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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지터는 악당이3
게시물ID : humorstory_1001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럭키
추천 : 0
조회수 : 89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05/07/07 06:43:52
“기다려 왔죠. 인조인간이 아닌 사람대 사람으로서”

위로 뻗은 삐죽머리의 중년사내는 장발의 청년의 독백과도 같은 말에, 크게 비아냥거리지 않았다. 물론 예전의 그라면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같은 지성체인데. 어떤 자식은 빌어먹게 악당이지만 행복하게 노후를 맞이하고 있고, 어떤 빌어먹게 불쌍한 자식은 이용만 당하면서 고통만 격어왔죠. 그 빌어먹을 악당보다 사람도 적게 죽였는데...”

중년사내의 미간이 약간 좁혀졌다. 고달픈 지난 세월을 알려주는 나이테와 같이 그의 이마에도 몇가닥의 선이 그어져있었지만, 그의 특유 압박감엔 손톱만큼도 영향을 주지 않았다. 

“나를 빗대는 건가?”

양쪽으로 길게 내린 단발머리는 뒤로 넘기며, 복면을 한 청년은 중년사내의 말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적어도 중년사내의 3분에 2의 인생을 살았던 청년의 외모엔 연로함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중년사내는 그 모습을 꼿꼿이 지켜보았다.

“악당은 악당으로 끝나야 하는 것이다. 물론 나도 처음엔 악당이었겠지, 하지만 현재! 그래... 현재에도 난 악당이다. 그리고 난 악당으로서 생을 마감해야 한다.”

“제가 보기엔 저언혀~ 악당처럼 살지 않는 것 같군요.”

청년의 입술은 복면 뒤쪽에 가려져있었지만, 그 말이 비아냥이란 것은 그의 말투로도 확연히 나타나있었다.

“넌 악당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그야... 악당은 악당이지요.”

청년은 자신의 말에 스스로 작게 웃었다. 그 작은 웃음은 중년사내... 아니 베지터의 귀에도 들어왔다.

“악당... 인간이 만든 단어이지... 하지만 그 단어는 말을 모르는 동물들에겐 없을 거야. 하지만 그 단어가 없단 것뿐이지. 그 의미는 존재한다. 사슴에겐 사자가 악당이고 사자에겐 인간이 악당이겠지. 내 말이 틀리나?”

“그렇군요. 개인중심적으로 이해를 한다면 그 말도 일리가 있겠군요. 그렇다면 당신은 인간들의 악당에게 당신이 악당이란 뜻으로 받아들이면 될까요?”

베지터는 작게 고갤 끄덕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당신을 악당으로 생각하지 않는군요. 자신들의 악당과 싸워준 그 악당들의 악당이 그 사람들에겐 정의사도로 보이는건 당연하겠지요?‘

“그렇겠지.”

청년은 입까지 올렸던 복면을 끌어내려 목에 걸쳐놨다. 이로써 그의 입은 베지터에게 완전히 노출되었다. 청년은 거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입술만을 움직였다.
그의 입술은 한참 무엇을 발음하는 듯 움직이다 이내 멈췄다.
베지터의 표정이 한층 심각해졌다.

“정의가 되고 싶다는 건가?”

“인간들의 정의는 될 수 없어도, 당신들이 쓰러뜨린 무수한 악당들의 정의는 될 수 있죠. 각오는 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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