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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븅신사바] 공포소설 - 마지막 만남
게시물ID : panic_792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돼지뀰뀰
추천 : 10
조회수 : 104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4/28 17: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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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그 날이 되었다.
사실 그 동안 고민을 많이 했었다. 내가 이렇게 떠나버리면 남은 아이들은 어떻게 할까
돌봐줄 누군가가 있을까, 이 아이들이 커서 꿈의 나래를 펼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아이들의 머리를 한번씩 쓰다듬어준다.
쓰잘데기 없는 생각들로 머리 속이 가득 차지만, 이미 결정한 마음을 돌릴 수는 없는법.
준비는 끝났다. 
얘들아, 잘 지내렴....


화마가 건물 전체를 덮고 있다.
잠에서 깬, 비교적 나이를 많이 먹은 아이들이 건물 밖으로 나가는게 보인다.
왜 스스로 붙인 불인데도 아이들만 생각하면 눈물이 나는 걸까
영화처럼 천장을 지탱하고 있던 기둥들이 불에 휩싸여 무너진다. 
아직 빠져나가지 못한 아이들의 소리가 하늘을 메우고 있다.
나도 저 아이들 뒤를 따라가겠지.


불길에 휩싸이기 일보 직전, 세상에는 정적이 흘렀다.
불은 타오르던 그 형태 그대로 멈춰있고, 아이들의 소리도 들리지 않고 있다.
건물 출입구를 향해 뛰던 아이들도 그 상태 그대로 멈췄다.
어리둥절해 하던 내 앞에 갑자기 아이들이 나타났다.
팔이 으스러진 아이, 건물 잔해에 머릴 꿰뚫린 아이, 이미 전신화상을 입은 어린 아이...
분명 화마에 휩싸여 있지만, 숨쉬기 힘들 정도의 한기가 아이들로부터 뿜어져 나온다.


어쩔 수 없었다.
이미 한계에 도달한 보육원은 최소한의 기능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고, 하루하루 고통 속에서 살아갈 아이들을 눈뜨고 볼 수는 없었다.
더 어린애들 몇명, 그리고 내가 죽어서 다른 아이들이 좀더 보살핌받을 수 있다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정적 속에서 한기를 내뿜는 아이들을 한명한명 껴안아준다.
한기로 팔과 가슴이 얼어버릴것 같지만, 해줄 수 있는건 말뿐인 어른이라 끊임없이 읊조린다.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그래도 마지막을 너희와 보낼 수 있는게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편안히 마음을 먹고 눈을 감는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죽지...."
"죽지마..."
"절대로 죽지마....."
"당신은 절대로 죽지 못하게 ㅎ......."
"우릴 이렇게 죽게 해놓고 살수 있을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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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마디 : 오유에서 하는 이런 류의 이벤트 처음 참가해보네요. 그냥 머리속에서 떠오르는대로 쓴 글입니다. 즐겁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는 세월호를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
[꿈과 공포가 넘치는 공포게시판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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