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학 후, 한달가량 일하다가 잘리게됐고.. 그와중에 중학교동창(A라 쓰겠습니다)을 만나게 됐습니다. 반가워서 교대역에서 한번 봤는데 제가 좀 많이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A가 스크린골프장 프런트를 소개해준다는 것이었습니다. 대학 다닐 때에도 가끔씩 연락을 했었기에, A가 소개해준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친구와 고시원에 살고 있었는데,
결국 면접을 보기로 하고 갔습니다. 교대역으로 가서 기다리는데 늦게 나왔습니다. 근처의 카페같은 곳으로 들어가서 이것저것 시켰습니다. 그러면서 좋은 얘기하다가 전화를 받더니 안됐다는 식으로 얘기를 합니다.
원래 떠난 것에 미련을 별로 두지 않아 안됐음 어쩔수 없지, 나 갈게 라고 하는데 친한 언니가 근처 회사에서 팀장이라며 마침 회사에서 하는 세미나를 듣자고 했습니다. 아무의심없이 그냥 갔습니다.
그래서 세미나실에 들어가서 세미나를 들었습니다. 서서 들었어요, 의자에 자리가 없어서.. 그 이후로 계속 들었습니다. 하루에 4개씩. 1번 들을때마다 한시간반에서 두시간씩.
교육은 맨날 똑같았습니다. 회사제품소개 - 성공담 - 사업소개 - 성공담. 회사의 주된 요지는, 다른 다단계와 다른 우리 회사만의 특징은 [누적]이라면서 다른 회사들은 한달이 지나면 등급이 올라가기전까지 했던게 다 사라지고 다음달부터 다시 시작인데(등급올라가면 유지), 자신들의 회사는 등급올라가기 전까지 실적이 유지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다단계도 얘기해줬지요. 특히 정수기 다단계. 몇개씩 사게만들고 빚더미에 안게된다는 것, 하지만 우리회사는 다르다. 누적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는 것.
솔직히 저는 가난하게 살아왔습니다. 휴학도 돈이 없어서 한 거였기 때문에 성공하면 500~1000만원을 번다는 말에 넘어갔고 저 스스로도 자신감에 차 있었습니다. 참.. 저도 바보였지요..
어쨌든 그걸 하기로 했습니다. 세미나를 들을 때 팀장언니가 안시켜준다면서 하고싶으면 나한테 잘하라그래서 있던 돈 15만원을 다 썼고, 찜질방에서 잤는데 돈도 제가 거의 다 냈습니다.
그래서 어떤 집으로 들어가게 됐습니다. 그 집이 그동안 수도관공사를 해서 제가 못들어갔다고, 이제 다 했으니까 괜찮다고 해서 들어갔습니다. 들어가니까 사람들이 정말 반갑게 맞아줍니다. 제 얘기 다 들어주고 웃겨주고.. 그리고 제가 나이를 먼저 밝히고 몇살이냐고 물어보니까 깜짝 놀라면서 여기선 나이얘기를 안하는 거라고 얘기합니다. 나중에 알게됐는데 어떤 사람을 데려올지 모르니까.. 나이적은 사람이 팀장인데 아랫사람이 나이많은 사람 데려오면 통제가 안된다고.. 나이를 밝히지 못하게 하더군요.
어찌어찌 사업(다단계를 시작하는 것)을 시작하게 되고 건물의 구조가 지하가 세미나실, 2층이 사업장이었는데 2층에 가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거의 20대였고 그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게 들어차 있고 여기저기서 인의장막을 치고 무언가를 듣고 있고..
숨이 턱 막혔죠; 어쨌든 뒤쪽의 탁자에 앉아 있는데 팀장언니가 A4용지를 줬습니다. 거기에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사람을 다 쓰라고 했습니다. 번호까지. 다 썼더니 그 옆에 등급을 매기랍니다. 정말 친하면 A 그 다음은 B, 얼굴이랑 이름만 알면 C... 그래서 썼습니다. A4로 한 2~3장 나온 것 같아요. 그걸 보더니 A, B위주로 가자면서 얘기를 합니다. 처음에는 뭣도 모르고 제가 뭔짓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고 정말 말 잘들었지요.
