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칼럼 내용 중에서 법 이론이나 법 조항이 사실과 다르다면 지적해 주길 바란다. 필자는 법조인이 아니기 때문에 글 내용에서 하자가 발생할 수 있다. 대학생 시절에 교양과목으로 한 두 번 민법과 형법을 수강한 것이 고작인 필자의 법 지식 수준을 감안한 것이다.
세월호 가해자들에게 살인죄 적용은 가능한가?
1. 세월호 피해자에 대한 대책
- 유가족을 위한 조치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50분경에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에 벌써 일주일의 시간이 지났다. 건물이 무너진 상황이라면 잔해 속에서 생존자를 찾을 수도 있지만, 바다에서 벌어진 해난 사고라는 점을 감안할 때 생존자 발견은 쉽지 않을 것 같다. 만일 에어포켓에 있더라도 산소 부족과 질소중독, 저체온증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실제로 시신만 추가로 발견될 뿐, 생존자는 찾을 수 없다. 안타깝지만, 현실적으로 이제는 피해자 장례절차와 유가족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피해자 부모들의 마음을 헤아리기 위해 '구조'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수색하지만, 사실상 시신을 수습하는 과정으로 판단된다.
자녀를, 그것도 미성년의 고등학생을 떠나보낸 부모들의 심정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도저히 알 수 없을 것이다. 그 어떤 피해자 보상도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을 채울 수는 없다. 그러나 보상금 문제와는 별도로 이 분들을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만일 현재 시간을 기준으로 실종자 대부분이 사망자로 최종 결정이 나면 약 300명이 넘는다. 절대 인원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 2차 피해가 예상된다. 2차 피해라는 것은 유족들이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인 교통사고나 각종 사고사의 경우와 이번 사건은 차원이 다르다. 그 이유는 구조가능성이 있었다는 점과 서서히 죽어가는 자식들을 항구에서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피해자 부모들은 정상적인 삶을 유지하기 어렵다. 사망을 해도 이런 경우는 피해자 부모들의 애간장을 녹이는 과정이 길어지면서 안타까움을 더 해 가고 있다.
피해자 보상금은 보험회사를 통해서 지급될 것이다. 그것은 최소한의 경제적 보상이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피해자 부모들이 앞으로 생업을 유지하면서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챙기는 것이다. 스스로 관리하기엔 너무 힘겨운 상황이다. 따라서 직장인의 경우에는 최소 1년의 유급휴직처리와 정년 보장을 약속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공무원이 아닌 기업의 임직원이라도 그래야만 한다. 앞으로 복귀해도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쉽지 않다. 그런데 다른 회사로 옮겨도 그건 마찬가지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 기업에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보호대상자로 지정해야 된다. 한편 육체적 건강관리는 본인이 거부하지만 않는다면 최소 1개월 이상 무조건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정신적 건강을 위해서 집단적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정신적으로 불안할 때는 혼자 있는 것이 가장 나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피해자 부모들끼리 슬픔을 공유해야 된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에게 가장 좋은 대상은 비슷하게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라고 한다. 그래야만 정서가 공유되면서 서서히 치유가 되기 때문이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 옆에 발랄하고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오히려 더 우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사실상 여러 명이 공범이다. 따라서 국가관리가 필요하다.
-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
공무원들은 자존심을 생각하지 말고, 무조건 일본이나 미국의 구조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하자. 만일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현재의 공무원들에게 맡기면 결국 탁상행정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근본적인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만 한다. 세월호는 결정적으로 조타수의 운전 실수와 선장의 부작위에 의한 사망이 주요한 원인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해운사 설립과 유지, 개조와 관리, 그것을 관리하는 주체의 파벌 인맥, 해난사고를 대처하는 공무원의 마인드 등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래서 아무리 선진국의 재난구조 시스템을 도입해도 근본적으로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세우고, 개선하지 않으면 얼마든지 같은 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 그리고 현재의 국민들도 미래의 피해자가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만 한다.
2. 세월호 가해자에 대한 민심
- 집단적 공허함과 분노
국민들은 정부 관리들의 무능함과 정치인들의 뻔뻔함에 질린 상태이다. 어린 학생들이 아직도 차가운 바다 속에서 구조되지 못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인간이라면 누구나 답답함을 느낄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결국 시신만 수습하는 과정을 보면서 공허함도 느낄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것은 분노이다. 이번에 공무원들과 정치인들이 보여준 모습에서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어쩌면 그동안 쌓였던 불신이 이번에 집단적으로 표출될 수도 있다. 마치 소치동계올림픽에서 한국선수보다 안현수를 응원한 국민이 80%였다는 사실은 파벌문화에 대한 피해의식이 있는 국민들의 집단적 감성 표출과 유사하다. 따라서 정부는 피해자 유족만 챙길 것이 아니라 상처받은 국민들도 잠재적 피해자라고 인식해야만 한다. 그것은 오로지 재발방지를 위한 혁신적 노력과 모든 부분에서 국가적 차원의 개혁을 지속하는 것이다.
