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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항해사가 보는 세월호 사건
게시물ID : freeboard_75931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옐로마린
추천 : 1
조회수 : 69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4/24 14:07:28
http://unreasonableness.tistory.com/
 
카페리를 탄 경력이 있는 전직 항해사입니다.
침몰 사진을 살펴보던 중 세월호의 침몰에 대한 의구심이 좀 들어서 포스팅을 해볼까 합니다.
그리고 여러사람들의 오해도 있던데 그것도 같이 해명을 하고자 합니다.
물론, 제가 모든 걸 다 아는 건 아닙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외양간이라도 고치자는 심정으로 씁니다.
 
오해에 대한 해명
1)
3등 항해사가 위험지역을 혼자 지휘할 수 있느냐라는 건데, 운전면허를 따고 나서 도로를 주행하는 것은 합법인 것처럼, 3항사 역시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는 합법적인 당직자입니다. 국내선의 경우, 선장, 1항사, 3항사로 이루어졌을 경우, 4시간마다 당직을 변경해서 선교를 지휘합니다. 어선의 경우에는 경험많은 갑판장이 운항을 책임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선장이 계속해서 선교를 지휘하는 것은 아닙니다. 선장은 특히 입출항시에 또 조종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 시간에 쉴 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3항사도 충분히 1년간의 실습이 있었고, 오고 가면서 그 지역을 통과한 예가 있기 때문에 3항사가 운행했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건 아니라는 겁니다.
 
2)
에어포켓이 존재하는데 왜 일찍 구조하지 못했는가?
저는 이건 희망 고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여객선 실내는 천정에는 일정한 간격의 덕트(공기 순환기)가 있고, 바닥에는 물을 빼낼 수 있는 배수구가 있습니다. 객실의 문은 물이나 공기가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는 문으로 수밀문이 아닙니다. 이 이야기인즉, 에어포켓이 생기더라도, 한두명이 한두시간 밖에 숨실 여유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유족들에게 미안하기 때문에 차마 말하지 못했지만, 에어포켓은 언론이 너무 과장해서 말한 기대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1일차가 지난 시점에서 깊이 37m정도의 수압을 버텨낼 수 있는 에어포켓은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꺼라고 짐작합니다.
 
3)
위험지대기 때문에 속도를 줄여야 한다?
선박은 차와 같지 않아서 일단 항구지역을 나오면 속도를 변경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엔진을 변속하면, 고장나거나 멈춰서는 일이 발생해서 더 큰 위험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미리 미리 주변환경을 예측해서 진로를 바꿔서 위험을 피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때문에 항해사들도 충분히 그런 방식에 훈련되어져 왔기 때문에 과속으로 인해 사고가 난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4)
왜 공용채널 VH16으로 안하고 VH12를 이용했느냐에 대해서 말하자면,
남들에게 알려질까봐 조심하느라고 VH16을 이용안한건 아닙니다. VH16은 공용으로 별의별 잡소리들이 많이 발생하는 잡음이 많은 채널입니다. 괜히 거기에 위급신호를 날리는 중에 다른 잡소리가 들려서 제대로된 통신을 못하면 그게 더 큰 문제입니다. 때문에 VTS라고 하는 통제국은 VH12번이라는 채널을 따로 운영하고 있으며, 깨끗한 채널로 여기를 통해서 이야기를 하는게 정상적인 것입니다. 특히 대형선박들이나 센터 등은 모두 VH12번을 듣도록 되어 있습니다.
 
5)
왜 기관부 직원들은 자신만의 비밀통로로 빠져나왔나? 라는 부분인데,
선박직 직원들은 일반 탑승객과 별도로 분리된 통로로 오고갑니다. 일반 탑승객이 있는 곳을 기름 뭍은 옷을 입고 오가기가 안좋아보이기 때문에 기관부 직원용 통로가 따로 있는 것입니다. 승객들이 있는 곳에는 승객들을 접대하는 사무직 직원들이 있으며, 사고시에는 이들이 승객들을 이동시키는 임무가 주어져 있습니다.
퇴선시에는 기관부는 모든 기름으로인해 2차 해상오염이 발생안되도록 밸브를 잠그고 중요서류를 챙겨 나오며,
항해부 직원들은 구명정을 내리고, 승객들을 태우는 등의 일을 맡게 됩니다.
 