며칠 지내다가 지금까지 지내던 집을 떠나서 이제 진짜로 사는 집으로 간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갔는데.. 방이 2개가 있습니다. 작은방과 정말 큰 방. 거기서 성공한 사람을 GM이라고 하는데 이런 사람들이 자기 라인사람들 관리한다고 집마다 1명씩 같이 삽니다. 집마다 방장같은게 있구요, 저는 처음에 작은방에서 잤습니다. 친구랑 같이요. 작은방이 알고 보니 GM방이나 다름없습니다. 큰방엔 다른사람들 물건을 모아놓고, 작은방엔 방장들의 물건만 따로 놓습니다. 그리고선 특별한 듯 하다가 또 며칠 지나면 슬슬 큰방으로 갑니다. 정말... 딱 군대에서 일자로 자는 . 딱 그렇게 잡니다.. 그래도 신참이라고 맨끝자리 주대요 ㅋㅋ 아.. 그리고 일하면서 업라인(자기 윗라인 사람들)을 소개받습니다. 부를 때 업라인이라고 부르랍니다. 그렇게 불렀지요..
새벽? 아침? 하여간에 겨울에 들어갔는데 7시엔가.. 출근을 합니다. 9시에 무조건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돌아가면서.. 그 이후엔 계급을 달았지만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거짓말로 사람들 꼬시는 방법, 공장다니는 애들은 이렇게 챙겨줘야 잘 넘어온다, 서비스직은 이렇게 챙겨줘야 잘 넘어온다 이런 것들.. 그리고 밥은 무조건 컵라면입니다. 돈이 많은 사람도 무조건 컵라면같은걸로 먹게 합니다. 그 이유는 성공하고 싶으면 돈을 아껴라, 돈 펑펑쓰다가 나중에 돈 없을때 어떻게 할거냐? 이겁니다. 저는 컵라면 사먹을 돈도 없어서 A가 좀 주고 그랬었지요.. 거기서 능력있는 매니저로 통했거든요 밥을 먹고는 발표..같은 걸 합니다. 발표를 하면서 자신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우자는 거죠. 이게 끝나면 또 각 라인마다 모여서 교육을 듣고 그럽니다. 이게 매일 반복이죠. 퇴근은 5시엔가 한 것 같습니다. 퇴근하고 집에가서 빨래, 청소, 밥먹기 등등을 합니다. 그때 또 제일먼저 집에가서 걸레잡고 화장실청소하는 사람이 성공빨리한다고.. 솔선수범해야 성공한다고 화장실청소는 엄청난 인기였죠. 제가 초반에 설거지하고 그랬더니 솔선수범한다고 빨리 성공할거라고 칭찬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녁밥을 해먹고 나서는.. 다들 옷을 입고 나갑니다. 나가서 사무실엘 가든지 해서 다들 가서 전화를 합니다. 노트에 전화내용을 적고 다음에 언제할 것이다, 까지 적습니다. 하루하루 적어서 매일매일 각 라인 최고계급자에게 검사를 받습니다.
제가 불렀던 친구는 총 5명이었습니다. 그런데 3명에게 세미나를 보여줬습니다. 2명은 거의 그냥 갔구요.. 2명은,. 세미나도 안 보여주고 해서 조금 낫습니다만.. 3명에게 엄청난 죄책감이 듭니다...