- 국민 법감정은 이미 사형
아래에 구체적으로 다시 논하겠지만, 이미 국민들의 법 감정은 적어도 선장에 대해서는 사형 선고를 내린 셈이다. 최근에 있었던 특정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 때문에 국민들이 반발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국민들의 법 감정과 괴리감이 있는 판결이 나오면 국민들은 다시 상처를 받고 실망할 것이다. 최근 '서산 피자집 여대생 자살사건'의 경우 사장에게 성폭행 당한 여대생이 협박에 못 이겨 자살한 사실관계만 인정해서 법원은 강간죄만 적용했다. 그 결과 충남 서산이라는 중소도시에서 무려 3만 명이 서명운동까지 벌였는데, 그 이유는 가해자에게 내려진 9년형을 더 높여야 된다는 집단적 저항 때문이었다.
지방의 중소도시에서 어린 아이나 노인을 제외하고 그 정도 인원이 서명을 했다면 엄청난 민심의 표출이다. 민심은 결국 그런 일을 겪지 않았으면 자살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사실상 사장은 살인행위를 했다고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법 논리만 적용한 재판부는 성폭행과 자살을 별개의 사안으로 인정한 것이다. 필자가 정말 분노하는 것은 평소에 그렇게 철저하게 법 논리대로 판결하는 사람들이 왜 힘이 있거나 돈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고무줄 판결을 하냐는 것이다. 만일 국민 대다수가 법의 형평성을 인정하는 상황이라면 사정이 또 다르다. 그런데 왜 약자들이 피해자가 됐을 때는 어쩌면 그렇게도 철저하게 법 논리만 적용하는지 그게 항상 불만이었다. 그건 상급법원으로 갈수록 더 심하다.
- 공무원에 대한 불신 확대
언젠가 평택촌놈 칼럼을 통해서 공무원 선발제도의 개혁을 촉구한 바 있다. 단순하게 필기시험만으로 선발하지 말고, 객관성을 최대한 확보해서 각종 검사를 해야 된다는 내용이었다. 필기시험이 50%라면 각종 검사 결과도 50% 반영하라는 것이다. 정신감정에서 전체 인구의 2%에 해당하는 싸이코패스는 당연히 제거해야 된다. 그리고 인성검사로 정직성, 심리검사로 안정적 심리상태 여부, 적성검사로 봉사 마인드가 강한 사람들을 뽑아야 된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항상 공무원은 국가에 충성하고, 국민에게 봉사하는 사람들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것에 대한 실천은 개개인에 대한 성향 검사를 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럴 경우에 질문지의 객관성 결여가 문제가 된다. 그래서 복합적으로 판단해서 점수화시키면 된다. 정신감정은 최소한 3곳의 각각 다른 기관에서 공통적으로 싸이코패스 판정을 받으면 무조건 불합격을 시켜야만 한다. 인성검사는 정직성을 판단하는 객관적 지표이다.
이것 역시 3곳 이상의 기관에서 조사한 자료를 평균치로 계산해서 점수화시키면 된다. 심리검사는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닌 임명 시점을 결정하는 잣대가 된다. 개인적으로 우울증이나 조울증이 있다면 기다려줄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적성검사는 봉사정신이 강한 사람을 선별해야 된다는 것이다. 특히 재난구조와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필수적이다. 봉사정신이 결여된 사람이 재난구조에 투입되면 과연 얼마나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인가. 적성검사는 크게 세 가지 부류로 구분이 된다. 이타적인 사람, 이기적인 사람, 중간자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적어도 이기적인 사람은 배제시켜야 된다. 그런 사람은 기획, 행정 업무가 적합하다. 적어도 재난구조와 관련된 각종 공무원들은 반드시 적성검사를 해야만 한다. 세상에 이타적인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적어도 이기적인 사람은 빼자는 말이다. 새로운 선발에도 적용할 필요가 있지만, 현재의 공무원들도 반드시 검사를 해서 옥석을 가려야 된다.
3. 세월호 가해자, 살인죄 적용 여부는?
