를 멈춰 세웠습니다. 슬프게도 그녀의 이름조차 모르는 저는 저기요 ㅡ 하고 부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녀는 돌아서면서 저를 보고 웃어주더군요. 정말 고맙게도요..
혹시 전화번호 알 수 있을까요 ? 하고 .. 너무나 바보 같지만 그렇게 짧은 말이 제 입에서 나왔어요.
그녀는 곤란하다는듯이 웃으면서 ' 전화번호를 드리기에는 좀..' 하고.. 남자친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각오한 일이었지만 역시 확실해지니까 1초정도..네, 시간이 멈추더라구요.
그 뒤로는 뭐라고 말해주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아요. 도서관에서 다짐하면서 준비했던 말이 있었는데..
그렇게 그녀를 보내주고 말았습니다.

집에 오는 길 CU에 들러 닭다리 하나 사서, 술을 마시지 않는 지라 집 냉장고 안에 계속 잠자고 있던 맥주 한캔과 같이 조금 전에 마셨네요.

그저 전화번호를 물어보는 일이었지만, 너무나 오래 고민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그녀에게 거절당하고 나자
뭔가 아주 밀렸던 일을 처리한 느낌..?? 응어리졌던게 풀어진 느낌이 드네요. 
뭔가 많이 슬플줄 알았는데 그런건 ... 아니에요. 다만 지금 이렇게 글을 쓰면서 회상하니까 조금 울적해지긴 하네요.

이젠 도서관에 가는 즐거움이 크게 줄었네요.. 하지만 그녀에겐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서로 이름도 모르고 그저 도서관에서 제가 자주 일방적으로..? 관심을 드렸었던 것 같은데.. 
제가 말을 걸었을 때 미소지어 주신 모습을 잊을 수가 없네요. 도서관에서는 결코 볼 수 없던 모습이었어요. 저에게 좋은 추억을 안겨주시네요.

이름 모르는 그분에 대한 마음을 오늘 정리하면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내일부터는 다시 하루를 시작해야 하니까요.. 제 마음도 훌훌 털어버려야 하겠죠.
그녀가 이쁜 사랑 하길 바라면서..

자고 일어나면 정말 개운해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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