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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은 누구입니까?
게시물ID : phil_78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IC
추천 : 0
조회수 : 441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3/12/30 01:30:19
"다른 건 틀린 게 아니다"

군대문화의 소위 "상명하복"의 비적절한 적용이 만들어낸 수직적인 위계질서에 적극적으로 빠져들며
"열외됨" "낙오됨"에 대한 히스테리컬한 공포를 띈 채,
하루하루 자기가 진짜 원하는 걸 생각할 틈도 없이
따라가기 바쁜 현대(한국)인들.

돈을 버는 것만이 삶의 주 목표가 된 지 오래인, 또 그러고 살기만 해도 벅찬 이 사회에서 "나"라는 단어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다움(ex-남자다움,학생다움 etc.)이 개념과 현상의 지위를 뒤바꿔 놓고(일반적으로 개념은 현상들을 포괄하여 총술하는 것이 아니던가), 사상이 개념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개념이 사상을 휘어잡는 사회에서 "나"를 찾는다는 건 사치일 뿐.

그렇다면 "나"는 대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더 좋은 집을, 더 좋은 차를, 더 좋은 음식을 갖기 위해서? 더 "좋은"이라는 가치판단은, 특히 요즘 시장을 보면, 언제 어떤 새로운 것에 전복될 지 모르는 불안정한 것이다(이 판단이 진짜 "나"의 것이기도 힘들다는 건 사방을 메꾼 광고들과 그 주위를 둘러싼 정보의 바다가 증명해준다). 그리고 이것들을 갖는다고 해서 정말 자신이 어떤 것을 위하여 존재한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 "나는 최신형 페라리를 몰고 새로 나온 아이폰으로 쭉쭉빵빵한 모델 여친을 불러서 타워팰리스 52층 오피스텔에 가 이름을 발음하기도 힘든 오래 삭힌 포도주를 마시다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잠들 그 날을 위해 존재한다" 라는 말이 뭐 딱히 나빠보이지는 않지만, 한두 달이 머다하고 최신형이 나오는 지금, 이름을 잘 알지도 못하는 술과 늙어가는 모델을 존재의 목적으로 삼는 건 존재 자체를, 자기 자신을 너무 가볍게 보는 것 아닐까.

쓰다보니 말이 길어져 귀찮고 졸리므로 우선 여기까지. 내 나이 또래 사람들은 대부분 여기까지 읽고도 "이새끼 뭐하는 새낀가" "할 일이 그렇게 없나" "아 요즘 힘든가보다"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요즘 유행하는 "안녕들 하십니까"는 됐고
당신들은 누구입니까?
뭣하는 사람인지 어느 가문 뉘집 자식인지, 어느학교 학생 누구의 애인인지는 됐고
당신은 누구입니까?
당신이 원하는 게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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