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TV를 거의 안 보는 편인데 최순실 정국 이후로 TV를 종종 켭니다. 우연히 kbs로 채널을 돌려졌는데 코미디 프로를 하고 있었는데, 잠시 보고 있노라니, 최순실을 희화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 발언을 조롱하고 있습디다. 한달의 반 이상을 9시 뉴스 탑에 북한 김정은 뉴스만 하던 방송국에서 말이죠.
지금은 개나 소나 박근혜를 손가락질하는 세상입니다. 초등학생까지 박근혜 물러나라 하는 판국입니다. 이 상황에서 정치 지도자가 “당장 탄핵해라! “구속시켜라!”, “당장 끌어내야 한다.” 라고 말하기는 아주 쉬어요. 그런 말을 하면 누구에게나 박수받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정도의 언어 구사력이 있으면 얼마든지 그런 주장을 펼 수 있습니다. 심지어 방송에 출연하여 “박근혜, 능지처참할 놈!” 하는 식의 욕설을 해도, 조금 비판이야 받겠지만 대다수 국민에게는 스타가 됩니다. 정치지도자가 이리 처신하기는 쉽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오늘 오후 대선 주자 등 8인 회동에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박 대통령은 먼저 퇴진을 선언하고 이후에 질서있게 퇴진할수 있는 방안을 국회와 협의하기 바란다.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준다면 대통령이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 퇴진 후에도 대통령의 명예가 지켜질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말씀 드린다.”
이리 말을 하는 용기를 가진 지도자는 많지 않습니다. 아니, 현재 거의 없지요. 그렇게 말했다가는 박근혜 폭정에 분노하는 국민들으로부터 돌팔매질 당하니까요. 지금 인터넷 게시판에도 벌써부터 ‘문재인, 실망이다.’, ‘무르다’ 하는 말이 나오고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하기 어려운 말을 꼭 말하여야 할 때 할 수 있는 문 전 대표를 진정한 의미의 '용기 있는 지도자'로 보고 있습니다. 초등학생도 할 수 있는 말을 목청껏 외치는 사람이 용기 있는 지도자가 아닙니다.
정치 투쟁에 있어서 두테르테식의 멘트, 트럼프와 같은 막말만이 최선일까요? 그렇게 선동해서 국민들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청와대로 처들어가고, 경호 부대가 기관총 난사해서 국민이 여러 명 쓰러지고... 그런 식으로 집권하는 것이 좋은 건가요? 그보다는 피 안 흘리고, 국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며 정권 교체할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한 것이고, 정치 지도자라면 응당 그런 노력을 쏟아야지요.
쥐도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 고양이를 물 수 있습니다. 박 대통령이 보통 사람이 아니죠. 정신이 박약하여 예측 불가능한 인물입니다. 다른 어떤 권력자보다도 소프트랜딩(soft landing)을 유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회동에서 문 대표가 박 대통령의 명예로운 퇴진에 협력할 수 있다고 한 발언은 국가 지도자로서나 전략적 측면에서 매우 바람직하고, 품격 있으면서, 일부 국민의 돌팔매까지 감수하는 용기 있는 발언으로 평가합니다.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