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떠난 지 벌써 100일이 넘었더라...
어제 날짜 계산 하다가 깜짝 놀랐어.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네...
아빠 사진만 보면 울던 엄마도 이제 일 다니고 있어.
알고 있다고? 당연히 알아야지. 쭉 지켜보고 있었을 거 아냐 ㅋㅋ
아빠 두고 나랑 엄마랑 같이 진해 군항제도 다녀왔어.
생각해보니까 아빠랑 나랑 엄마랑 찍은 가장 마지막 사진이 아빠 칠순때 사진이더라.
그래서 엄마랑 같이 사진도 찍었어. 사진 찍히는 거 진짜 싫어하는데.
부럽지? ㅋㅋ
아빠 생일에 가려고 했었는데 안 갔어. 감기기운이 있었거든.
사실 나한테 안 찾아와서 삐졌어...
고모한텐 3번이나 가고 엄마한테도 갔었으면서 나한텐 코빼기도 안 비칠 수 있어-_-
엄마한테 갔었을 때 입었다던 양복 내가 사준 거 맞지? 구두랑. 그치?
그 옷을 입었을 때, 그게 딱 한 번이었는데. 전신샷을 찍었어야 했는데 왜 안 찍었나 몰라.
그 땐 살도 없어서 뒤에서 봤을땐 핏이 딱 살아서 멋졌었는데 ㅋㅋ
사실 아빠한테 부탁이 있어서 그래.
아마 요 일주일 사이에 많은 사람들이 아빠 옆으로 갔을거야. 그 중 대다수가 학생일거구.
너무도 안타깝게, 너무도 어이없게, 정말 아무 잘못없이 희생당한 사람들이야.
아빠가 잘 토닥여줬으면 해...꼭 안아주면서...
하늘이, 너희가 너무 예뻐서 땅과 바다에 질투해서 데려온 거라고...
아직 인사하지 않은 아이들이 있다면 인사하고 오라고 전해줘.
아빠도 그랬잖아.
아침 댓바람부터 큰고모 꿈에도 찾아가고.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아빠 친구들 찾아가본다고 내내 힘들어하다가
눈 내리는 거 보지도 못하고 나한텐 간다는 말도 없이...
그러고보니 나한텐 간다는 말도 없었네-_-?
잘 도착했다고, 잘 지내고 있다고 인사도 안 왔네?
헐...더 삐졌음-_-^
대신에
꼭! 이번에 아빠 옆에 간 희생자들을 꼭 다독여줘야해. 알았지?
다들 미처 인사도 하지 못하고 간 거란 말야...인사하고 오라고 해줘.
아빠가 가고 나서 안 찾아오니까, 내 기억 속에 가장 또렷한 아빠 얼굴이 염할 때 얼굴이란 말야.
적어도 웃는 얼굴이었으면 했는데, 살이 쪽 빠진 염할 때 얼굴이라니...나도 참 그렇다. 그치?
그러니까 잘 도착했다고 인사 꼭 하라구 해주구.
어찌 기쁘겠냐만은, 그래도 예쁜 얼굴이 가장 또렷하게 기억에 남을 수 있게 웃으라고 해줘.
그리고 미안하다고, 정말 미안하다고...너무너무 미안하다고 말해줘.
당신들을 이렇게 보내지 말아야 했는데, 너무 미안하다고...
부디 아름다운 곳에서 지낼 수 있도록 계속 기도할게,
푹 잠들 수 있게 자장가도 불러줘.
아빤 목소리가 커서 아마 거기 있는 사람들이 다 들을 수 있을거야.
어버이날에 내가 청하 들고 아빠한테 갈게.
아빠랑 같이 대작을 했어야 하는데, 못하니까 한 모금만 마실거야.
아빠 생일엔 아빠 사진만 봐도 목이 메어서 생일 축하한단 말도 못했어.
대신에 내 생일에 내가 맛난 거 많이 먹어줄게. ㅋㅋ
아빠, 잘 지내고 있는거지?
나랑 한 약속 기억하고 있는거지?
다음에도 내 아빠로, 울 엄마 남편으로 만나기로 한 거 안 잊어버렸지?
그리고 한 번 쯤은 얼굴 좀 보여줘-_-
얼굴 까먹게 생겼어...목소리도 기억이 안 날 지경이야.
내 맘 알지, 할배야?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