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고3 때 교대를 가려다, 부모님의 반대로 가지 못하고 공대로 갔었습니다. 그 때 당시 교대에 충분히 입학할 수 있는 성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남자가 초등학교 선생을 해서 무엇하겠냐는 부모님의 생각에 공대로 가게되었습니다. 부모님들은 그 당시 유행하던 벤쳐기업 같은 것을 차리시기를 바랬습니다.
그 당시 "돈 많이 벌어서 아빠 좋은 차도 한대 사주고, 엄마 가게도 하나 차려줘야지.", "네가 겨우 초등학교 선생이나 하려고 12년을 공부했으냐?"라는 소리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성적이 좋지않게 나올 때마다, 친척 분들과 동네의 친하게 지내는 주민 분들께 어떻게 내가 얼굴을 들고다닐 수 있겠냐며 이야기 하시던게 아직도 뚜렷이 떠오릅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부모님의 그런 모습이 싫어 죽어라고 공부했습니다. 좋아서 하는 공부가 아니었기 때문에 좋은 성적이 나오려면 죽어라고 하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12년을 살았고, 고2 때부터 초등학교 선생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살았는데, 고3 마지막 원서 쓸 때 제 의견은 묵살 되었고, 부모의 의견이라면 무조건 따르던 저는 공대를 가게 되었습니다. 당시 총 3번에 걸쳐 초등학교 선생이 되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그렇게 되고 싶었으면, 자기의견을 고집해서라도 교대를 갔었어야지 하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부모의 말에 복종하며 살아온 저에게 3번은 굉장히 많이 제 의견을 피력한 것이었습니다.
군대에서 제 정체성을 찾아가기 시작했고,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부모가 원하는대로 살던 인생을 바꾸려고 했습니다. 제 인생을 살기로 한 것이지요. 군대 제대를 반년 남겨두고부터 수능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들의 말을 빌리자면, 사람이 좀비가 될 정도로 심하게 공부를 하여, 교대에 입학하게 됩니다. 어머니께서 울면서 교대에 가는 것을 막았으나 기어이 입학합니다. 사실 이전에 있던 대학이 sky중의 한 곳이었고, 온동네 자랑하기는 딱 좋았었지요. 더이상 부모가 원하는 인생을 살고싶지는 않았습니다.
이제야 제 인생을 바로 잡은 줄 알았는데, 이제 나이가 막아섭니다. 머리가 예전 머리가 아닙니다. 고등학교 때 수학선생님이 "30즈음이 되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공부가 마음대로 안된다. 너희들의 나이는 축복이다. 그러니 공부해라."라고 하셨던 말씀이 허투루 하신게 아니더군요.
미쳐버리겠습니다. 세월이 이렇게나 무서울 줄은 몰랐습니다.
부모에 대한 분노가 차고 넘칩니다. '자기들 좋자고 낳아놓고, 내가 낳아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자신들이 살아줄 것도 아니면서 도대체 왜 자기들의 인형으로 취급했는가? 항상 모범생에 성적좋은, 남들에게 보이기 좋은 아들을 원하고, 왜 있는 그대로의 나는 아들로 인정하지 않은 것인가?'
작년부터 매일매일이 부모에 대한 원망과 분노, 기억력 감퇴로 인한 좌절, 죽고싶다는 생각들로 가득차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