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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의 생각과 달리 판다리아만큼 잘만든 확장팩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시물ID : wow_2358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쮸쀼쮸쀼앙
추천 : 16
조회수 : 1344회
댓글수 : 25개
등록시간 : 2014/04/23 04:20:20
일단 왜 싸우는지의 본질에 대한 물음 자체가 다른 전쟁을 소재로 한 게임에서는 시도 된 적도 없는 개념이라, 트레일러부터 오공 공찾 끝나면 보여주는 샤오하오 식목 이벤트까지, 퀘스트를 하면서 내내 '생각'하게 만들었던 확팩으로, 제 경험상으로는 유일한 게임입니다. 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샤라는 추상적인 존재 - 혹은 내면의 존재 - 와 싸운다는 참신한 개념이 도입된 것도 타 게임들과는 궤를 달리한다는 생각이 들고... 데스윙, 후레서스, 일리단 등은 타 게임에서도 충분히 존재할만한 보스들인데 샤는 처음 소개됐을때 충격이었거든요.

물론 단순히 말초적인 즐거움이나 일차원적인 간지의 개념에서 보자면 팬더들이 나와서 뛰어댕기는 확팩보다야 전작들이 훨씬 나은게 사실이지만, 깊게 생각해보면 지금까지는 그냥 좋은 시스템과 방대한 저작, 그리고 적절한 판타지소설에 준하는 스토리라인으로 달려온 게임이라면 이번 확팩에서는 일종의 철학 (게임에 철학을 담으려는건 장잉력이다 - 라고 생각하신다면 할말이 없습니다만) 도 더해져서 양판 MMO들과 와우의 수준차이를 다른 방식으로 입증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여태까지는 그냥 스케일이 훨씬 크고, 다양한 할거리가 존재한다는 점으로 압도했다면 이제는 아예 의식 자체가 두세단계 위라는 점을 어필한달까... 얼라과 호드의 영원한 분쟁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 확장팩이기도 하고, 또한 그 분쟁 자체가 심화되는 방식이 타 확장팩보다 훨씬 덜 일차원적인 방식으로 제시된것도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또 하나의 장점.

꿈보다 해몽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이 확장팩이 크게 보면 세계 근현대사를 압축/각색한 버전이라고 봐도 무방한 것 같습니다. 제국주의가 비서구권에 끼친 민폐, 그리고 비서구권에서 뽑아낸 새로운 자원을 기반으로 한 힘 (천상의 종) 을 바탕으로 한 세력강화와 극도의 인종주의/패권주의로 인해 히틀러 (가로쉬) 가 일으킨 제2차 세계대전, 그리고 시나리오 작가가 직접 뉘른베르크 재판을 참고해서 구성했다는 가로쉬의 재판 등등. 오크가 게르만민족을 상징한다는 주장이 북미 포럼에서는 계속 제기되어 왔었는데, 실제로 이주하는 과정에서 토착민 (인간) 들을 박살내놓은 것도 그렇고, 판다리아에서의 행보도 그렇고, 종족 자체의 호전성도 그렇고 점점 설득력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깨알같은 가로쉬의 위안부만행 (...)

게다가 생각보다 동양에 대한 고증도 철저한 편입니다. 다른 서양발 게임들보다는 확실히 문화적 디테일에 신경쓴게 눈에 보이네요. 특히 판다리아 지도를 뜯어보면, 게임 디자이너들이 풍수지리 공부를 좀 열심히 하신듯. (실제로 흑우와 백호의 위치가 바뀐것을 빼면, 산수의 위치나 건물 및 도시들의 배치형태까지 모든 면에서 완벽한 풍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구성된게 판다리아 대륙입니다. 샤 역시 풍수에서 빼온 개념이고.)

아래가 각 확장팩들의 캐치프레이즈인데

불성: 너희는 아직 준비가 안됐다.
리분: 오게 두어라, 서리한이 굶주렸다.
격변: 내가 바로 대격변이다.
판다: 왜 싸우는가 - 무엇이 싸울 가치가 있는가

이걸 보면 마치 "양판소를 읽다가 반지의 제왕을 읽는" 느낌이 납니다.

물론 어떤 확팩도 오리에 비할수는 없습니다. 워3를 거치면서 오리떄 오크와 언데드와 트롤이 몹이 아니라 플레이어 종족으로 나온걸 보고 느낀 충격은 정말이지... 톨킨이 확립해 놓은 이래, 세계 어디서도 깨진적이 없는 판타지의 선악구분을 완벽하게 파괴한 게임 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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