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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속을 걷다 -류시화
게시물ID : lovestory_785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디독
추천 : 10
조회수 : 78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5/03 02:17:29
봄비 속을 걷다
 
                        詩-류시화


봄비 속을 걷다

아직 살아 있음을 확인한다

봄비는 가늘게 내리지만

한없이 깊이 적신다

죽은 라일락 뿌리를 일깨우고

죽은 자는 더 이상 비에 젖지 않는다

허무한 존재로 인생을 마치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봄비 속을 걷다

승려처럼 고개를 숙인 저 산과

언덕들

집으로 들어가는 달팽이의 뿔들

구름이 쉴새없이 움직인다는 것을

비로소 알고

여러 해만에 평온을 되찾다


                      Rai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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