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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수준하락과 NC와의 상관관계
게시물ID : baseball_789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생을즐
추천 : 0
조회수 : 709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4/05/15 20:47:03
프로 구단수가 늘어나면서 단기적으로 리그 전체의 평균적인 수준이 하락하는건 맞다고 봅니다.

다만 우리나라 특성상 그 충격이 훨씬 클 수 밖에 없는거죠.
우리나라 야구판을 옆나라 일본에 비교해보면 프로팀 숫자는 크게 차이나지 않는데 고교야구 인프라는 엄청나게 차이가 나죠. 아마 야구의 인프라 규모가 작다보니 매년 프로팀에 공급되는 양질의 선수들 수에서도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마 야구가 활성화 되어 있고 고교 야구가 번창하고 있다면야 리그에 팀이 하나 더 들어온다고 해서 리그 전체의 평균 실력에 큰 변화가 생기지는 않겠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가 못한 상황이니 타격을 크게 받을 수 밖에요..

좀 거칠게 예를 들어봅시다. 각 팀마다 1군 엔트리 수를 10명으로 잡는다면 8개 팀 기준으로 리그 전체에 있는 1군 선수 80명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야구 제일 잘하는 순서로 1에서 80등까지가 잡힌거겠죠. 인프라가 커지지 않은 상태에서 팀이 하나 더 늘어 9개 팀이 된다면 1군 엔트리 숫자는 90명이 됩니다. 그럼 팀들 간에 선수를 어떻게 나눠가지는지를 차치하고 봤을때, 8개팀 기준일 당시 2군에서 뛸 실력이었던 81~90번대 선수가 리그의 1군 무대에 올라올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현실이라면 포지션별 차이, 2군급 선수들과 1군급 선수들 간의 기량 차이 등등 복잡한 변수들에 의해 이렇게 단순한 계산이 되지는 않겠지만, 어찌되었건 간에 팀이 하나 더 늘어난다는 것은 8개팀 기준일 당시 2군에서 뛸 선수들이 1군 무대에서 뛰는 상황이 난다는 거죠.

팀이 늘어나며 리그의 평균 수준 하락이 되는 부분은 이게 원인이라고 봅니다.

다만 이걸 가지고 NC나 KT 탓을 할 문제는 절대 아니죠. NC랑 KT를 하나로 합쳐서 이야기합시다. 팀 수를 증가시키는 건 당연히 짝수로 해야 하는 거니까요. 이 두 팀이 늘어나면서 리그 전체의 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이들의 탓이 아니라, 기존부터 가지고 있던 한계에 단순히 트리거를 당긴 것에 불과합니다.

롯데 장뭐시기 사장이라던가 다른 프로팀들이 '신규구단 생기면 리그 수준 떨어진다' 이런 말 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8개 구단 체제로 꽤 오랜 시간을 흘러왔으나 프로야구는 발전이 별로 없었습니다. 물론 아마야구 인프라가 작은 것을 프로구단 탓으로 돌릴 수는 없겠지만, 이토록 오랜 시간이 흐를동안 2군/재활군 등등 프로야구 인프라 구축에 관심을 쏟지 않아 8개 구단 체제에서조차 좋은 선수들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허덕여 온 것은 명백히 기존 구단들의 실책입니다. 이 오랜 시간동안 좋은 선수들이 2군에 차고 넘쳐서 어느 팀이건 좋은 선수들이 포화 상태가 되도록 만들어 자연스레 새 구단이 생기고 야구판이 외양을 확장시키도록 해 나가지는 못하고 육성군/2군 팜 시스템에 투자 없이 날로 해먹고 있다가 이제와서 이 모든 정체된 분위기를 신규구단 탓으로 돌리다니요. 그건 아니죠.

