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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을 이야기 하면서 부모님과 다투시거나 실망하셨다는 분들께
게시물ID : sisa_5068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리아드네-
추천 : 2
조회수 : 472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4/04/27 13:06:37
이런 시기에 이런 글을 올리는 것이 너무 오지랖 넓은 짓이 아닌가 생각하지만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시사게시판이나 세월호 사건 게시판을 계속해서 읽다보면, 다른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 부모님과 다투시거나 실망하셨다는 
글을 쓰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물론, 이번 일을 통해서도 정부나 현 집권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지 않는 분들도 많으실테고
또 어떤 분들은 정치 개혁이나 변화를 바라는 우리들에게 삿대질 하거나 맹목적인 비난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제 부모님 이야기로 방향을 돌려볼까 합니다.
우리 아버지께서는 전형적인 새누리당 표밭에서 나고 자라셔서 새누리당 당원을 친구로 가지고 계십니다.
물론 조선일보를 구독하고 계시구요ㅎㅎㅎ
저도 대학생 때는 아버지와 밥상에서 가벼운 대화로 시작했다가, 마지막은 서로 목청 높여 자기 의견을 이야기 하다
어머니의 중재로 대화를 끝낼 때도 많았어요.

우리 어머니께서는 또 어떠신지ㅎㅎ 가끔가다 "북한 소행이야" 라고 하시면, 저는 당황해서 순간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구요.
저도 모르게 어머니께 실망하는 마음이 드는 바람에 저 자신에게 더 놀라기도 합니다.

다른 각도에서 제 부모님을 말씀드리자면, 부모님께서는 10년 넘게 쉬는 날 없이 조그마한 가게를 운영하고 계십니다.
정말 조그마한 부정도 없이, 정직하게 몸을 쓰시며 저희 모두를 대학 보내 주셨어요.
IMF 사태 당시에 문제 터뜨린 친척들 빚까지 갚으면서요.
길고양이 밥도 가게 시작하면서부터 꾸준히 주고 계세요. 팔 없는 아저씨들, 대학 등록금 마련한다고 하는 학생들 
물건 팔러 오면 하나라도 사주려고 하시구요.

우리 어머니는 국민학교 다니셨을때 북한 사람들이 인간이 아니고 개, 돼지인줄 알았대요.
그렇게 책에 써 있고 교육 받았으니까요.
금상첨화라고.. 그런 교육을 받았어도 그 의중을 꿰뚫는 관점까지 가졌다면 우리 어머닌 더 존경할만한 사람이긴 하겠지요ㅋㅋ

격렬한 ㅎㅎㅎㅎ 토론이 한바탕 끝나고, 한번은 제가 아버지께 사과드린 적이 있어요.
혹시 감정에 혹해서 버릇없는 태도로 말씀을 드렸다면 죄송하다고요.
그랬더니 아버지께서는 괜찮다고 하시며, 젊은 아이들은 젊은이들의 비판의식과 기개는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우리 부모님이 정치적인 관점에서는 우매하다고 비판받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바보같이 우직하게 일만 하고 비판의식은 없으니까 이 사회가 지금 이런거 아니냐구요.
하지만 저는 제 부모님을 단 한가지 잣대로만 비난하기엔 제가 존경할 만한 부분들을 너무 많이 가지고 계시더라구요.

저는 정치는 신앙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외부의 상황이나 다른 이의 그럴 듯한 말, 회유에 의해서 자신의 신념이 바뀌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다만 자기 자신이 무엇인가를 자기 내부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 때, 작은 계기 하나가 신념 전체를 바꾸는 건 가능하겠지요.

그래서 저는 충분히 화내고 비판받을 만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말씀드린 일이
정작 부모님께서는 미적지근한 반응일 때는, 실망하는 마음을 접어두려고 노력합니다.

정치.. 관심가지고 바뀌려고 노력하는 일, 정말 중요하겠지만
부모님께 너무 실망하지 마시고, 부드러운 어조로 찬찬히 말씀드리고.. 되도록이면 그분들의 입장도 한번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마음은 열정에 타오르셔도 머리는 항상 차갑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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