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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라임과 박정희 육영수 신화의 종말
게시물ID : sisa_7894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권종상
추천 : 21
조회수 : 1912회
댓글수 : 18개
등록시간 : 2016/11/16 07:41:15

요즘은 이곳에서 본국의 TV 드라마 같은 건 거의 실시간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세월이 좋아졌습니다. 그 전에 한국 TV를 보려면 비디오 대여점에 가서 잔뜩 빌려와야 했지만, 요즘이야 위성 TV도 있고, 케이블 TV에서 한국 방송을 해 주는 곳들도 있고 해서 시청자들은 편해졌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드라마를 볼 시간이 없습니다. 인터넷으로 뉴스나 시사 교양 프로그램 같은 것을 가끔 들여다볼까, 여가시간엔 이것저것 해야 할 것들이 많고, 또 제 나름의 삶을 살아가는 스타일이 있는데다 여가시간을 거의 운동과 인터넷에서 글들을 읽고 쓰는 데 소비하기 때문에 그렇겠지요. 물론 사람들과 만나고 와인 마시고 하는 것도 저에겐 중요한 것이긴 합니다만. 

그런데... 오늘 저는 '시크릿 가든'이라는 드라마를 검색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길라임이라는 게 뭔가 궁금해서 찾다가 그리 된 것입니다. 아, 여기 주인공이 길라임이였군요. 그리고 대통령은 이 드라마의 주인공의 이름으로 차움 병원을 이용했다는 이야기가 들리는군요. 인터넷엔 온갖 패러디가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하지원 씨가 울면서 "내가 이러려고 길라임역을 맡았나, 자괴감 들고 괴롭다"고 말하는 패러디 합성사진은 압권입니다. 

대통령이 건강 관리 할 수도 있지요. 그렇지만 이게 지금 이렇게 폭소거리가 되고 패러디가 넘치는 이유는 그녀가 대통령이라는 사실 자체가 웃기기도 하거니와, 그녀가 했던 행태들이 이렇게 하나둘씩 바깥으로 유출되면서 그녀에게서 '대통령으로서의 자질과 자격, 품위' 같은 것을 하나도 볼 수 없기 때문이겠지요. 

엊그제 그녀의 사촌 형부가 되는 김종필씨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를 통해 폭탄이 될만한 발언들을 남겼습니다. 박정희와 육영수의 가장 나쁜 점만 닮은 게 박근혜라는 거였습니다. 누구보다도 가장 근처에서 박근혜와 그 일가를 보았으니 이런 말이 나올 수 있겠지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박정희 정권을 세운 가장 큰 공신이며 가족인 그가 이런 인터뷰들을 했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터입니다. 

박근혜가 지금까지 잘못한 것만 있는 줄 알았지만, 저는 이로서 박근혜의 가장 큰 공 하나를 알게 됐습니다. 역사 속에서 박정희가 세워 왔던 거짓 신화들이 이렇게 사라지고 있는 겁니다. 박근혜가 만일 제대로 정치를 했다면 박정희와 육영수 신화에 기대어 정치를 해 왔던 온갖 잡배들은 계속 살아남았겠지요. 그러나 박근혜가 이렇게 한국의 정치와 사회, 경제를 말아먹으면서 이제 박정희 신화가 해체되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신격화된 교주의 딸에서 길라임 흉내나 내고 싶어하는 철없는 유한마담 혹은 노처녀로서 끌어내려지게 됐습니다. 어쩐지, 박근혜씨가 자기 행사에 현빈씨를 끌어다 놓더라니. 아, 참, 그게 강남에서 새누리당이 많은 의석을 빼앗긴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말도 있었던가요...? 

박정희 신화가 무너지고, 코미디언들은 일자리에 위협을 받는 그런 시대입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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