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씨가 너무 좋군요. 해도 화창하고 따뜻하고 하늘도 맑구요.
안녕하세요. 저는 86년생 올해로 29살인 나이가 제법 많은 대학교 4학년생입니다.
집안 사정과 어머니 건강문제로 휴학 후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어서 아직 대학 졸업을 못했네요.
이번주가 시험기간이라 뉴스와 인터넷을 정말 피하고 싶었습니다. 매일 나오는 보도내용에 정말 정말 가슴이 뛰고 머리가 멍해져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더라구요. 그래도 마음을 다 잡고 도서관에서 책과 매달리며 가끔씩 핸드폰으로 오유를 통해 글들을 읽곤했습니다.
어제 저녁 어머니께서 저에게 전화를 거셨습니다. (집과 학교가 좀 멀어서요.)
그 동안 지내신 이야기들, 아들 안부, 밥은 잘 먹고 다니냐 등등 이런저런 말씀 하시다가 갑자기 목소리가 어두워 지십니다.
제가 중학교 시절 다니던 교회의 한 집사님이 계셨습니다. 젊은 여자집사님이셨는데요. 그 분이 제가 대학을 입학하면서 군산으로 이사를 가셨구요.
그 집사님이 저희 어머니를 포함 단체 카톡을 보내왔답니다. 자신의 남편분 조카가 이번 세월호를 타고 수학여행을 가다가 변을 당했다고...
제발 무사히 가족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잠깐이라도 기도해 달라고 말입니다. 그 카톡을 보신 어머니께서 수소문 끝에 그 집사님께 전화를 걸어
내용을 들어보니 남편분의 형님 자녀라고 하더라구요. 모든 친지들이 진도 체육관에 모여 힘들어 하고 있다며 전화에 대고 우시더랍니다.
아직 그 친구의 생사를 알지 못해서 너무나도 답답하고 안타깝다고 하더군요.
수화기 너머 어머니로부터 그 내용을 듣고 가슴이 덜컥 내려 앉더군요.
난 지금 뭘하고 있는거지?
뭐 땜에 이렇게 책과 씨름하며 그 아이들의 사고 소식을 마음은 아니지만 머리로는 피하려고 했을까? 라는 자괴감과 허탈감이 밀려왔습니다.
어려서부터 청소년 대상의 NGO단체에 일하고 싶었고 지금도 그 길을 가기위해 노력은 한다고 하지만 왜 이런 일에는 나 자신을 위해 잠깐만 참고
다른 우선순위를 위해 신경쓰자는 내 생각이 너무나도 잔인하고 찢어 버리고 싶었습니다. 너무 충격이었어요.
안타까운 마음은 대한민국 국민과 같지만 정말 내가 알고 있는 지인들의 일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생각과 행동이 같아야 참된 사람이라고 누군가 말했었는데 제 자신은 알고도 실천하지 못했고, 외면하려 했어요.
두서없이 적어 죄송합니다. 이번 사고를 통해 희생된 많은 분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고 그 유가족들에게도 위로를 전하고 싶습니다.
어제 저녁부터 오늘까지 아무것도 못하고 눈물흘리며 하늘을 봅니다.
오늘 하늘은 이렇게 푸른데 저는 나쁜놈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