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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최근영] 현대차의 전용 하이브리드 모델, 아이오닉을 타봤습니다. 일단 타본 소감을 간략히 이야기하면, 시내 주행연비가 정말 좋더군요. 현대차의 하이브리드 시스템 노하우가 분명 많은 진전을 보였다고 보입니다.
그러나 저에게 아이오닉을 살 수 있는 예산을 주고 어떤 차를 고르라고 하면 아이오닉을 고르는 데는 좀 주저할 것 같더군요. 하지만 아이오닉은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이 이야기를 좀 더 자세하게 해보도록 하죠.
우선 하이브리드 모델에서 가장 중요한 연비를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차를 시승하면서 장거리를 뛰지는 못했고 오랜 시간 타지는 못했지만, 시내 주행을 많이 하고 간선도로를 타보면서 연비효율도 보고 여러 가지 주행도 체크를 해봤습니다.
무엇보다도 시내 주행 연비가 기대보다 잘 나오더군요. 하이브리드 기종은 모터를 구동하는 배터리와 모터구동 간의 효율 측면과 차가 구동하는데 드는 에너지의 수준도 중요한 요소인데, 모터의 개입도 많아진 듯 느껴졌고 실제 차를 구동하는데 드는 에너지 소모가 꽤 작아진 듯했습니다.
아주 꽉 막히는 시내가 아닌 일요일의 평범하고 수월한 시내를 몇십 분 60km/h 이내의 속도로 주행해보니 맨 처음에 22~23km/L가 찍혀서 깜짝 놀랐습니다. (배터리 충전상태가 중간 정도의 수준에서 시작했는데도) 그제야, 아 이차가 기존모델을 변형한 하이브리드가 아니라 현대차 친환경 전용 모델로 내놓은 차종이지? 라는 생각이 번뜩 들더군요. 아무래도 좀 막히는 시내로 가게 된다면 16~18km/L까지는 내려올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차를 탈 때 토요타 프리우스(구형)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연비 수준은 분명히 토요타 프리우스(구형)보다는 확실히 좋다는 쪽으로 기울었고요. 토요타 신형 프리우스는 타보지 않았지만, 현대 아이오닉이 분명 효율에서는 만만치 않은 상대임은 명확한 것 같습니다.
다른 것들은 어땠을까요? 아이오닉이 하이브리드 기종이지만 주행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파워면에서는 넉넉하지는 않아도 이 차체에 이 배기량을 고려하면 수긍이 가는 편이고요. 6단 DCT는 빠른 변속보다는 효율에 방점은 준 미션 시스템으로 보이는데 하이브리드 임을 고려한다면 이해가 갑니다.
고속에서의 안정감도 LF쏘나타가 나온 시점부터 현대차가 비약적으로 좋아진 것처럼 이 차도 괜찮은 편이죠. 서스펜션은 경박하지도 않고 아주 세련되었다고 말하기는 살짝 모호하지만, 이 차의 체급으로 보면 나름 적절하게 잘 다스렸습니다. (스티어링휠의 조향 느낌은 아직도 좀 자연스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이 차는 준중형차의 범위를 넘어서지는 않습니다. 전체적인 공간감과 주행에 대한 묵직함과 감성은 역시 중형보다는 준중형이 맞는 것이죠.
아이오닉의 가격과 소비자의 심리저항선
그런데 여기서 가격을 보게 되었는데요. 이 차량의 가격이 2,289만 원에서 2,721만 원입니다. (개소세 세제 혜택을 빼면 2,393~2,845만 원) 준중형인 아반떼 AD(1,531~2,125만 원)와 비교한다면 약 758만 원~596만 원의 GAP을 가지고 있죠.
결국, 쉽게 말하면 아이오닉은 가솔린 중형차의 가격과 비슷하고요. 소비자 관점에서는 LF쏘나타를 살 돈으로 아이오닉을 구매 결정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소비자 관점에서는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모델의 좋은 연비로 인한 금전적 이득은 어느 정도일까요? 또는 어느 정도 봐야 LF쏘나타를 탈 돈으로 아이오닉에 이성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을까요? 동일비교를 위해 아이오닉의 복합연비(20.2km/L)와 LF쏘나타 복합연비(12.0km/L)를 연 1~2만 킬로 주행하는 유류비를 실제 계산해봤습니다.