3명이 다 여자애인데, 1,2,3으로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1도 형편이 어려웠습니다. 형편어렵고 가난한 애들 위주로 타겟을 잡으라고 합니다. 왜냐면 좀 사는 애들은 500~1000얘기해도 별로 꿈을 안 꾼다고요. 가난한 애들은 돈에 넘어간다고.. 그래서 세미나를 보여줬습니다. 정말 착하고 예쁜 앤데, 너무너무 착한 애인데, 제가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 친구가 제게 이력서를 보내 왔고 저는 그 이력서를 팀장을 보여줬습니다. 사진까지 이쁘게 붙였더군요... 그런데 1의 어머니가 다단계에 당한 이력이 있어, 의심을 했습니다. 만나기 전날 저에게 물어보더군요. 정말 미안한데.. 다단계 아니지? 하면서 묻는데.. 저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세미나를 처음 듣고선 가겠다는 겁니다. 주변에 그렇게 다단계 당한 사람들은 겁부터 내니까 우선 다 들어보기만 하라고 권하라고 합니다. 막무가내로 다 들으라고 그러면 겁에 질려서 듣지도 않는다고. 결국 들었습니다. 그 아이도 없는 돈으로 팀장점심 사주고 저 점심 사주고.. 이렇게 친구 부르는 것을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고객 모신다]면서 축하한다고 얘기합니다. 그리고 고객에게 무조건 돈을 쓰게 합니다. 그 돈이 아까워서라도 들어본다고. 세미나 들을 때 쓰는 돈이 많을수록 결정률이 높다고. 돈을 쓰게 하면서도 미안했습니다. 그 때부터 내가 뭘 하나 했었던 것 같아요. 결국 하루듣고선 안듣는다고 간다고 했습니다. 저는 친구를 잡았지요. 근데 안된다고, 간다길래 저는 그냥 보내주려 했는데 팀장언니가 오더니 엄청난 욕을 하면서 니가 사람이냐 뭐냐 하면서 애를 울리는 겁니다. 나중에 들으니 그 언니 욕때문에 엄청 무서웠고 상처가 심했다더군요.. 그래서 결국 4일인가 3일동안 다 들었습니다. 결국 안했죠. 당연하겠죠. 그렇게 욕을 먹고 할 생각이 있겠습니까.. 갔을때 좋은 마음으로 갔는데 나중에 인터넷을 검색해보더니 - 피해자 수기, 이런걸 봤나봅니다. 전 이런게 인터넷에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ㅠ [니가 날 어떻게 오게 했고 지금까지 나한테 한 말이 모든게 거짓말인거 안다. 정말 치가 떨린다 난 너때문에 그 언니한테 욕까지 들었다. 난 너 이제 못 믿겠다] 며 제게 전화를 했습니다. 정말... 너무 미안했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제가 정신을 못 차렸나 봅니다.
2,3을 불렀을 땐 하루만에 그냥 갔습니다. 1번에게 너무 미안해서 잡을 마음조차 없었습니다.
결국 저는 관뒀습니다. 아, 그리고 세미나 할 동안에 남자친구에게 연락하지 말라고.. 이게 좋은건데 사회적인 이미지가 안 좋아서 남자친구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무조건 안된다고 할 거니까 나중에 잘되면 얘기하라고 해서 그랬습니다.
인터넷좀 하고 싶었는데 그것도 못하게 했습니다. 인터넷에서 회사에 관해 검색할까봐요. 당연히 안 좋은 말밖에 더 있겠습니까.
정말 멍청하게 4개월 반을 거기에 있었습니다. 나올때가 더 고통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정말이지.. 6~7개월을 아무것도 못하고 정신적인 문제로 너무 힘들었습니다. 일자리를 찾는데 일자리는 안구해지고.. 집에 가고 싶은데 집에 뭐라 말할수가 없고.. 친구들을 만나고 싶은데 친구들 사이에 말이 다 퍼져서 날 어떻게 볼까 하고 너무 무섭고.. 정말이지.. 악몽의 연속이었습니다. 제 남자친구가 언제 서울쪽에 왔었는데, 제가 못 만난다고 하자 제가 가르쳐준 직장에 가봤더니 제가 없더랍니다. 그리해서 알게 되었고 끈질긴 설득으로 전 결국 그만두었습니다. 그만두고도 무력해져 있고 마음의 병으로 지쳐있는 저를 따뜻하게 감싸준 제 남자친구.
나와서 애들에게 연락을 해서 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울면서 얘기했습니다. 그친구들이 나를 다시 전처럼 대할 수는 없겠지만.. 조금은 마음이 풀렸으면 좋겠습니다..
