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4일째.
처음 며칠은 그저 어안이 벙벙하고 황당할 뿐이었어요.
도대체 이런 일이 어떻게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수 있나 싶었지요.
그 다음 며칠은 나 자신을 포함한 무책임한 어른들에 대한
저 가슴 깊은 곳에서 끓어 오르는 분노와
안타깝게 잃은 생명에 대한 슬픔 그리고 절망감으로 몸서리쳤어요.
그리고 그 다음 며칠은....
도대체 나는,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질문에 고민에 또 고민을 했지요.
하루하루 업데이트 되는 뉴스들을 접하기에도 벅찼지만
무엇이 진실인지 혼란스럽고 또 혼란스러웠지만..
그 가운데서도 놓지 않는 질문은 그래서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였어요.
무엇보다 한가지 분명했던 것은,
이 사건에 대한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관심의 끊을 놓지 않아야겠다는 것이었어요.
지금까지 정치에, 그리고 역사에 무지하고 무관심했던 제 자신을 반성하고 또 반성하며
눈 떠서 눈 감기 전까지 틈만 나면 스마트폰에 접속했지요.
그리고 한가지 더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침묵하고 있는 주변 사람들, 슬퍼만 하고 있는 지인들에게
우리 이 슬픔을 표현하고 나아가 변화를 위해 행동하자라고 말하는 것이었어요.
제 자신도 혼란스럽기 그지 없어
글 하나 쓰기가 너무도 버겁지만,
그래도 한가지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우리 모두 이 사건의 목격자가 되자.
두 눈 똑바로 뜨고 진실을 찾자라는 것이었어요.
'세월호 참사, 시위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라는 글이었습니다.
용기있는 한 회원 분께서 구청에 집회신청도 해 놓았고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출산카페는 임신을 했거나, 아이를 낳은지 다들 얼마 안되는
아주 초보엄마들이 모인 곳입니다.
그런데도 며칠 사이에 50여 명의 엄마들이 모였습니다.
꼬맹이 아가들까지 포함하면 100여명이 되겠네요.
이런 집회가 처음인지라..
피켓을 어떻게 만들지, 문구는 뭐로 하면 좋을지 다들 고민이 장난이 아닙니다.
그래도 한 마음으로 나서기로 했습니다.
바로 '엄마의 마음'으로요.
그래요.
엄마가 되고 나니깐요.
남의 아이도 다 내 아이 같더라구요.
참 남의 아이 아픈 것도 내 새끼 아픈 것마냥 속상하더라구요.
하물며..20년 가까이 키워 놓은 생떼같은 자식들을
한 순간에 잃은 부모들의 마음을
어찌 우리 같은 초보엄마들이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요?
그 자식들..품에 아직 안아 보지도 못한 분들도 수두룩한데..
우리가 어찌 내 자식만 귀하다고
내 자식 이유식이며 잠버릇이며..그런 자잘한 고민에 파묻혀버릴 수 있을까요?
희생자 한명도 빠지지 않고 모두 품에 안아보기를,
모든 진실이 낱낱이 밝혀져서 잘못한 사람들은 댓가를 치르기를,
무엇보다 이런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시스템의 전면적인 혁신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는 마음으로 내일 모입니다.
내일 오후 열두시, 강남역에서 교보문고까지
약 40~50여대의 유모차가 출동합니다.
아가들을 동반할 예정이기에
시위나 집회보다는 행렬이라는 이름이 어울릴 거에요.
숙연하고 평화로운...하지만 간절한 엄마의 마음을 담아 행진할 예정입니다.
처음이라 안정상의 이유도 있고 해서
더 많은 인원을 받지는 못할 듯 하지만,
이번 한번으로 끝나지 않을 거에요.
내일 집회를 시작으로, 좀 더 다듬어서
2차, 3차 집회가 계속 이어질 거라고 생각해요.
다음 집회 땐 미리 공지하도록 하겠습니다.
[망포역에서 1인시위하는 고등학생, 이 학생이 외롭지 않도록 우리도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