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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열..실신... 뉴스기사지만...
게시물ID : sewol_1259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에스프레소v
추천 : 12
조회수 : 806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4/04/22 04:40:23
[한겨레] 르포 l 신원확인소의 가족들

61번번, 160㎝ 갸름한 얼굴 생머리

62번…63번…

수습된 희생자들 특징 알려줘

주검 수습될 때마다 항구엔 긴 침묵

주검 찾은 이도 못 찾은 이도 눈물만

‘미확인 시신’ 정보도 초조하게 살펴

사망자 늘자 “시신이라도 온전하게”

수습된 주검이 들어오는 전남 진도 팽목항. 주검이 들어온다는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항구에는 침묵이 흘렀다.

21일 오전 9시16분께 해경 경비함에 실려 여학생 3명의 주검이 팽목항에 도착했다. 뭍으로 올라온 주검들은 팽목항에 마련된 신원확인소를 거친 뒤 병원으로 옮겨진다. 엿새 만에 땅으로 올라온 실종자들은 부교 위 천막에서 노란 담요에 싸여 신원확인소로 이동했다. 담요에 싸인 주검이 한 남자 앞을 지나갔다. 남자가 있던 자갈밭에는 담배꽁초들이 뒹굴었다.

주검을 닦는 동안 긴 기다림이 이어졌다. 기껏해야 15분 남짓이었다. 다들 말이 없었다. 대책본부 관계자가 밖으로 나와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인상착의를 알렸다.

“61번… 새벽 5시5분께 수습했습니다. 선체 안에 있었고요. 160㎝ 정도에 갸름한 얼굴, 생머리입니다. 덧니가 있고 손톱에는 빨간색, 발에는 검정색 매니큐어를 칠했습니다.” 가족들의 표정이 요동쳤다. 62번, 63번 아이의 인상착의 설명도 이어졌다.

‘혹시나 하는 마음’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신원확인소로 들어간 엄마가 울었다. 줄담배를 피우던 아빠도 나왔다. 천막 뒤에 쪼그리고 앉았다. “불쌍해서 어떻게 해”, “우리 아가… 우리 아가….” 엄마는 20분 넘게 통곡하다 구급차를 타고 떠났다. 아빠는 그제야 소리 내어 울었다. 이를 지켜보던 다른 남자가 휴대전화를 잡았다. “3명이야. 모두 여자애들이고. 아직 다른 소식은 없지?” 며칠째 항구를 지켰을 가족들이 하나둘 자리를 떴다.

팽목항을 찾은 실종자 가족 중 일부가 “시신”이라고 표현했다. 그동안 차마 꺼내지 못한 말이었다. 신원확인소가 설치되고 사망자가 늘자 생긴 변화다. 가족들은 “시신이라도 온전하게 인양할 수 있게 잠수부 투입을 늘려달라”, “조류 속에 유실되거나 시신이 훼손되지 않게 서둘러 달라”고 했다. “시신”이라는 말에도 대부분 차분했다.

실종자 가족들이 머무는 진도체육관 입구 앞에는 ‘미확인 시신’의 신원정보를 적은 A4 용지가 10여장 붙어 있었다.

<시신 인양 55>. 성별 남. 신장 172㎝. 상의 남색 후드티. 머리길이 10~15㎝. 특이사항 왜소한 편·스카이폰 소지.

<시신 인양 63>. 성별 여. 신장 162㎝. 상의 검정색 긴팔티. 하의 감색 아디다스. 특이사항 신발 240㎜, 흰색 양말, 긴 생머리, 오른쪽 귀 피어싱. 9시30분 팽목항 도착.

실종자 가족들은 그 앞을 지날 때마다 가족의 주검이 혹시나 발견됐는지 초조한 눈으로 살폈다. “없어”, “아니야”. 안도인지 걱정인지 구분하기 힘든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느 부모는 “우리 애가 무슨 옷을 입었지?”라며, 아이가 입고 나간 옷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을 탓했다. 한쪽에서는 시신을 확인한 듯한 여성이 주저앉아 울고 있었다. 체육관 안에 설치된 대형 텔레비전에는 ‘64번째’ 수습된 주검의 성별, 발견 장소, 상하의 종류, 특이사항이 떴다. 립글로스 2개, 청색 빗, 치아교정, 묵주…. 체육관 안에서 짧은 탄식과 긴 울음이 뒤엉켰다.

‘왼쪽 배 아래에 수술 자국이 있다’는 미확인 사망자 인상착의를 뚫어져라 바라보던 어머니가 눈물을 흘렸다. “수술 자국이 너무 아래쪽이라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직접 병원에 가야겠어요.”

오후 들어 한동안 주검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다. 단원고 2학년 학생 부모가 체육관을 빠져나와 신원확인소로 갔다. 종이를 꺼내 안내를 맡은 여경에게 건넸다. ‘165㎝, 금니 있음, 덧니 있음.’ 아이가 수학여행을 떠날 때 가방에 넣어준 옷가지들도 모조리 적었다. 아디다스 긴 바지, 회색 긴팔 셔츠, 검정색 긴 바지, 뉴발란스 신발…. 종이를 건네준 어머니는 “꼭 찾아 달라”고만 했다. 

진도/박승헌 최우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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