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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도전 - 어느 섬 이야기
게시물ID : panic_446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태클매냐☆
추천 : 5
조회수 : 33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09/09/19 23:14:39
차가운 겨울바람이 몰아치는 어느 한 작은 섬마을... 

그 곳에는 이렇다 할 관광명소도 없거니와, 교통편도 열악한 곳이지만, 

한 가지 유명한 곳이 있어 사람들이 가끔 찾아온다.

하지만.. 찾아온 사람들중에 열에 아홉은 다시 돌아가지 않는다.

 

그곳은 바로.. 자살명소 이기 때문이다.

 

섬의 북쪽 끝자락에 있는 크지도 작지도 않는 바위 절벽이 있는데

여기서 밑을 내려다 보면 마치, 바다가 입을 벌리고 있는 듯한 형상으로 보여진다.

 

자살을 시도한 사람 가운데 운이 좋아 살아남은 사람의 말에 의하면

 

그 장소에 올라가면 자살할 마음이 없는 사람이라도 뛰어 내리고 싶은 충동이 드는 그런 기이한 힘이 있다고 한다.

 

지금이야 10년도 더 된 이야기고, 더 이상 이곳을 찾아 오는 사람도 없고... 간혹 찾아와도 섬 마을 사람들의 만류에

근처에 가지도 못하고 돌아가는 것이 태반이라, 이 섬은 점점 잊혀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12월의 쌀쌀한 바닷바람이 부는 가운데 이 곳에 여행객으로 보이는 남녀 한쌍이 이 섬에 발을 들여 놓았다.

 

그 둘의 모습은 커플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수상해 보였다.

 

 여자가 무표정하게 빠른 걸음으로 앞서나가면 

남자는 무척이나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여자의 행동 하나하나에 조심스럽게 반응하며 약간 뒤쳐져서 따라 갔다.

 

그러기를 30분.. 남자는 잔뜩 겁에질린 표정으로 여자에게 말했다.

 

 " ... 정말로.. 할꺼야?"

 

여자는 고개를 휙 소리나게 돌린 후 남자에게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 그러면 내가 여기 왜 왔다고 생각해 선배? 이미 그 일로 인해서 난 마음을 굳혔어.

   더이상 말리려고 해도 소용없다는거 선배가 더 잘 알잖아... 이제 그만 따라와 줬으면 좋겠어"

 

한겨울의 날씨보다 더 차가운 목소리로 남자에게 쏘아준 그녀는 다시금 빠른 걸음으로 어디론가 향했다.

 

그렇게 걷기를 2시간... 잊혀진 줄 알았던 이 섬의 명소가 그들 앞으로 다가 왔다.

 

더이상 찾는사람이 없어서 일까.. 

예전 같았으면 마을 어귀에서 만류 했었을 거늘..  섬 마을 사람들도 잊은듯 섬은 조용하기만 하다.

마치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가 된 것처럼..

 

여자는 잠시 걸음을 멈추곤 '그 장소' 의 앞에 있는 표지판을 보았다.

 

 '경고, 추락사고 발생지역. 위험하오니 접근하지 마시오'

 

그 글을 읽은 여자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그 장소' 의 한가운데로 향했다.

그걸 지켜본 남자는 필사적으로 여자를 막아셔려고 노력했지만 이미 여자의 의지는 그의 힘만으로 어림 없었다.

 

절벽 한가운데로 선 여자는 다시금 마음을 굳게 먹고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역시나 세월이 흘렀어도 절벽의 마력은 살아있는듯, 뛰어 내리라고, 잡아 먹히라고 외치고 있는것 같았다.

남자는 이제 마지막이라는 듯.. 여자에게 외쳤다.

 

 "... 상호는 잊어버려!! 이미 2년전에 있었던 일이잖아!! 2년전에 죽었던거나 마찬가지야!!"

 

 

여자는 그 말에 잠시 주춤 거리더니.. 남자에게 되 받아 쳤다.

 

 " 선배도 알잖아.. 나 그애 없으면 못산다고.. 나 그애 깨어날때 까지 한번이라도 기도 멈춘적 없고, 

   한시라도 떨어지지 않은거 알잖아.. 그런데 이제와서 가망 없어 보인다고... 그렇게 가게 내버려 둬? 선배가 인간이야?!!"

 

남자는 여자의 말에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 표정 뒤에는 그녀의 자살을 막아야한다는 필사의 각오가 숨겨져 있었다.

 

 " 그래.. 상호 죽인건 나야... 호흡기 잠시 때어 놓았다고 그렇게 가버리더라.. 

   그런데 나 정말이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기나해??!!!


 " 됐어, 나 상호 없는 세상 그냥 상호 곁으로 가는게 낫다고 생각해.. 이제 누구도 막을 수 없어.. "

 

 " 제발.. 제발.. 그러지마.. 2년간 식물인간인 상태로 누워있는 상호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알기나 해?

   난 항상 널 바라보고 있는데... 넌 항상 상호만 보고 있었지.. 

  이미 죽은.. 아니 내가 죽인 상호는 2년전에 벌써 죽었다는걸 누구보다 잘 아는게 너잖아!!! 이제 인정할때도 되었잖아..

  그런데 왜.. 왜 .. 그애만 되고 난 안되는 거야!!! 내가 널 사랑하잖아.. 널 사랑하는 날 좀 봐달란 말이야!!"

 

 여자는 남자의 절규를 다 들으면서, 냉소적으로 말했다.

 

 "... 선배는.. 항상 그런식이였지.. 그건 잘못된 방법이고.. 난 선배랑 잘못된 인연이였어.  선배는 안되.. "

 

그 말을 끝으로 .. 여자는 경멸어린 시선으로 남자를 한번 쏘아주고.. 

사랑하는 남자의 품으로 가듯이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절벽아래로 뛰어 내렸다.

 

남겨진 남자 역시.. 절벽의 마력에 끌린듯..

멍한 표정으로 비척비척 절벽으로 걸어가더니... 빨려들어가듯.. 떨어졌다.

 

세상 사람들에겐 잊혀 지겠지만..

다시금 이 둘처럼 돌고도는 소문을 믿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른다.

 

그 사람들도.. 절벽을 마력에 못이기고 먹혀버리고 말겠지.. 

 

 

10년전부터 매년 하나 둘씩 사라져간 이 섬마을의 사람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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