6)
30년 이상된 배라서 위험했다?
모든 배가 30년 이상이 되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선령도 문제기는 하지만, 여객선 같은 경우에는 비교적 정비가 잘 이루어지기 때문에, 만약 무엇인가 하나라도 잘못되면, 말들이 많아지므로, 눈에 보이는 것은 잘 정비하는 편인거죠.
따라서 30년 이상된 배라서 위험한 건 아니라는 겁니다. 더구나 당일 해상의 날씨가 그렇게 험한 것도 아니었으니, 선령으로 문제를 파고드는 것은 핵심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최근의 배들보다도 오래된 배들이 튼튼한 철판을 쓰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더 단단하다고 말해지기도 합니다. 특히 이번 사고의 경우 선체의 균열이라던가, 이런 오래되서 생기는 피로도의 문제로 인해 발생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7)
카페리 앞쪽 램프를 없애면서 배의 균형이 깨졌다?
이것은 일견 맞는거 같기도 합니다. 배가 쓰러진 방향이 램프의 반대 방향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이런 공사를 하고 난 다음에는 무게를 가감하거나 발라스트로 조정을 해놓게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평소 화물을 실을 때 평행을 잡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발라스트로 이 부분은 상쇄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기우뚱한 채로 출항을 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요.
 
사고의 원인
1
세월호는 무게중심에 문제가 있있던 것이 틀림없습니다.
배가 완전히 뒤집힌다는 것은 분명 무게중심 문제라는 것을 알려주는 확증입니다.
 
그런데, 변침과정에서 기울었다면, 이해가 안되는게 있었습니다.
인천을 빠져나오는 동안 수없이 많은 변침을 해야 하는데, 왜 하필이면 그 위치에서 전복이 되었느냐 하는겁니다.
더구나 이때까지 한두번 운행한 것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대략 위의 그림과 같이 인천항을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변침을 자주 해야 합니다.
 
특히 맹골 수도에서 변침은 그렇게 심한 변침도 아니고, 10도 내외의 변침일텐데, 인천을 빠져나오면 30~40도 변침도 잦기 때문에 쓰러지려면 미리 쓰러졌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다가 침몰 사진을 보면서 이상한 점이 하나 보였습니다. 사진의 빨간 동그라미 부근의 날개가 펴진 상태라는 겁니다.
 
Stabilizer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스타빌라이져는 배의 측면에서 펴져서 배가 심한 롤링을 하는 것을 각도 조절을 통해서 감쇄시키는 목적을 가진 날개입니다.
보통의 여객선에는 저런 장치가 있어서 심한 풍랑 속에서도 비교적 덜 흔들리면서 멀미를 줄이는 등의 쾌적한 항행을 보장해주는 장치입니다.
 
이 장치는 많은 전기가 들어가기 때문에 심한 풍랑이 아니면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고 당일의 해상 날씨에는 스타빌라이져가 펴질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 저게 펴져 있습니다????
 
사고로 인해서 발전기가 스톱되고 작동을 안하는데 오작동으로 켜지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제 주관적인 판단으로는,
 
선박 운항자들은 변침을 할 때, 배의 경사가 심하다는 것도 알고, 배의 복원력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알았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도 스타빌라이져를 켜고 달렸던 것으로 보입니다. 변침을 하거나 할 때, 스타빌라이져는 속도만 있으면 어느 정도 배의 균형을 잡아주기 때문입니다.
폭풍우때는 자주 움직여서 전기를 많이 먹지만, 잔잔한 바다에서는 변침할때만 사용되므로, 그렇게 많은 전기를 먹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서 인천항을 빠져나오면서 해당 위치까지는 별 위험없이 올 수 있었는데, 사고지점에 다다라서 변침의 순간 전기가 나가던가 하는 등의 원인으로 제대로 작동을 안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배를 복원 시켜주는 스타빌라이져가 힘을 발휘를 못한 겁니다.
 
