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나고 자란 저와 제 한살 많은 형은 야구를 좋아했지요.
근데 응원하는 팀이 달랐으니 저는 롯데팬, 형은 해태팬이었습니다.
좋아하는 선수도 달라서 저는 전준호, 형은 이종범이었죠.
마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란 형이 해태를 좋아한 이유는 간단했어요.
"해태가 야구를 멋있게 잘해"
90년대 초반이었으니 뭐 한참 날아다닐때죠.
제가 롯데를 좋아한 이유도 간단했죠.
"롯데는 야구를 멋있게 해"
지금 와서 다시 얘기 해보라고 하면
"롯데는 야구를 (병신같지만) 멋있게 해"라고 하겠네요.
아무튼 어릴때 형하고 늘 싸웠지요.
전준호랑 이종범이랑 누가 더 야구를 잘 하냐고...
주로 형한테 한대 쳐 맞고 조용해지면서 저의 패배로 끝났죠.
그러다가 전준호가 현대로 갔습디다.
고1인 저는 진짜 눈물나게 슬펐죠.
실제로 운 것 같기도 해요.
롯데에서 전준호 제일 좋아했거든요.
근데 그때도 형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럽디다.
그리고 1년뒤
이종범이 일본으로 갑디다.
형이 시무룩해 하더군요.
저는 뒤에서 MUTE 모드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했죠.
이종범이 일본에서 날아다닐때 저는 전준호를 떠나보내고 박정태로 갈아탔죠.
이종범이 한국으로 돌아왔을 2001년에는 이미 8888577의 서막이 열리고 있었기 때문에...
저는 도 닦는 심정으로 야구를 관전했습니다.
그때부터였던가요.
롯데야구는 까야 제 맛이었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