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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과 국민 저항권에 대하여
게시물ID : sisa_7906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초월차원
추천 : 1
조회수 : 466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11/17 17:3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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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 저항권이라는 말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헌법상 규정을 두는 것이 불가능한 건 아니겠지만, 체계상 안 두는 것이 더 자연스럽고, 안 둔다고 해서 부정될 수는 없는 권리라고 생각하고요.

그 이유는 헌법 제2조 때문입니다.


제1조 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2.

헌법은 법체계의 기본이 되는 법입니다. 국가의 체계와 질서는 모두 헌법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회, 대통령, 사법부 등 국가의 핵심 기관들은 모두 헌법에 근거를 두고 있고, 국민의 권리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기본권 역시 헌법에 그 근거가 있습니다.

그래서 법을 논할 때는 언제나 헌법에서 연역이 가능해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모든 법질서와 국가 체계에 대한 이론은 헌법의 해석학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법학은, 이미 존재하는 법논리를 연역적으로 전개해내는 것이 가장 기본입니다. 물리학-수학을 전공한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비록 그 각론에 있어서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지만, 공리계처럼 주어진 전제에서 연역해낸다는 점에서, 법학과 수학은 비슷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수학에 있어 공리계에 해당하는 것이 법학에서는 헌법이 되는 겁니다. 
법공부를 좀 해보신 분들은 다들 잘 아시는 켈젠의 법이론이 대세가 된 이유도 이것 때문인 듯합니다. 지금 제가 말한 것은 결국 켈젠의 이론과 동일한 것인데요, 법을 이렇게 바라보는 것이 이른바 “법학의 순수성”, 그러니까 법체계 이외의 것으로 법을 어지럽히는 것을 방지하고, 법치주의를 확립하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지금 제가 말한 대로라면, 법은 언제나 선험적으로 주어져 있는 것이 됩니다. 수학으로 바꿔서 생각하면, 기본 공리들이 선험적으로 주어져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거죠. 
수학의 경우 이 문제는 철학자들을 꽤나 괴롭힌 주제였고, 칸트 같은 경우 자신의 인식론 이론을 전개하면서 이 주제를 매우 중요하게 다룹니다. 뭐 20세기 들어와서는 “수학은 게임이야”라는 힐버트의 프레임이 표준이론화되면서 공리 역시 일종의 게임 규칙처럼 되어버리린 했지만, 어쨌든 공리계를 어떻게 설정할지는 수학에서도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수학도 이런데, 관념의 세계가 아니라 실제 사회를 다루는 법에서 법체계를 선험적으로 주어진 것으로 다루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겁니다. 
그러니 법이 전제하고 있는 시스템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한 고민은 항상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헌법이 모든 법체계의 기본이니, 이 문제는 결국 헌법은 무엇인가, 그리고 헌법은 어떻게 정당화되는가의 문제가 되는 거죠.


3. 
헌법의 최고권위성은, 그 헌법이 국가의 주권에 의해 가장 먼저 만들어진 법이라는 데 있습니다. 국가의 최고 권력이 법이라는 세상을 만들면서 가장 먼저 창조한 것이 헌법인 거죠.
그리고 우리나라는 공화국이기 때문에, 국가의 최고 권력인 주권은 국민들의 합의된 의사에서 나옵니다. 결국 헌법은 국민들의 합의에 의해 직접 만들어진 법이고, 그렇기 때문에 헌법이 최고권위를 갖는 거죠.

그래서 헌법 1조가 저렇게 생긴 겁니다.

그런데 만약 헌법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된다면, 국민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원래 법체계라는 것은 매우 정교하게 잘 만들어져 있어서, 그 자체에 오류정정 기능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런 오류정정 기능이 작용하지 않는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생각을 쉽게 하기 위해, 컴퓨터가 오작동을 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죠. 우리가 사용하는 윈도, 맥os, 리눅스 등의 데스크탑 os들은 업계에서도 최고 수준의 오류정정 기능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죠. 그런 오류기능이 100%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블루스크린이 뜨거나 커널 패닉이 뜨는 상황은 컴퓨터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대부분 한두번 이상씩은 다 겪어본 일이니까요.

그럼 컴퓨터 사용자들은 어떻게 하나요? 컴퓨터의 오류정정 기능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으니, 이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고 그걸 보고만 있나요?
아닙니다. 그냥 전원을 껐다 다시 켭니다. 그냥 그걸 바라보고 있는 건 바보짓이죠.

법체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헌법 위에 아무리 법체계를 정교하게 쌓아올렸더라도, 오류는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메인보드의 회로 중 하나에 쇼트가 발생하면, 아무리 os의 코드가 훌륭해도 컴퓨터가 뻗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처럼, 법체계 자체에는 별 문제가 없어도 대통령이 맛이 갔으면 국가 체계가 맛이 갈 수 있는 겁니다. 그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일이에요.

그런데 시스템이 오류를 뱉어내고 멈춰있는 상태인데도, “os코드에는 이 부분 에러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컴퓨터를 바라만 보고 있을 건가요? 당연히 아니죠.
법체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헌법 위에 쌓아올려진 법과 국가체계가 오류를 뿜어내고 있으면, 결국 최고 권력이 그것을 리셋하는 것은 당연한 겁니다. 그래서 맛이 간 부품을 갈아끼우고, 부팅을 새로 시작하는 것이 맞는 거죠.

저항권은 바로 그 최고권력이 리셋키를 누르는 것을 말하는 겁니다. 오퍼레이터가 컴퓨터 고친 후 리부팅시키는 것과 비슷한 거죠.

이제 제가 왜 “저항권”이라는 말이 적절하지 않다고 말하는지 이해되실 겁니다. 오퍼레이터가 컴퓨터 리셋시키는 것을 컴퓨터에 저항한다고 말하지는 않죠. 마찬가지로 국가의 최고권력자가, 자신이 만든 헌법 시스템에 직접 개입하는 것을 법에 저항한다고 보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국민에게서 헌법과 법질서가 나오는 거지, 헌법과 법질서에서 국민이 나오는 게 아니니까요.

그리고 마찬가지 이유에서, 저항권을 굳이 헌법 시스템에 넣을 필요가 없는 겁니다. os 만들면서 “오퍼레이터의 리셋 기능”을 굳이 넣을 필요가 없는 것처럼요. 그냥 전원 내려버리면 되는 건데 그걸 굳이 코드로 구현할 필요는 없는 거잖아요.

4.

이렇게 놓고 보면, 법치라는 말을 잘못 이해하는 자들이 많은 듯합니다. 그들은 법치라는 말을, 코드에서 커버하지 않은 오류가 발생하면 그걸 손대지 말고 내버려둬야 한다는 말로 이해하는 것 같아요. 당연히 웃기는 소리입니다. 특히 검찰쪽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던데, 그들은 국민의 권력은 고사하고, 헌법도 고려하지 않고 그저 자신들이 주장하는 개별법만 두고 그런 주장들을 하더군요. 헌법도 국민의 권력에 종속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웃기기 그지없는 거죠.

그래서 저항권의 문제는 법체계 내에 정의되어 있는지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저항권이 국민 전체의 합의에 의해 행사되는지에 있는 거죠. 그래서 지금의 들끓는 함성이 국민 전체의 의사로 볼 수 있을 정도인가는 문제될 수 있어도, 그것이 헌법에 없으니 인정될 수 없다는 소리는 법치가 뭔지도 모르는 자들이 하는 소리입니다.

점심먹으러 가기 전 급하게 쓴 거라서 글이 좀 엉망일 텐데요. 그려러니 하고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출처 밝히기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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