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렵진 않아.
오히려 "평온하다"고 말하고 싶어.
이 일은 나에게 치유가 될 거야.
두려움의 길을 지나면 나는 돌아가고 싶었던 내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
과거로 향하는 길,
지나온 과거의 모습들이 스치듯 지나가고 있어.
마치 버스 창 밖 풍경처럼 내가 가는 길의 반대방향으로 빠르게 지나가.
하지만 그 엄청난 속도로 스쳐 지나가면서도 그 풍경들은 뚜렷하게 눈에 들어와.
내가 살아온 과거라 그럴 거야.
이 회사에 들어와 처음 받은 월급으로 엄마 신발 사줬을때, 싼 신발인데도 아이처럼 좋아하던 엄마의 얼굴.
취직했다는 소식에 진심으로 기뻐했던 여자친구, 지금은 다른 남자랑 결혼해서 잘 살고 있겠지? 딸 낳았다던데... 지 엄마 닮았으면 예쁠거야.
대학 졸업식날, 무뚝뚝하던 아빠가 처음으로 "축하한다"며 감정을 표현했지. 묘하게 감동적이었어.
대학교 3학년, 예비역이던 내 고백을 받아준 새내기 여자친구. 화장도 제대로 못하는 1학년이라 촌스러웠는데... 나중엔 예뻐졌어.
고등학교 수학여행, 숙소에서 도망쳐 나와 옆 숙소 여고생들과 놀다가 선생님한테 걸려서 기합받고, 그래도 즐거웠었는데...
고등학교 입학식, 무서웠던 선배들이었는데... 나중엔 진짜 괜찮은 형들인거야. 특히 진호형, 태진이형, 민국이형. 어려울때 많이 도와줬던 형들. 물론 나 자취할때 와서 며칠씩 자고 간 형들이긴 한데..흐흐...그래도 재밌었지.
중학교 2학년, 첫사랑 은주. 여자애가 야구를 그렇게 좋아해서... 그 덕에 가까워지긴 했지.
많은 기억들이 지나가.
이 시간여행은 편도선. 돌아갈 티켓은 없어. 하지만 괜찮아. 다시 사는 인생이니깐
여전히 후회는 없어.
이건 잘못된 삶과 같았거든. 잘못 살았던 인생.
실패한 연애, 실패한 직장생활, 빚은 쌓일만큼 쌓였어.
결혼하기엔 너무 먼 길,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집값.
아무리 일을 해도 빚만 늘고, 미래를 꿈꿀 수 없어.
이렇게 되돌릴 수 있으면 다행이야.
다시 인생을 살게 되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어.
미래가 없는 평범한 삶이 아니라...
나도 정치인이 돼볼까?
돈도 많이 벌고, 남 앞에 큰소리도 칠 수 있고...
아니면 사업을 해볼까?
이건희 회장처럼 자수성가한 부자가 되는거야.
뭘해도 지금보다 낫겠지.
성공한 인생을 살고 싶어.
"다시 생각해보세요"
마포대교 난간의 그 글귀가 눈에 밟히지만 내 결심은 바뀌지 않아.
아니, 이미 돌이키기에도 늦었겠지.
차가운 강물이 몸에 닿았어.
곧 따뜻해질거야.
엄마의 양수처럼 따뜻해질거야.
그러면 나는 다시 시작할 수 있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