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다시 4월이왔다. 벚꽃이 아주 눈처럼 휘날리고, 버스커버스커가 벚꽃 연금을 타는 4월. 품이 좀 컸던 밤색 코트를 옷장에 넣어두고 여느때와 다름없이 바삐 길을 걷던 아직은 좀 쌀쌀하던 4월의 어느날.
친구새끼들은 하나둘 달콤한 봄바람을 맞으며 연애를 준비를 하고있는동안 나는 아직 헤어나지 못한채 나혼자만 아직 겨울이던 그때. 일끝나고 친구녀석 하나불러서 맥주를 마시면서 나는 똥만도 못한새끼고, 나는 아주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벚꽃 보다 못한 놈이다 라고 푸념을 늘어 놓고 집에 가던 중이었다.
아파트 입구 벤치에서 누가 지 집 안방인 마냥 누워있었다. 새벽 2시에 그 꼬라지를 보면 분명 놀랐을 테지만 맥주 버프 때문인지, 아니 무슨 용기가 났는지 벤치에 누워있던 송장을 툭툭 깨웠다. 분명히 멀쩡하게 생긴여자가 내뱉는말은 내가지금 한국에 있는건지 저기 중동에 있는건지를 구분하지 못하게 했고, 여기서 자면 얼어뒈진다고 깨운뒤 경비아저씨한테 뒤를 부탁하고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인터폰이 요란하게 울렸고 경비아저씨가 잠깐 내려와 달라고 했다. 내려갔더니 어제 벤치에서 송장처럼 자던 여자가 서있었고, 대뜸 나한테 자기 지갑이 어딨냐고 물어봤다. 이런썅 뭔 물에서 건져줬더니 봇짐까지 내달라는 년을 봤나. 나는 CCTV까지 돌려가며 결백을 주장했고 결국 CCTV는 나의 손을 들어줬다.
여자의 얼굴은 한여름의 아스팔트마냥 시뻘개졌고, 사과의 의미로 밥을 사준다는 말에도 나는 쿨하게 거절하고 돌아섰다. 이 거머리같은 처자가 자기가 밥이라도 대접하지 않으면 맘이 불편해서 잠도 못잔다고 별 지랄을 다하길래, 못이기는 척 밥을 먹기로 약속을 잡았다.
사실 술을 다깨고 보니까 내심 이뻣거든.
그렇게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웬걸 통하는게 여러개 찾을 수 있었고, 그렇게 한 2,3번 더 만났나? 근 1년동안 못봤던 영화도 한편보고, 맥주먹으면서 야구도 보고 어쩌다보니 1주일에 2~3번 정도는 보게됬다. 여느때처럼 집앞 국밥집에서 존나 뜨거운 국밥을 목으로 쑤셔 넣고있던 중
그 여자가 또 다시 그때일을 꺼내면서 아직도 너무너무 미안하다고 말을 건냈다. 이젠 신경안쓴다고 했는데도 계속 미안하다 미안하다 하면서, 뭐 하고싶은거 있는지 물어보길래 곰곰히 생각하다가, "벚꽃 보러가요. 나 여자랑 벚꽃 보러간지 꽤됬으니까." 라고 툭 던졌다.
사실 생긴것만큼 존나 차갑게 대답을 할줄 알았는데, "그래요 그럼." 이라고 쿨하게 대답을했다. 그주 토요일, 벚꽃을 보러갔는데 날이 날인만큼 사람이 더럽게도 많았다. 그래도 오랜만에 온 벚꽃구경이라 나름 들떠서 이리저리 구경을 하고 다녔는데, 이상하게 그녀 얼굴이 하루종일 굳어 보였다. 맘에 걸려서 중간에 잠깐 쉬었다가 가자고 그녀를 강제로 바닥에 앉히고는 물어봤다.
"놀러왔는데 표정이 왜그래요. 사람 미안하게. 이러면 내가 바득바득 우겨서 내키지도 않는 벚꽃구경 온거 같네." " 미안해요, 저 사실 벚꽃구경 별로 안좋아 하거든요. 자꾸 떠오르는게 있어서."
옘병 병신새끼 하필이면 왜 벚꽃을 보러가자고해서 이런 븅신같은 상황을 만든거냐.
내심 그날 내 마음을 조금 드러내 볼까 했던 내 생각은 빛의 속도로 사그러 들었고, 그 대화 이후, 우리는 어색한 침묵으로 계속 길을 걸었다. 침묵을 못견뎠던 나는 답답함에
" 이제 나하자는거 했으니까, 그쪽이 하자는거 해봐요. 이거 불편해서 더이상 벚꽃 못보겠어." 라고 뭔 말같지도 않은 말을 내뱉었다.
한숨을 길게 내뱉은 그녀는 내눈을 똑바로 쳐다 보더니 말했다. " 나 벚꽃 싫어 한다고 했잖아요. 자꾸 뭐 생각나서. 기억나요? 근데 내가 왜 벚꽃구경하자는데 아무말 없이 온거같아요? 봄이 잖아요. 근데 난 벚꽃 싫어하니까, 벚꽃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