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라에선 오직 흑인만 징병했다.
평균적으로 신장이 크고, 근력이 강하다는 이유였다.
그에 따라 법적인 기준도, 사회적인 기준조차도 흑인에게 더 엄격했다.
군대는 오직 흑인만 갔다.
나라가 가난하여 돈을 챙겨주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는 존립해야 하므로 군 가산점으로 사회적 합의를 봤다.
흑인들은 죽고, 다치고, 노동에 대한 대가를 받지 못했지만
대를 이어서 나라를 위해 희생했다.
그러던 어느날,
'동양인주의자' 집단이 출현했다.
이 사회는 인종의 평화로운 공존을 도모하는지라,
특정 인종주의 결집은 터부시 되던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양인주의자들은 '평등'을 외치며 권력을 잡았다.
그러던 어느날, 동양인주의자들이 말했다.
'흑인만 사관학교에 가는 것은 차별이다'
그렇게 동양인의 장교 임관이 가능해졌다.
어느날, 동양인주의자들이 말했다.
'군 가산점은 흑인 장애인이나 동양인에 대한 차별이므로 폐지해야 한다'
그렇게 군 가산점은 폐지됐다.
동양인주의자들은 TV와 라디오, 인터넷, 서적까지 세력을 넓히고
하나씩 이권을 찾아갔다.
'동양인은 체력이 약하잖아!'
- 그렇게 경찰 체력검정에서 더 쉬운 평가기준이 도입 되었다.
'고위직에 동양인 비중이 적다고!'
- 그렇게 고위직에서 동양인 할당제가 시행됐다.
'평균적으로 동양인의 학벌이 낮아. 이건 차별의 결과라고'
- 그렇게 동양인 전용대학, 동양인 학과할당, 동양인 장학금, 동양인 장려금, 동양인 가산점이 도입됐다.
'동양인이 너무 살기 힘든 세상이야...'
- 그렇게 전용좌석, 전용주차구역, 전용 지하철칸, 전용 치안서비스, 전용 상담전화가 도입됐다.
이것도 모자랐는지 권력자들은 하나같이 '동양인주의'를 찾았다.
대통령은 대놓고 '동양인주의자'라고 밝혔으며,
정부 부처에는 '동양인부'가 따로 있다.
그래도 흑인은 인정했다.
참은게 아니라 인정했다.
'동양인이 힘든 부분이 있겠지.'
그런 흑인 앞에 나타난 것은
극단주의 동양인주의자들과
그들을 응원하는 동양인주의자들,
본인에게 이익이 된다고, 이러한 극단주의에는 침묵하며
'우리도 당신들과 능력이 다르지 않아'라고 말하는 동양인 뿐이었다.
많은 동양인들이 말했다.
'우린 능력이 동등하고',
'똑같은 인권이 있고',
'서로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야 해.'
그러나 법과 제도는 이미 흑인을 심각하게 차별하고 있었으며,
이것을 바꾸기 위한 투표나 여론조사는 항상 반대로 나왔다.
겉으로는 착하고 조곤조곤하게 이상향을 말하지만,
실상은 웃는 얼굴로 비수를 찌르는, 흉측한 모습이었던 것이다.
흑인이 조심스럽게 이러한 결과를 종합해서 발표하자
동양인들은 분노했다.
'도와주려고 했는데, 왜 싸잡는 것이냐?'
'기분 나빠서라도 도와줄 마음이 사라졌다!'
'동양인을 혐오하는 괴물 같으니라고!'
흑인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며 고개를 떨구었다.
그러다 문득,
흑인은 강렬한 분노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