- 사망과 관련된 죄
사람이 사망에 이르게 한 죄는 많다. 살인죄는 대표적인 것으로 고의로 사람을 죽인 죄에 해당한다. 또한, 상해나 폭행의 고의였지만, 결과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만든 상해치사나 폭행치사도 있다. 고의가 전혀 없이 실수로 사람을 죽이면 과실치사가 된다. 물론 여기에 존속이나 업무상이라는 특별한 단서가 붙기도 한다. 또한, 행위에 따라서 작위와 부작위로 구분된다. 한편 유기치사처럼 보호의무가 있는 사람이 방치해서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경우도 사망과 관련된 죄에 해당한다. 촉탁이나 승낙에 의한 살인죄나 자살방조죄 등도 있지만,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다. 문제는 이번 사건의 경우에 과연 어디에 해당하냐는 것이다. 필연적으로 살인죄 또는 과실치사, 정확하게 말하면 업무상 과실치사 중에서 검찰의 구형과 법원의 선고가 있을 것이다. 일반법이 아닌 특별법을 적용해서도 결국은 논쟁의 초점이 살인죄 성립 여부일 것이다. 업무상 과실치사는 무조건 성립한다.
- 미필적 고의는 가능한가?
형법에서 유죄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객관적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해야만 한다. 명확하게 조건에 부합해야만 검토가 시작된다. 그리고 '주관적 고의'나 '책임'이 인정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위법성 조각 사유'에서 배제되어야만 한다. 쉽게 풀어쓰자면 이렇다. 주관적 고의가 인정되면 살인이고, 그게 안 되면 과실치사가 된다. 책임은 대표적인 것이 '형사책임절대무능력자'이다. 만 14세 이하의 사람을 의미한다. 위법성 조각 사유는 '정당방위'나 '정당행위' 등 몇 가지가 있다. 정당방위는 대부분 잘 알고 있지만, 정당행위는 국민들이 제대로 모른다. 정당행위는 예를 들자면 스포츠에서 어떤 경우든 사람을 사망하게 만들더라도 고의만 아니면 처벌받지 않는 것이다. 권투선수가 상대방을 너무 세게 가격해서 죽여도 업무상 정당행위가 되기 때문에 처벌받지 않는 논리이다.
현재 언론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과연 이 사건을 고의로 인정해서 살인죄를 적용하느냐, 그게 아니면 업무상 과실치사로 인정하느냐는 것이다. 만일 업무상 과실치사라면 그건 당연한 결론이다. 그런데 살인죄가 되려면 좀 복잡하다.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 고의로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래서 적용하는 것이 '미필적 고의'라는 개념이다. 과거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때도 이준 명예회장에게 고의를 적용하기 위해서 '미필적 고의'를 검토했지만, 결과적으로 업무상 과실치사로 검찰이 구형했고, 법원이 선고했다. 그런데 일반인들은 '미필적 고의'가 뭔지 모른다. 이것은 고의를 따질 때 최소한의 기준이다. 기준의 내용은 '가능성과 감수성'이다. 선장이 학생들을 재난상황에서 이대로 방치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충분히 객관적으로 입증이 된다. 문제는 감수성이다. 이것이 바로 논쟁의 핵심이다.
선장이 자기가 살기 위해서 학생들은 죽어도 좋다는 것을 감수했냐는 것이 쟁점이다. 법 논리로만 본다면 감수성을 인정하긴 어렵다. 특히 일반적인 법 논리로는 학생들의 죽음을 감수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그래서 법조계에서는 대부분 '미필적 고의' 적용이 어렵다는 견해가 다수이다. 그건 형식 논리만 본다면 맞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우선 사상자 수가 엄청나다. 그리고 승객에 대한 보호의무가 있었다. 물론 여기까지는 삼풍백화점과 유사하다. 문제는 삼풍백화점의 경우에 하루 매출 몇 억 원을 위해서 고객들이 죽더라도 상관이 없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보긴 어렵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20초 만에 갑자기 무너진 상품백화점과는 다르다. 최초로 사고발생 후 완전 침몰까지 무려 2시간의 여유가 있었다.
만일 그 상황에서 적극적이지는 않았더라도 선장의 기본임무만 수행했다면 피해자는 엄청나게 줄었다. 그리고 그 순간 만일 학생을 구하다가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먼저 탈출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죽어도 상관이 없다는 감수성은 인정될 수 있다. 선장의 모든 행동을 유추해 보면 학생들이 죽더라도 내가 살아야 한다는 마인드가 확실했다는 근거가 많다는 것이다. 동료 선원들의 경우에는 공동정범의 개념을 적용하기엔 선장 지휘에 따르는 신분이라는 것을 감안해야만 한다. 따라서 종범의 개념으로 처리하면 맞을 것 같다. 대통령의 사실상 살인행위라는 표현이 재판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짐작하긴 어렵다. 그러나 이건 명백한 살인에 해당한다.
주식회사 평택촌놈 정오영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