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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꿈만 먹고 살 수는 없다.
게시물ID : gomin_79130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여름하늘
추천 : 2
조회수 : 470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3/08/04 14:14:45
사람이 꿈만 먹고 살 수는 없다.


지금보다 좀 더 어렸을때는 하루 한끼만 먹고 살지언정 자본주의의 부품이 되지 않겠노라 외치곤 했었지만 사실은 그때도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내 말이 공허한 개소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도 그때는 열정이 있었다. 잠을 쪼개가며 글을 썼고 세상에 다시없을 졸작이긴 했어도 내가 처음으로 썼던 글이 담긴 세 권의 노트가 너덜너덜해지도록 읽고 또 읽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날 이해하지 못했고 나는 그것이 남들과는 다른 나의 특별함때문이라 여겼다.

나는 특별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내세울 수 있었던 글쓰는 재주는 그저 흔한 범재수준에 지나지 않았고 그것은 다른 사람의 어학연수나 토익점수, 자격증에 비하면 현실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것이었다.  다행히도 날 어여삐 봐주신 담당교수님의 도움으로 운좋게도 분에 넘치는 회사에 취직을 했고, 처음으로 친구들에게 질투와 부러움이 섞인 시선도 받아보았다.

하지만 기쁘지 않았다. 아니, 기쁘긴 했다. 내가 좋은 직장을 구했다는데서 오는 자랑스러움이나 뿌듯함은 없었다. 단지 그동안 홀로 외아들 뒷바라지하시느라 인생의 절반을 보낸 어머니가 나를 끌어안고 잘했다며 눈물을 쏟으실 때, 이제 어머니가 고생하지 않으셔도 되겠구나 하는 안도감에서 오는 기쁨이었다.

그리고 저번달에, 내 어깨를 짓누르던 빚을 모두 갚았다. 무려 10년을 달고다닌 빚이었는데 취직하고나서 금새 모두 갚았다. 어머니는 이제야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겠다며 다시 눈물을 쏟으셨다. 나는 웃었다.

하지만 빚을 다 갚고나니 하루에도 열 두번씩 생각이 든다.

정말 이걸로 괜찮은가?

일년 넘게 펼쳐보지 않은 노트. 연필의 사각거리는 소리, 밤을 새워 글을 쓰다 바라본 새벽빛, 마지막 한 글자를 적고 나서 밀려오는 성취감, 내 글을 읽고 응원해주던 사람들...

이 모든것을 팔아서 기계같은 삶에 기름칠을 하는게 정말 옳은걸까?


사람이 꿈만 먹고 살 수는 없다.

그러나, 사람이 돈만 가지고 살 수도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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