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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책은 읽고 까는 게 맞습니다.
게시물ID : military_787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h몰랑몰랑
추천 : 10
조회수 : 509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7/07/30 02: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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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세줄요약:
1. 페미니즘 공부는 개별 논설을 읽기 전에 사상들의 계보와 쟁점에 대한 자기 판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2. 요새 급진계 페미들은 '평등'에는 큰 관심이 없고, '여성성'의 위계에 집착한다.
3. '내가 페미니즘을 배웠소' 라고 지 입으로 당돌하게 지껄이는 년놈들은 1을 안 지킨 질럿.


보통 요새 온/오프라인 환경에서는 자칭 페미니스트들이 '공부 좀 하고 오시져' 하고 튀는 경우가 엄청 많아요.
그리고 저는 페미니즘 사상의 옹호자든 거부자든, 체계적인 비판을 위해서는
실제로 그 동안 나타났던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글의 주제는 <그 놈의 페미니즘 공부 똑바로 하는 법>입니다.

반드시, 가장 먼저 공부해야 할 것은 학계에서 '페미니즘'으로 분류되는 사상 스펙트럼들에 대한 개요입니다.
이 개요는 <새 여성학 강의> 같은 책에 아주 잘 저술되어 있는 부분이기도 해요.
본디 '여성이 억압되어 있다'라는 상황적 공감대 아래 그 원인을 제시하고 그걸 풀어 나가려는 움직임이 페미니즘이라
그 방법론들이 전혀 정치적 올바름을 담보하지 않습니다.
항상 그렇지만, 전제가 틀린 상황에서 아무말 대잔치 해 봐야 다 틀리는 거고
숲을 보지 않고 어디서 이데올로기 몇 개 주워들어서 그걸로 브레인워싱하면 훌륭한 질럿 한 마리 완성입니다.

이 문제는 제가 아는 대로 몇 자 정리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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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갈이 창궐하기 전에 한국에서 공감대를 얻었던 페미니즘은 '자유주의', 내지는 '리버럴' 페미 계열이었습니다.
여성 인권의 신장을 가로막는 원인을 여성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사회제도로 보았고
사회 제도의 평등을 이룩한 후에, 나머지 부분은 시장 경제에 맡기면 알아서 평등해진다는 관점이었죠.
고로, 기본적으로 성차 및 여성성/남성성의 분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실제로 이 관점에서 비롯하여 여성의 참정권 획득, 호주제 폐지 및 교육기회 평등 등이 실현되었습니다.
현재 이 주장에는 거의 대부분의 분들이 동의합니다. 당시에는 이를 부정하던 유슬람( ..)이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사회제도의 평등화 이후에도 양성의 차이는 존재하였고, 이걸 주제로 각종 학설들이 튀어나옵니다.
자본주의의 몰락만이 양성평등을 쟁취한다는 맑시즘 페미니즘
가부장제가 원인이니 이를 몰락시키고 남성 상징을 박살내야 한다는 급진주의 페미니즘
자본주의 자체가 가부장제의 소산이니 둘 다 박살내야 한다는 사회주의 페미니즘
여성성을 기본으로 하여 생태주의를 실천해야 한다는 에코 페미니즘
그리고 경제적 약자 계층에서 리버럴 스탠스가 소용이 없음을 지적하는 페미니즘 등등......
진짜 rough하게 이야기해서, 대충 어떤 이데올로기를 남성:여성 대립구조에 반영하면 그게 다 xxx 페미니즘이라 보시면 됩니다( ..)

그리고 한국의 현대 페미니즘 정치지형은 사회주의(노동당), 에코(녹색당), 급진주의(정의당) 정도.
한국에서 3년 전만 해도 페미니스트라 하면 리버럴만을 일컬었고, 꽤 지지받는 사상이었죠. 나름 PC 지분 많이 쌓았어요.
급진주의자로 평가받는 강단 페미니스트들도 구성원 대부분이 동의하는 리버럴의 주장에는 힘을 실어 줬으니까요.
그리고 그 '페미니즘'이라는 기표의 지분을 위의 급진주의 계열들이 다 파먹었을 뿐이고
'페미니즘'이라는 기표는 이제 급진주의자만을 가리키게 됩니다-
'안티페미니즘' 또는 '이퀄리즘' 이라는 용어가 이젠 리버럴을 가리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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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면 아시겠지만, 점점 주장이 강렬해집니다.
리버럴 계열에서 존재를 부정했던/마이너하게 생각했던 '여성성'을 전격적으로 인정하기 시작하고
가부장제의 해체를 넘어 남성 원죄론 및 여성 우월을 주장하는 시도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나아가 여성 우월을 생태주의 등과 엮어서 정당화하려는 시도들이 나타납니다.
극단적인 논자들은 '논리는 남성성을 상징하는 도구다'라는 소리까지 하죠( ..)
이 엉망진창인 판에서 본인이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가를 이 스펙트럼 보면서 먼저 재야만 합니다.
성별 차이와 여성성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가, 여성성과 남성성 사이에 위계를 부여할 것이냐 같은 질문에
논자 스스로 답을 할 수 있어야 약 파는 걸 방지할 수 있죠.

여기까지 왔으면, 괜히 강신명이 '페미니즘은 철학이라 치기에는 수준이 떨어진다'고 말하는 게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쪽 스펙트럼에서 '평등'은 그렇게 큰 관심사가 아닙니다. 오직 '억압'과 '해방'이라는 이분법만이 존재할 뿐.

이렇게 지도와 가이드라인을 그린 다음에야 개별 학자들의 논설을 평가할 수 있게 됩니다.
꼭 저한테 공부하라던 년놈들은 급진주의 논설 2-3개 읽고 와서/어디서 급진주의 세미나 2-3개 듣고 와서
그게 '위대한 페미니즘'의 전부인 줄 이야기하더군요.
가부장제는 왜 만들어진 것이며, 어디까지가 가부장제가 몰고 오는 불평등인가도 똑바로 대답 못 하면서-
'나는 페미니즘을 배웠다'는 표현은 그런 의미에서 정말 오만한 표현이에요. 이런 표현을 쓰는 사람은 일단 거르면 됩니다.
배운 사람이라면 '나는 여기에 어떻게 동의하고 어떻게 동의하지 않아서 이런 견해를 가진다'라 하죠.

뭐 구조주의적 관점에서의 가부장제가 반영된 언어 분석 같은 재미있는 연구는 많습니다.
단 그 연구가 이상한 결론을 뒷받침하는 데 쓰이면 곤란하죠.
한 줄 더 덧붙이자면, 절대 다수의 페미니스트들은 남성 사회에 대한 이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더이다.

cf>
자칭 활동가 나으리들 중 '페미니즘을 무슨무슨 페미 이런 식으로 분류하지 말라'는 소리 하는 분도 봤습니다.
나와서 목소리 내는 '운동'이 전부라고 하시는 건데, 뇌에 시냅스 대신 근섬유가 차면 그렇게 되나 봅니다.

출처 2008년부터 관심 가지고 이쪽 서적들 읽어 오던 내 두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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