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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처음으로 버스에서 자리 양보 받았다.
게시물ID : sewol_1451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치미노
추천 : 11
조회수 : 619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4/04/23 14:04:52
 
얼마전 다리를 다쳐서 한쪽다리를 절뚝거리며 엉금엉금 다닌다.
게다가 오래된 내 차는 폐차하고 새차를 구입전이라...
집에 오는길에 오랜만에 버스를 탓다.
느릿느릿 승차하는 날 기다려주는 기사아저씨한테 살짝 미안해하며 올라탓는데....
조잘거리는 중고딩 아이들이 점령한 버스다.
다리가 불편해 혹시 빈자리가 없나 살펴보는데...
한쪽 자리에 앉아있던 여드름만땅 뿔테안경 쓴 한 녀석이 일어서며
"아저씨 여기 앉으세요" 란다.
"괜찮아 임마 나 장애인 아냐. 걍 다친거야"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배려해주는 녀석의 맘씀씀이를 거절하기도 미안한거같아. 
그냥 "그래 고맙다"..라고 말하고 앉았다.
 
뒤쪽에선 여전히 아이들의 조잘조잘~!
전에는 버스를 타면 아이들 떠드는 너무 듣기 싫어서 화도 내고 소리치기도 했었는데....
오늘은....아이들의 조잘거림이 하나도 싫게 들리지 않았다.
 
속으로...
"나도 저런시절이 있었지" "내 친구중 몇몇은 너희만한 아이들을 키우고 있단다."...등등 생각하며,
버스에서 나오는 음악도 맘에들고,
중고딩 학창시절 친구들 생각에....이런저런 추억에 잠겨 있는데....
 
잠시후 버스안 라디오 음악이랑 광고가 끝난후 뉴스가 시작되고 나서....
서서히 버스 안이 조용해졌다.
조잘거리던 여자애들 웃음소리도, 열성적으로 게임이야기 하던 남자애들도,
그리고 수다떨던 앞자리 아줌마들도,
정거장에서 내가 내릴때까지...
아무도 말이 없었다.
 
버스에서 내려 한참을 절뚝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버스에서 내리기 전에 이말을 하고싶었다.
무표정하게 눈을 껌벅거리며 뉴스를 듣고 있던 아이들에게 말하고 싶었다.
 
"괜찮아 이 버스는 집까지 안전하게 너희들을 데려다 줄거야"
그말을 하고 싶었다.
 
운전기사를 믿고, 버스가 고장나거나 넘어지지 않을거라고 믿고있는
순수한 너희들 마음에....
어른의 한사람으로서.....
미안하다.
차마 그 말을 못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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