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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탁, 탁
게시물ID : panic_785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eptunuse
추천 : 13
조회수 : 5811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5/03/24 00:10:22
탁, 탁, 탁

오늘도 저 신경 거슬리는 소리가 들린다.

늦은시간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자 마자 피곤에 못이겨 씻는둥 마는둥 침대로 들어와 단잠에 빠지려는데

반겨줄이 없는 단칸방에서 쓸쓸히 지내는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좁은 방안에 신경쓰이는 저 소리가 울려퍼진다.

벌써 오래도록 나를 괴롭히고있는 저 소리는 창문에 달려있는 블라인드 조절 끈이 내는 소리다.

싸구려 방이 보통 그렇듯 아무리 잘 닫아도 창문새로 바람이 조금씩 들어오는데 거기에 흔들린 그것이 벽에 부딫히면서 저런 소리가 나는듯하다.

사용후 잘 묶어놓는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잊어버리고 묶어놓지않으면 언제나 저 신경거슬리는 소리가 들린다.


불행히도 건망증이 심한나는 거의 매일같이 블라인드 끈을 묶어놓지 않는 실수를 범한다.


탁, 탁, 탁


피곤함과 귀찮음에 손가락하나 까딱하기 싫었지만 결국은 몸소 일어나 저 시끄러운 녀석을 구석에 묶어놔야 할것이다.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 어둑한 방을 손으로 더듬어가며 창문쪽으로 가서 손을 휘저어 블라인드 끈을 잡는다.


바람때문인지 한기가 느껴진다. 블라인드를 묶고 다시 잠을 청한다.


탁, 탁, 탁


오늘도 어김없이 저 소리가 들린다.


매번 똑같은 실수를 하는 나를 비웃으며 눈을 감은채 기억을 더듬는다.


회식이 끝나고 울렁거리는 바닥을 간신히 걸어 집에 도착하여

가방만 집어던지고 그대로 침대에 엎어진게 기억이 난다.


블라인드는 커녕 옷도 갈아입지 않고 불까지 켜놓고 기절한 모양이다.


깬김에 옷이라도 갈아입고 자야겠지만 몸이 천근만근이다.


탁, 탁, 탁


저 소리 때문에라도 억지로 일어나야할듯 하다.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뜨고 창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탁, 탁, 탁



거기엔 머리를 산발하고 기괴한 미소를 짓고있는 여인이 서있었다.


아니 사람은 아니었다. 저런 얼굴을 한 사람이 있을수는 없다.


그 여인은 섬뜩한 미소로 정확히 나를 쳐다보며 연신 블라인드 끈을 밀어 탁, 탁, 탁 하고 소리를 내고 있었다.



내가 그동안 느낀 한기는 바람 때문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또한 매일같이 들리던 그 소리의 범인도 바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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