그나마 최근에 들어서야 몇몇 구단들이 육성 시스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지,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대다수의 구단들은 정말 '날로 먹었'습니다. 한화구단 저도 세컨이나 서드로 꼽을 정도로 좋아하는 구단인데요, 쓴소리를 하긴 해야죠. 지금 몇년째 암흑기를 맞고 있는 이유는 구단의 나태함 때문입니다. 한때 회장님, 쿠옹 등등 쟁쟁한 레전드급 선수들을 믿고 야구 잘하긴 했지만 그거 믿고 2군 팜을 손도 안 썼어요. 2군 경기장 제대로 갖춘게 몇년 되지도 않았을 정도입니다. 그러니 레전드들 은퇴하고 그나마 남아있던 대들보 류현진 해외 진출 하고 나니 타팀 2군급 실력 가진 선수들 가지고 1군 엔트리 숫자 채우기도 급급한 수준이 되었죠. 한화라고 가능성 있는 유망주들 왜 없겠습니까만은 그들은 그냥 놔둔다고 알아서 크는게 아닙니다. 체계적으로 2군에서 육성을 계속 해줘야 성장을 하고 1군급 실력을 갖추는 거죠. 한화의 예를 들어 한화팬들께는 죄송하지만 한화가 특히 좀 심했을뿐 팜 시스템 미리 갖춘 두산 등등 몇몇 팀 제외하곤 다른 팀들도 크게 다를게 없죠.

아마 야구 인프라가 약해 매년 좋은 선수 수급이 안된다고 프로팀들은 징징대지만, 2군 팜 시스템과 재활 시스템 구축도 안하고 선수육성에 나서지 않은 프로팀들 실책도 엄청 커요. 벌써 수년째 상위권을 도는 팀들은 매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순위가 밀려납니다. 이들이 단순히 운이 좋아 숨은 진주 매년 캐내서 그런걸까요? 매년 하위권 팀들은 매년 신인들 중에 이름값만 높은 거품을 뽑아서 그런 성적 거두는 걸까요? 아니죠. 누구를 뽑건 간에 프로 2군에서 육성을 잘 해주느냐 못해주느냐에 따라 신인 선수 개개인이 가진 포텐을 터뜨리느냐 노망주로 쓸쓸히 나이만 먹느냐의 차이가 갈리는 겁니다.

기존 프로팀들이 팜 시스템 구축도 이제서야 슬슬 시동 거는 주제에 리그 수준 하락을 신생구단 탓으로 돌리는건 정말 고약한 짓입니다. 오히려 이렇게나 정체된 판을 신생구단들이 생겨나면서 갈아 엎을 수 있게 변화의 바람이 부는 것을 환영해야 할 판이죠. 당장 1~2년은 한정된 선수 풀과 한정된 인프라로 8개 팀이 나눠먹던걸 10개 팀이 나눠먹어야 하니 리그 평균 실력이 줄어들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프로야구 판이 확장되면서 고교야구도 덩달아 발전할 가능성이 생겼습니다. 일자리가 그만큼 늘어난거니까요. 각 팀들도 이제는 더 줄어든 파이를 가지고 어떻게든 생존해 내기 위해 팜에 대한 투자를 할 수 밖에 없을겁니다. 예전처럼 주먹구구식으로 날로 해먹는 짓은 만년 하위권에 쳐박힐 수 밖에 없다는 위기감을 느낄테니까요.

기존 팀들이 선수를 잘 육성해 선수풀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서로서로 트레이드도 활성화 되고 참다 못해 신생구단이 생겨나는 이런게 제일 좋은 그림이겠지만, 기존 팀들이 나태하게 한해 한해 보내며 8개팀으로 이뤄진 1군 엔트리조차 다 못 채우고 허덕이는 상황에서 어떤 변화를 위한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면 순서를 바꿔 신생팀들이 먼저 생겨나 자극을 주는 것도 필요하겠죠.

솔직히 2차 드래프트 하는데도 한두개 팀 2군에만 다들 몰려들어 쇼핑해가려 들지 보호선수 로스터도 다 못채워 다른팀들 관심조차 못받는 팀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무슨 신생팀들 탓을 한답니까? 오히려 NC가 파격적인 투자와 젊은 피들의 투지를 앞세워 리그 전체를 뒤흔들어주는 지금 상황이야 말로 기존 팀들이 자극을 받고 제대로 된 발전을 할 기회라고 봅니다. 내 응원팀의 관심가지고 지켜보던 피같은 유망주들 신생팀에 빼앗기는게 아깝고 안타깝긴 하지만, 지금 이 변화는 야구판 전체를 위해 매우 긍정적이고 필연적인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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