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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 여름 내가 먹은 게 무엇인지 알고 있다.
게시물ID : humorstory_7901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포마토
추천 : 10
조회수 : 569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04/10/02 10:47:59
충남 대천해수욕장에서의 과 MT..


회계였던 본인은 MT운영위원과 선발사전답사팀의 일원으로 MT의 모든 업무를 돕고 있었다.


우리 선발팀은 바다에서 가까우면서 쾌적하고 아주 싼 그야말로


보통 태어나서 한번정도 꾸는 파라디이스의 펜션정도 되는 화이트 하우스...


바로 옆에 붙어있는 썩 괜찮은 민박집을 얻었다. -_-


결코 능력이 딸려서가 아니라, 회계인 내 수중에 있는 돈이 관건이었다.


술이냐 집이냐를 놓고 모이기도 전에 이미 "그런 것 따위는 논의할 가치도 없다"는 식으로


못박으며 바라보는 시선에 우리는 술을 택했다.


'씨.. 괘짝 세개면 됐지. 뭐가 또 부족하다고.. ㅜ.ㅜ'


MT는 그야말로 볼거 못볼거 다 보며 아주 재밌게 진행됐다.


안해본거? 아마 없는 것 같다.


오죽하면 캠프화이어에서 강강수월래까지도 해봤을까..


노래도 부르고, 수건돌리기, 바다에 빠뜨리기, 줄다리기, 축구..


거의 이건 MT를 떠나 왠만한 체육대회급이다.


완벽한 MT 준비하느라 기진맥진한 몸을 이끌고 방까지 돌아왔을 때,


'아뿔싸.. 이젠 싫다고.. ㅜ.ㅜ'


...


할 수 없이 사회자로 뽑혀 되지도 않는 썬그라스 쓰고 개폼잡고 마이크를 들었다. ㅜ.ㅜ


평소에는 직책 하나 맡기도 어려웠는데 왠 직업복이 터졌는지..


실컷 웃고 떠들다가 장기자랑 시켜서 선물도 주고난 뒤 이제 때가 되었다 싶었다.


어울리지는 않지만 불 다 끄고 촛불 켜놓고 부모님께 편지쓰기.. -_-a


솔직히 난 싫었는데, 과 고참선배들이 필수 의례라고 시켜서.. 쳇


밖에서는 선배들과 나머지 운영위원들이 괘짝을 풀고 있다. -_-;


어찌 되었든 난 사회자니까 구석탱이에서 보이지도 않게 서있었다.


아.. 하도 말을 많이 했더니 목이 마르네.


더듬더듬.. 어허; 물이네. ^--------^


꼴깍꼴깍.. 푸..푸흡..


옆에서 사회자2 (참고로 여자다)가 왜그러냐고 묻는다.


말하기 곤란했다. 아니 말을 할 수가 없다.


손가락으로 니가 먹어봐라는 시늉을 한 뒤 곧장 화장실로 달려가려 했다.


선배가 잡는다.


(분위기 상)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


여기 저기서 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약한척들 하기는.. 그러게 평소에 효도좀 하지. -_-


... 가 아니라 난 정말 급하다고 이양반아!!


뒤에서 "우흐흐흐흐흐흐흐흐읍.. 읍..읍" 하고 사람 한명 죽는 소리가 들렸다.


아까 그 사회자2가 미친 듯이 한 손으로는 배, 한 손으로는 입을 막고 껄떡거리고 있었다.


보아하니 내가 먹은 거 보고 웃고 싶은데 분위기가 허락하지 않는 모양이다.


나는 기여코 선배의 팔을 뿌리치고 나중에 돌아올 후환따위보다는


지금이 훨씬 급하다는 상황을 깨우치며 화장실로 가서 입을 헹궜다.


어떻게 된게 5분을 수도꼭지에 입을 박고 있어도 느글거림이 멈추질 않는다.


텁텁했지만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이제 거의 편지쓰기도 끝난 것 같다.


불이 켜지고 나서 나는 예상했던 그 것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백설 식용류 -_-


작은 통이었지만 이미 1/3이 없어진 뒤였다.


옆에 사회자2가 설명을 해주었고, 애들과 선배는 뒤집어지고 말았다.


울다가 웃으면 xxx에 x나는데.. *-_-*


그 뒤로 나는 버터나 마아가린 따위는 느끼한 축에도 못 낀다고 믿고 있다.


간혹 가다 형용할 수 없는 느끼함이 느껴진다면


"이런 식용류같으니라고.." 라며, 옛 추억에 젖어들곤 한다.


아... 그래도 그 때가 좋았는데.. ㅎ


그럼 모두 좋은 주말 보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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