스타빌라이져는 기본적으로 전기를 많이 먹는데, 자주 안사용하면 부하가 덜걸리지만, 배가 일단 기운 상태에서는 계속해서 부하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발전기 용량에 한계가 오고, 일시적으로 발전기마져, 부하를 이기지 못하고 정지된게 아니냐는 겁니다.
 
한가지 더 집어야 할 것은, 스타빌라이져의 힘은 배의 추진력입니다. 배가 멈추는 순간 스타빌라이져의 복원력은 사라집니다.
 
2
또 하나 배에 실은 화물이 한쪽에 쏠려서 배의 균형을 무너뜨렸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보통의 카페리에는 가운데 쇠빔으로 된 격벽이라는게 있습니다. 만약 배가 작아서 없을 수도 있기는 한데, 선수 부분에는 배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서 거의 존재한다고 봐야 합니다.
 
 
 
 
 
 
위의 그림처럼 격벽이 있어서 한쪽으로 쓰러진다고 해서 모든 화물이 한꺼번에 몰리지는 않습니다. 또한 화물이나 차량등의 부피도 있기 때문에 어떤 설명처럼, 완벽하게 한쪽으로 쏠리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맨 마지막에 70도 이상 넘어갔을 때 완전히 180도 배를 뒤집는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30도 정도에서 배를 뒤집는 효과는 미약하지 않았을까 하는 판단입니다.
 
3
배의 복원력을 위해서 발라스트(평행수)를 부족하게 넣었던 것은 사실인거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렇게 넘어가기란 쉽지 않습니다. 발라스트를 덜 넣으면, 그만큼 기름값이 덜 소모되어 이익이기 때문입니다.
발라스트를 제대로 넣었다면, 배 무게의 중심이 물에 들어간 선박의 부피의 중심보다 아랫쪽에 위치해서 오뚜기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무게를 연료를 아끼려고 뺏기 때문에 그 역할이 깨진 것이겠죠.
 
4
때문에 세월호는 발라스트를 빼거나, 화물을 많이 실거나 하면서 운행시에는 스타빌라이져를 켜고 다녔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사고 지점에서 스타빌라이져가 작동을 하지 않았고, 왜인지 모르지만, 배가 속도가 줄어들면서 스타빌라이져는 더이상 효력을 발휘 못하면서 급속도로 기운 것으로 보입니다.
엔진만 계속 돌아가서 진행만 햇더라도 스타빌라이져의 힘으로 어느 정도 정상 복구가 될 수도 있었다는 뜻입니다.
 
5
왜 배의 복원을 시도하지 않았을까?
화물창의 짐이 움직여서 배가 기울어진 상태였다면, 정상적인 경우, 발라스트(평행수)를 반대편에 채움으로써 배를 복원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물론, 배에 따라서는 펌프의 용량이 작아서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긴 하지만, 어쨋든 공해상에서 배를 제 위치로 균형 맞추기 위해서는 가장 좋은 방법이고, 유일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시도하지 않았을 까요? 항해사라면 그걸 밥먹듯이 해야 하는데 그런 일인데도 말입니다.
그래서 생각하는건, 뭔가 발전기 상에 문제가 있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펌프 자체가 작동을 안했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구조에 대해서
배 사고야 날 수 있다고 칩시다. 민간이 규정을 어겨서 그런일이 발생했으니까요.
사전에 못막은 것도 행정의 잘못이지만, 사고 수습에 저는 머리가 텅비는 것을 느꼈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와서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기 때문일까요?
 
