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유출된 인구는 무려 13만7천명이었다. 2004년 1·4분기에만 6만9천명의 수도권 순 유입인구가 발생했다. 신행정수도건설정책의 추진이 가시화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한해 10여만 명의 중견도시 인구규모가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흡입될 만큼 수도권 블랙홀 현상은 심각하다. 수도권 인구집중률이 1960년 21%에서 2001년 47%로 급증하는 과정에서 역대 정부는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해 온갖 정책을 써보았지만 수도권 블랙홀 현상을 차단하지 못했다. 신행정수도건설정책은 이제 민간부문을 규제하고 유인해온 종래의 수도권정책에서 벗어나 정부가 앞장서 솔선수범을 보일 차례가 되었다는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행정수도 건설은 지난 대선 때 충청권의 표를 얻기 위해 급조된 정책이 아니다. 1971년 신민당 김대중 후보는 행정수도 이전을 대선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고(故) 박정희 대통령은 1977년 2월10일 서울시 연두순시 석상에서 “행정수도 이전이 서울의 인구집중을 억제하는 가장 확실한 방안”이라고 피력했다. 1992년과 1997년 대선에서는 김영삼 후보와 이회창 후보가 각각 행정수도 이전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 수도권은 통제불능 블랙홀-
그리고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신행정수도 건설공약을 내놓기 전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의 특보 김만제씨는 “수도권 과밀비대화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균형발전을 꾀하기 위해서는 신행정수도 건설 이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고 밝혔다. 사실 지난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조차 일부 부처를 지방에 분산 이전하는 ‘분리형 수도건설’ 공약을 내걸었다. 그럼에도 신행정수도건설정책의 추진이 본격화하면서 이를 무산시키기 위한 헌법소원이 제기되는 등 격렬한 반대운동이 일고 있다. 필자는 이 정책에 대한 이해부족이나 그릇된 정보 때문에 반대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첫째, 건설비용에 대한 오해가 많다. 반대론자들은 정부가 신행정수도 건설비로 제시한 45조원(정부부담 11조원)이 2014년 물가기준으로 1백조원이 넘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수도권 인구집중으로 수도권에 건설될 신도시의 천문학적 건설비용을 고려할 때 이런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국토연구원은 향후 10년 동안 수도권 인구집중으로 판교 같은 신도시가 20개 정도 필요하며, 판교 같은 신도시 3개를 건설하는 데 약 40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했다. 10년 내에 수도권 신도시 건설에 무려 2백60조원의 건설비가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둘째, 통일 이후 개성이나 휴전선 부근에 통일수도를 건설하자는 주장은 무엇보다도 수도권의 가공할 인구집중 문제를 너무 안일하게 인식한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블랙홀 현상이 시정되지 않고 통일이 되는 경우 수백만 명의 북한주민이 대거 수도권에 몰려올 것을 우려한다. 이런 불행한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 수도권 블랙홀 현상은 통일 전에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더불어 신행정수도를 통일한국의 행정수도로 건설하는 경우 통일 이후 북한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등 사법기관을 서울에 남겨두었다가 통일 이후 북한지역에 안배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셋째, 신행정수도가 수도권과 다른 지방의 공동화를 야기하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는 우려는 신행정수도 건설의 근본취지에 대한 오해에 기인한다. 신행정수도 건설의 일차적 목적은 더 이상의 수도권 집중을 막고 국토균형발전의 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
- 균형발전 모태로 인식해야-
이를 위해 이미 신행정수도건설특별조치법과 지방분권특별법 및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 제정되었고, 신행정수도의 인구규모를 50만명으로 잡은 신행정수도건설기본계획이 확정되었다. 신행정수도가 블랙홀로 변질되는 것을 차단할 최소한의 법제가 마련된 것이다. 앞으로 정부는 신행정수도를 ‘또 하나의 서울’이 아니라 ‘전국이 고루 잘 사는 나라’ 건설을 선도하는 국토균형발전의 모범도시로 만들어야 할 막중한 책무를 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