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돌 갓 지난 딸이 있습니다. 오늘이야 집안 전체가 김장하기로 하고 절임배추까지 미리 주문해 둔 터라 갈래야 갈 수가 없었습니다. 대신 지난주 집회에 다녀왔지요.
종로에서 충무로 명동 서울역 다시 광화문으로 행진하면서 전 이길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던데 평화시위에 회의적이신 분들은 그렇지 않으셨나봐요.
여튼 전 아기아빠 입장에서 충돌이 생기고 위험할 것 같으면 제 아기 안 데려갑니다. 그런 모습 아이에게 보이기도 싫고 위험하기도 하고요. 지금 이렇게까지 시민들이 모일 수 있는 이유가 평화적 분위기 또한 한 몫 한다는 걸 모르십니까? 제 생각은 그래요. 경찰서가 불타고 화염병이 날아다니는 것보다 강한 건 통제를 벗어나 그렇게 할 수 있는 시민들이 무섭게 절제하는거라고요.
그 비폭력의 선을 넘는 순간 가족단위 시민 안 나옵니다. 100만 시민? 20만도 꿈꾸지 마세요. 과격한 행동가들, 그들만의 리그가 될 뿐입니다. 그럼 더 프레임 짜기 쉽고 진압하긴 더더욱 쉽겠죠. 그동안 많이 보던 사이클 아닙니까?
오늘 이제 막 시위했고요. 결과 아직 안 나왔습니다. 벌써부터 100만 모여봐야 의미없네, 평화시위는 이래서 안되네 이야기할 시점은 아니고요.
그리고 그렇게 폭력시위 좋아하시는 선진국형 마인드 분들이 서로서로 연락하고 제조할 것도 제조하시고 선봉에서 행동하시면 되겠네요. 근데 행동은 못하고 왜 며칠째 말만 나오죠? 용기 좀 내보세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그렇게 나오시는 순간 저희 가족은 안 나갑니다. 아이에게 이것이 민주주의의 현장이다 교육 겸하여 나온 학부모님들하고 빠이빠이하시고요. 새누리 지지자였는데 지금 이 상황은 용납 안된다 생각해서 나온 어르신들(저희 아버지를 비롯해서...)도 원래 가시던 길 가세요 고이고이 보내드리고 화염병이든 사제폭탄이든 작업하시면 되겠습니다.
전 오히려 시민들이 이정도 모여서 우리의 주장이 이렇다는 민의를 보여준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시민들이 어느정도 절제하면서 조직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화염병보다 더 큰 무기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