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정말 미치겠습니다. 최근에 제가 정말 믿고 따르던 친구의 비밀을 알게 되었는데요. 진짜 그 아이가 그런 애인 줄 몰랐습니다.
전 학교에서 같이 다니는 친구가 다섯 명 있거든요, 근데 같이 몰려다녀도 더 믿고 따르는 친구가 있기 마련이잖아요. 전 절 잘 챙겨주는 그 친구를 믿고 따르며 살아왔는데, 진짜 고민도 다 말하고, 진로도 같이 상의하는 정말 좋은 친구라고 생각한 아이였는데……
얼마 전에 그 애의 비밀을 알게 되었거든요. 그 아이가 글쎄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술을 마셨대요. 아니 쭉 마셔왔다는 게 아니라, 5학년 때 술을 마셔 본 경험이 있다더군요. 제가 이제 중2걸랑요. 정말 충격이었고 솔직히 말해서 정 떨어지더군요. 내가 그런 애를 믿고 따르다니... 나도 참 미친년이라는 생각도 들고. 더 기가 막힌 것은 그 아이는 저보다 더 친한 친구가 하나 더 있었는데요, 그 친한 친구도 작년에 마셔봤다더군요, 두 번 마셔봤대요. 정말 성격도 쿨하고 좋은 아인데... 뻔하죠, 제가 믿고 따르던 애 때문에 마시게 된 거죠.
그 사실을 알고 나서 전 일체 그 애들에게 말을 걸지 않고 있습니다. 말하고 싶지도 않고, 그 아이들만 보면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싶기도 하고. 그 작년에 처음 마셨다는 친구를 보면, 내가 이 사실을 몰랐다면 나도 저렇게 되었을까봐 겁도 나고요.
점점 믿고 따르던 애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솔직히 말하면 제가 그 애에게 붙은 거나 다름이 없지만요. 제가 그 애에게 붙은 이유도 단 한 가지거든요. 그 아인 꼭 제가 외롭다고 느낄 때마다 챙겨줘서 그게 너무 고맙고 좋아서 믿고 따랐는지도 몰라요. 정말 마음도 혼란스럽고 공부도 안되고.
정말 중학교가 이렇게 무서운 곳인지도 몰랐고요, 앞으로 더 무서운 일이 일어 날까 봐 두렵습니다. 하, 정말 미치겠습니다.
[십대들의쪽지 / 2004. 9월호 (백아흔여섯번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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