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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를 보다보니 오히려 세월호에서 기적적인 일은 ..
게시물ID : sewol_2340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겨울왕궁
추천 : 8
조회수 : 55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5/01 00:03:31
용케도 지난 1년간 침몰하지 않고 다녔다는 것 같습니다.
언제 나도 나게 되어 있는 사고이고, 누군가는 세월호에서 죽게될 운명이었던 것입니다.
하필이면 그게 많은 어린 학생들이어서 더욱 안타까울 뿐입니다.

생각해보면 이런 일은 우리 주위에 이미 비일비재합니다.
효율성이니 원가절감이니 하는 명목으로 가장 많이 깎여나가는 것이 안전 비용입니다.
분야만 다르고, 직접적인 인명 피해가 없을 뿐이지 전국민 개인정보 유출사태도 같은 이유입니다.
또 모 자동차회사의 원가절감에 따른 쿠킹호일화도 알게모르게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을 것입니다.

이렇게 눈으로 드러나는 것 말고도 한국 사회에 이미 여러가지 징후가 보이고 있습니다.
당장 작성자 본인만 하더라도 일을 할 때 원래는 크로스체크와 단계별 작업 확인이 이루어지는 것이 원칙이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급격히 그런 과정이 축소되거나 없어졌습니다.
노동력의 효율적 운용을 강조하면서 신입 직원은 뽑지 않고, 기존 직원에게는 더 많은 일을 요구합니다.
결국 남은 건 실무자 본인이 좀더 신경써서 체크하고 확인해야 한다는 것인데 (실제로 회사는 이것을 요구합니다.)
예전에 크로스체크를 할 때도 신경쓰지 않았던 게 아니니, 실수가 발생하면 사고가 터지기 전까지 아무도 알 수가 없습니다.

(시스템이 무너진 이후에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요소는 실무자 개인입니다.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무슨 문제가 생기면 정권에서 개인적 일탈을 주로 거론하는 게 납득이 갈 정도입니다.)

세월호도 마찬가지로, 안전을 위한 모든 체계가 망가진 상태에서
오직 선장의 운행 능력으로만 간신히 지난 1년을 버텨온 것 같습니다. 
원래 선장이 더이상 어렵다고 보고 손을 놓았을 때 사고가 터진 것입니다.

언제라고 딱 짚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아마도 외환위기 이후부터 안전비용, 사람에 대한 비용을 절감하기 시작했고,
그나마 일선 실무자들이 어찌어찌 버텨온 것이 10여년, 
그리고 4-5년 전부터 이런 식의 사고가 터져나오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산업계에 신규 인력의 투입이 줄어든 - 즉, 청년 실업이 심각해지기 시작한 시점과 같습니다.)

세월호를 둘러싼 해운사와 각종 협회, 해경 등등의 사실들을 보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평범한 직장인인 저로서는 감조차 오지 않습니다.
게임을 하는 데 플레이 상태가 이정도라면 주저없이 리셋을 했을 겁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어느 개인이, 그가 권력자이건 실무자이건 임무를 다하지 않아서' 사고가 일어났고,
'앞으로 더욱 각별히 신경쓰도록 하겠다' 라는 식으로 사고 처리를 맺는다면
세월호는 다시 침몰할 것이고, 리조트도 계속 무너질 것입니다. 

지난 10여년간 절감해왔던 안전 비용을 그 이상으로 투자해야 합니다.
기업들은 '당장의 이윤 극대화'가 아니라 '사람이 계속 일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바뀌어야 하고,
이게 되려면 정치-관료-기업 유착을 샅샅히 훑어서 뿌리뽑아야겠습니다.
혹시 빨갱이라고 할까봐 말씀드리면
자본주의적으로 볼 때도 우리 사회는 이미 안전 비용을 절감하는 데 대한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큽니다.
단적으로 청해진해운이 구조변경하고 과적해서 (혹은 보험 장사를 통해) 번 돈과 지금 사고로 털려야 할 돈을 비교하면 답이 나옵니다.

그런데 ....
대통령을 비롯해 국회의원이라는 작자들은 그런 생각은 전혀 추호도 없을 것이고,
혹여 생각이 미친다 하더라도 본인의 이익을 위해 결사반대할 것 같아서 무섭습니다.

.... 제가 대안까지 제시할 수 있는 훌륭한 사람이 아니니 희망을 가지고 관심을 가지고 계속 지켜보자는 말씀밖에 드릴 게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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