6
왜 조난과 함께 구조를 위해서 터그보트라는 예인선은 출동을 안했을까요?
예인선이 출동해서 배가 기운 반대 방향으로 줄을 잡아서 땡겼다면, 배가 3~4시간 동안그렇게 쉽게 넘어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물며, 가장 가까운 섬이 2km라고 들었는데, 예인선으로 배를 끌어다가 임의 좌초를 시켰다면, 적어도 가라앉지는 않았을 듯 합니다.
물론, 배는 많이 훼손되겠지만, 인명 구조가 먼저 아닌가요? 왜 터그 보트들은 출동을 안했을까요? 의문입니다.
 
 
 
7
조류가 무척이나 쎈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압력이 공기와 다르게 사람의 수중활동을 심하게 제한할 가능성이 크죠.
하지만, 선박 안에 들어가면 상황은 다릅니다. 밀폐되어 있어서 비교적 조류의 영향이 적죠.
그렇다면 해상과 선박간을 오고 갈때 문제가 크다는 겁니다. 그러면 그걸 해결해야죠
다이빙벨이니 뭐니 말이 많던데,
 
배를 만드는 조선소나, 일부 공장등에는 길이는 10m정도 되고, 직경 1.5m 정도 되는 쇠파이프들이 있습니다. 그걸 3~4개 연결하면 수심 40m는 거뜬합니다. 배의 입구 부분쯤에 구멍을 뚫고, 이걸 연결해서 해상에서 크레인으로 고정하고, 바닥에 심었다면, 하루나 이틀정도의 설치 시간이 지나면 충분히 잠수부들이 파이프 안에서 자유롭게 조류의 영향을 안받고 작업장까지 오갈 수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데 왜 안한겁니까? 왜 비싼 하루 1억짜리 해상크레인은 오면서 1000만원도 안할 이런 쇠파이프는 사용을 안할걸까요?
 
 
8
전술했다시피, 여객선 선실에서 에어포켓이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런 구조 방법이 별 의미가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만, 자연의 조건으로부터 벗어날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지 못한게 오히려 욕을 먹는 지금에서, 조금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입니다.
 
9
라이프 레프트는 사실 카페리 같은 높은 선박에서는 효과적인 탈출 방법인지 의문이 갑니다. 라이프 레프트를 강제로 떨어뜨리고, 20미터 가까운 높이에서 물에 빠져들어 고정되있기 힘든, 라이프레프트로 헤엄치는건 사실 훈련을 받았더라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더구나, 라이프 레프트 옆에 사다리가 있어야 하는데, 사다리마져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최대한 난간을 붙잡고 있다가 수면에 가까이 왔을 때, 빠지는 방법도 있기는 하지만, 그 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골든 타임이라는 시간에 사실 모든 승객은 5층에 대기해 있었어야 했습니다. 3층이나 4층인 경우에는 외부 갑판으로 나오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구조된 승객의 대부분은 5층이었으며, 3층에 특히 피해가 많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전기가 나가서 어둡고, 물이 들어와서 어디까지가 통로인줄 모르는 상황이라면, 결코 잠수를 해서 빠져나올 수 없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선장의 입장에서 평소 복원력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승객들이 400명 * 60kg = 24톤의 무게가 상부로 올라오는 것이 균형을 잡는데 오히려 방해가 되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니, 현 상태로 머물러 달라는 방송을 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10
퇴선 명령도 아쉽습니다. 전기가 나가더라도 최소한의 퇴선 명령이 나올 베터리가 선교에 설치되어있기 때문에, 벨을 누르면 퇴선 신호는 선교가 물에 빠지지 않는 이상 울리기 때문입니다. 멘트 방송은 했는데 안나갈 수는 있겠지만, 퇴선 벨은 울린 적이 없기 때문에 안눌렀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30도 정도만 기울어도 실질적으로 엄청난 기울기를 경험할 수 있는데, 평소 배의 복원력이 안좋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그때라도 즉시 퇴선 신호를 울렸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물론, 그것보다 더 기울고 나서 선장이 탈출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대체 그 시간동안 선장은 무엇을 한걸까요?
퇴선 벨은 일반 사람에게는 생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경고 신호가 계속 울리면, 뜻을 몰라도 사람들은 자체적으로 불안해져서 탈출하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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