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9살의 평범한 남자다.
언젠가부터 세상을 바꿀 수 없다면 세상에 잘 적응 해서 살아남고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으면 된다는 마인드로 살아왔다.
입시 시스템에서 살아남아 소위 명문대 공대에 들어갔고 나름대로의 주관을 갖고 많은 스펙도 쌓아왔다.
솔직히 나에겐 평범한고 순탄한 인생이 어느정도 보장 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가끔 뉴스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세 모녀가 자살을 했다던지, 수백억을 횡령한 권력가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다던지 하는 착하고 힘없는 사람들은 핍박받고 정의가 사라진 사회의 소식을 들을 때면 잠시 분노하고 이 사회 시스템에 분명히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곧 현실로 돌아와 난 내 생활을 계속한다. 한발 떨어져서 말이다. 누군가 말했던 발기부전 청춘처럼 말이다.
그런것을 느끼고 참고 느끼고 참고를 반복하며 아주 간혹 내 스스로가 부끄러워 질때면, 세상을 사랑하면 세상에 분노하게 된다는 어디서 읽었던 phrase를 생각하며 한발 물러선 내 자신을 합리화 시켰다.
일주일간 스마트폰으로 계속해서 습관적으로 뉴스를 보았다. 처음에는 어서 '전원 구조'라는 기사를 기대하며 들어갔지만 나중엔 점점 기분이 이상해 져간상태로 뉴스를 계속 보았다.
기분이 이상하다.
마치 며칠째 아주 이상하고 비현실적하고 끔찍한 악몽을 꾸고있는 느낌이다.
그 차갑고 어두운 바다에서 갑자기 세상과 이별을 하고 고통스럽고 한없이 두렵게 죽어간 사람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흐르고 가슴이 답답해진다. 정신 차리고 정상 생활로 돌아와도 내가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음악을 들어도 되나 하며 한없이 미안해 진다.
우리는 분명 인류가 수천 수만년간 쟁취해온 가장 소중한 가치인 인간의 존엄성, 소중한 생명을 바닷속에 버렸다.
한 장소에서 300여명이 한 장소에서 생명을 잃는 사고는 분명 사회적 시스템의 치명적인 잘못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 사건은 명백히 사람에 의한 인재이다. 뉴스에도 끊임없이 보도되듯이 뿌리까지 모두 누구하나 규정을 지킨 사람들이 없다.
규정은 내팽개친 선박회사, 그들을 감독해야 할 기관, 무책임한 선원들, 너무나 소극적이고 느리게 구조활동을 기관들, 그리고 이 모든 사회적 시스템들이 썩어 문드러질대로 내버려둔 정부 각 기관의 모든 사람들에 하나하나 알려질때마다 계속해서 분노한다.
우리는 이 사건에 대해 한없이 슬퍼하고 한없이 분노해야 한다.그리고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한다.
정신을 가다듬는다면 이 사건을 계기로 사회 전반, 절재 예외 없이 모든 부분을 상식과 정의가 통용되는 기준으로 바로 잡아야 한다.
나는 유심히 지켜보고자 한다.
더이상, 한발 물러서 나만 잘 먹고 잘 살기에는 너무나 많은 것들이 칼이 되어 내 가슴을 찌른다.
책임감 없고, 자신의 안위만 챙기며 이기적이며 알량한 학연, 지연, 기타 잡 스킬로 상식과 정의의 잣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이 그대로 있고, 그것을 용인하는 행위가 이어진다면 우리는 봉기해야 한다. 조금 과장이지만 설국열차와 같이 열차 자체가 없어지는 큰 희생이 있더라도 올바른 세상을 위해서는 우리는 움직여야 한다.
반드시 사회 전 분야에 대해 각성이 이루어 져야 하며 우리는 이 비극에 대해 끝까지 슬퍼하고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한다.
한 유가족이 인터뷰에서 "나라가 자식을 버렸으니 나도 나라를 버리겠다"며 모두 정리하고 나라를 떠나겠다고 하셨다.
비통한 마음으로 공감한다.
나라를 떠날 것이 아니라면 바꾸어야 한다.
우리는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