결국, 중형차를 살 돈으로 아이오닉을 사면 줄일 수 있는 총 유류비용은 연간 1만km 주행하시는 분들은 3년 시 198만 원, 5년 경과 시 330만 원 정도이고요. 연간 2만km 주행하시는 분들은 3년 경과 시 393만 원, 5년 경과 시 655만 원 정도입니다.
※ 산정 로직 : 연간주행 거리 / 실연비= 990 연간소요리터 * 리터당 유가
※ 실연비는 아이오닉은 실연비 저하율 0%, 쏘나타는 17%로 산정(아이오닉이 시내 주행연비 손실이 없기 때문)
정리하면 아이오닉은 연간주행 거리가 2만 킬로 이상이고 5년 이상을 사용했을 때 현재의 가격 GAP과 비슷해지는 정도이고 그렇지 않은 운전자들은 아예 가격 GAP을 메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중을 고려할 때 최근 연 2만km는 주행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음을 볼 때, 그리고 보유주기가 더 짧아지고 있음을 볼 때는 결국 하이브리드로 인한 취득세 감면 140만 원을 고려하더라도 현행 아이오닉은 가격정책이 좀 아쉽다고 봐야 한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겠네요.
(물론 현대차의 친환경 모델이니만큼 개발비를 고려하면 현행 가격도 현대차에서는 어렵게 내놓았을 수도 있습니다.)
아이오닉을 살만한 가격대는 얼마?
그렇다면 아이오닉을 소비자가 살 수 있는 적정한 가격대는 얼마일까? 아이오닉의 유류비 절감분이 중형차 살 돈과 같은 비용이 된다 하더라도 중형차의 활용성과 감성을 고르게 되기 때문에 저는 최소한 1만km/연 5년 시 비용 차이(330만 원)나 2만km/연 3년 시의 비용 차이(393만 원) 정도 이내로 준중형모델과 가격 GAP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취득세 절감이 고려되더라도)
결국, 아이오닉은 2,000만 원에서 2,400만 원 정도가 적당한 가격이죠. 현대 i30와 비슷한 가격입니다. 아마도 현대차가 이 가격대에 벨로스터와 현대 i30를 포진시키고 있어서 고민이 많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오닉이 현대차의 첫 친환경전용모델의 상징성을 생각하면 좀 더 확실한 보급과 확산을 위해 대담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좋지 않았나 생각을 해봅니다. (옛날에 토요타 프리우스가 미국에서 그리 비싸지 않은 금액에 보급했던 전략과 비슷하게 말이죠)
한 번 더 의견을 내자면
현대차가 만약 현행 가격대로 아이오닉을 성공시키고자 했다면, 또한 아이오닉의 성공이 간절했다면 좀 더 디자인에서 유니크하고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가져가야 했습니다. 단번에 eye catching이 가능한 디자인이 저런 이성적인 가격 barrier를 넘어설 수 있는 것입니다.
BMW i3의 경우 럭셔리 브랜드의 advantage가 있었지만, 그 자체에서 정말 유니크함을 확실히 가지고 있죠. 현대차가 양산차라는 디자인 설계 제약이 있겠지만 "좀 더 과감한 디자인을 했으면 어땠냐"는 라는 아쉬움이 있네요.
자, 하지만 전 현대차의 아이오닉을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현대차는 짧은 자동차 역사에 벌써 친환경 전용모델을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그 연료효율도 업계 선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입니다.
물론 이 부분은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또한, 무분별한 지적보다는 발전적인 충고를 해서 좀 더 우리나라 대중들에게 인정받는 브랜드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번 친환경전용 모델을 통해 여러 가지를 경험하고 배웠으면 좋겠네요. 아이오닉이 첫 전용모델임만큼 앞으로 내놓는 친환경 모델은 좀 더 발전이 보일 것이라 기대해봅니다.
출처 | http://news.danawa.com/view?boardSeq=62&listSeq=3136072&past=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