4개월 반의 시간을 잘못 쓴 탓에 2년동안 고생하고 있는 저입니다. 여러분, 다단계는 좋은 것이 아니예요. 정말 나쁜거예요. 네트워크 마케팅이란 생소함에 속지 마세요.
솔직히 거기서 쓴 돈? 정말 처음에 갈때 가지고 갔던 15만원이었습니다. 사람들 욕 많이 하죠.. 근데 제가 있던 라인의 사람들은, 제가 있던 집 사람들은.. 솔직히 말해서 좋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그 사람들이 갖고 있는 신념이, 생각이 무서운 거였죠. 지금도 다행인 것은 제가 많은 돈이 없었다는 게 제일 다행입니다. 만약, 정식적인 회원가입을 위해 필요한 400만원 가량이 있었다면 제가 거기서 과연 나올 수 있었을까요 ? 그 400만원이 아까워서라도 지금까지도 그거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거길 나오고 제 친구에게 연락이 왔더군요. 제가 일 그만뒀다니까 자기에게 들어온 일자리가 있다면서.. 거기한번 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그래서 알았다고 했습니다. 연락이 왔습니다. 친구의 친구에게서. 파티플래너 보조직업이라며 행사장 준비등등.. 이렇게 얘기하길래 왠지 심상찮은 느낌이 들어 살짝 튕겼습니다. 그랬더니 그쪽에서 더 튕기면서 이력서를 보내라, 등등의 말을 하는 겁니다. 처음 얘기할 땐 급하게 구하는 거라더니.. 이제 와선 팀장님 권한으로 하긴 하지만 지원자가 많아 이력서를 보내라니.. 이상했습니다. 그래서 경험을 바탕으로 안한다고 쿨하게 얘기했지요. 그랬더니 기껏 XX친구라 그래서 이런거 소개시켜줬더니 이게 무슨 태도냐 등등..열내는 걸 보니 제가 저 입장이었으면 훨씬 더 잘 낚았을 겁니다. 다단계 시작한지 얼마 안되는 초보였나 봅니다.
어찌됐건... 여러분 다단계 조심하세요. 불러올리는 패턴도 여러가지예요. 주로 일자리 핑계가 많은 이유는 주변을 정리하고 바로 살기 쉽게 올라오니까 그래요. 돈도 얼마정도 들고 올라올 테고.. 놀러오라면서 하기도 합니다. 참, 일자리도 여러가지예요. 전에는 어디어디 월 얼마 ~~ 이런 식으로 했다고 하는데 제가 할 때즘엔, 단기알바도 많이 써먹었습니다. 기숙사 있고 단기알바이긴 한데 시급이 좀 세다 하면 정말.. 거의 다 올라옵니다. 여러분들 다단계낚시에 걸리지 마세요 임신했다고 뻥치고 부르는 사람도 있고 정말 가지가지 입니다. 특히 안친했던 애가 갑자기 전화해서 친한척 하고 그런다면.. 조심하세요. 보통 바로 말하지 않아요. 한달에서 두달? 정도 작업하면서 신뢰감등등을 쌓아놓고 일자리 얘기 합니다.
특히 공장에서 일하시는 분들 잘 낚아와요. 그쪽에서 다단계방지 교육같은거 한다고도 들었는데 다단계하는 애들이 낚는 노하우가 보통이 아닙니다. 요리조리 챙겨주면서 웃겨주면서 전화통화하는 동안 사람에 대한 이미지를 확 바꿔놉니다. 믿음직하고 서울올라가서 좀 잘 살고 성공한 듯 하다는 이미지를 팍팍 심어줍니다.
... 글이 너무 두서없고.. 또 너무 기네요..; 관두고 한동안 사람들을 못만나고 밤에만 나다닌 적이 있습니다. 정말 백번 조심하라고 해도 모자란 게 다단계입니다. 여러분 정말 조심하세요.
그리고.. 다단계 하다가 나온 사람 너무 미워하지마세요.. 이 죄책감은, 평생 지워지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