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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 과거] 산문 - 떫은 풋과일
게시물ID : readers_79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그냥모르는척
추천 : 2
조회수 : 39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6/28 22:07:41
-로 표시된 부분은 시점 전환이에요!!!

제가 표현이 서툴러서 ㅠㅠ 어색하지만 재밌게 봐주셨으면해욬ㅋㅋ









그녀의 시선이 사진 한 장에 멈췄다.

평범한 그녀의 셀카였지만 그 셀카는 평범하질 않았다. 그녀는 셀카를 찍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마음에 들지를 않아 찍는 것을 매우 싫어했고 지워대기 바빴지만, 차마 그 사진을 지우지 못하고 뒤로가기를 톡톡 두어번 누를 뿐이었다.
그녀는 힘없이 홀드버튼을 눌렀고, 액정을 통해 힘이 다빠진 표정을 짓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살짝 미소짓고 있던 사진과 대비되어 더욱 표정은 찡그려졌다. 그녀는 며칠전을 회상했다.


-

"곧 7시네? 유비니~ 이제 어디갈꺼야?"

"음.. 남친이랑 남친친구들 데리고 노래방갈꺼야. 가서 좀 괜찮은 남자있으면 소개해줄게~"

"오~ 콜!"

학교가 끝난 뒤 친구들과 돌아다니는 그녀는 거칠것이 없었다. 시내에서 친구들과 돌아다니는 것이 가장 즐거운 그녀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늘은 남자들과 노래방도 같이간다니, 그녀는 살짝 기대감에 부풀어올랐다. 먼저 방을 잡기로 한 탓에 그녀는 쿨하게 노래방비를 지불한 채 동요를 불러대며 분위기를 띄웠다. 곧 올 남자들을 기대하며.


-

그의 시선이 손에 들린 영수증에 멈췄다.

"으아, 미친거 아니야? 무슨 책이 이리비싸. 돌아버리겠네…내 옷값…."

그는 키는 컸으나 빼빼말라서 허실하게 생긴 한 고등학생이었다. 그의 나이 고삼. 아무리 전문계학교를 다닌다 해도 수능에 대한 걱정은 떨쳐낼 수 없었다. 차마 문제집과 자습서를 부모님께 사달라고 할 사정이 안되었던 그는 일주일간 알바를 해서 문제집을 샀다. 원래는 옷도 하나 사고 문제집도 사려고 했지만 생각외로 살인적인 가격이 그를 짓누른 탓에, 당장 밥을 먹을 돈밖에 없었다. 그는 우울한 표정으로 상하이x파이스버거를 먹기위해 시내를 돌아다니던 찰나,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여? 동진? 왜?"

"어디?"

"시내!"

"밥먹었어?"

"아니!"

"먹자!"

"ㅇㅋ!"

평소엔 전화도 없던 녀석이, 뜬금없이 연락을 해왔다. 꽤나 노는 녀석이지만 근본은 착했던 탓에 그와 요새 많이 가까워졌는데 틈만나면 여자소개해준다고 노래를 불러대서 골머리를 썩힐 지경이었다.  장난인지 진심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서 그는 더 귀찮았다. 그래도 스스럼없이 전화걸어서 편하게 밥을 먹을 정도로 가까워졌다는 사실에 그는 웃음이 났다.
길치인 그는 꽤나 헤맸지만, 다행히 패스트푸드점을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학생들이 무슨 돈이 있겠는가. 밥이라고 해봤자 적당히 햄버거나 씹으며 농담이나 툭툭던졌다. 봉지가득 들어있는 문제집과 노트, 자습서에 기가 질린 동수는 별종이라고 고개를 흔들었다. 서로 수다를 떨다 집에 가는 버스를 같이타기로 하던 찰나 그의 뺨을 누군가 쓰다듬었다.

"어? 창수네?"

"썬~ 여기서 동진이랑 데이트중이었어?"

"응ㅋㅋ 내가 인기가 좀 많아야 말이지…. 어? 지우도 왔네?"

"난 이제야 보는거? 이멤버로 노래방 콜?"

"지금이 여섯시 사십분인데 한시간하고 보너스 20분 잡고 노래방에서 버스정류장까지 10분 잡으면…뭐 집에 한 9시쯤에 들어가겠네? 난 뭐 괜찮아!"

창수와 지우가 햄버거를 먹던 그와 동진이를 보고 안으로 들어왔다. 둘다 노는 녀석이었지만 성격이 좋아 잘대해주었고, 어찌하다보니 그 넷은 같이 노래방에 가기로했다. 귀가시간이 생각보다 늦어진 그는 살짝 고민했지만, 크게 상관은 없을듯 하여 쪼르르르 따라다녔다.
하지만 일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터져버렸다. 그 넷은 전부 거지였다. 제일 가격이 싼 노래방까지 어떻게 가긴 갔는데, 네명이서 가진돈은 4천원, 5천원에 천원이 모자랐다. 결국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바보들은 그냥 편의점에서 대충 라면이나 먹고 해산하기로 했다. 그러나 라면을 먹던 도중 지우가 그만 한통의 전화를 '받아버렸다.'

"웅~ 유빈아 왜?"

"오빠~ 노래방가자!"

"둘이서? 나 친구들있는데…."

"아니~ 내친구랑 오빠친구들이랑! 방금 오빠 살짝봤는데 그냥 그 인원 그대로랑 내친구들 합쳐서 놀면 되겠다!"

"오빠 봤는데 말도 안했어? 아무튼 콜!"

"…지우야?"

친구의 전화를 멍하니 듣던 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는 쑥쓰럼이 많은 철벽남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당연하게 여자와 노래방이 잡히다니?

"얘들아 즐거웠어. 부모님이 걱정하겠다 난 이제갈…"

"썬! 어디가? 너 외박해도 부모님이 뭐라안하는거 아는데? 친구 버릴꺼야?"

"나좀 살려줘…"

그는 결국 친구들에 의해 노래방으로 질질 끌려갔다.


-


노래방문이 열렸다. 그저 놀러 온 것이지만, 그녀의 두근대는 마음은 솔직하기만 했다. 둘은 아는 오빠였고, 나머지는 잘 몰랐지만 교복을 보면 같은학교 선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키가 크고 앞머리를 올린 한 선배에게 유독 눈이 갔다. 학교에서도 몇번 본것 같은 느낌이었다. 유빈의 옷깃을 부여잡고, 그녀는 살짝 귓속말했다.

"야, 저오빠 누구야?"

"누구? 저 머리 올린 오빠?"

"응. 친해?"

"아니. 나도 잘모르겠는데… 너네 학교잖아?"

"얼굴은 몇 번 봤는데 개인적으로 알지는 않아서… 여친 있으려나?"

"소개해줄까?"

"응! 완전 괜찮은데?"

"이 언니만 믿어라!"


-



그는 울상을 지으며 입장했다. 80분간 이름도 모르는 여자들과 노래방에 갇혀있어야 하기때문이었다. 게다가 손에 쥔 마일드세븐은 그녀들이 모범생이 아님을 증명했다. 어색하기도 하고 할 것도 없어서 핸드폰만 만지작만지작 거리다가 친구들의 노래좀 부르라는 성화에 고음이 없어 무난한 발라드한곡을 부르기 시작했다.
그가 노래를 부르던 도중 자신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옆친구와 쉴 새 없이 귓속말 하는 저 후배가 설마 자신을 보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곧 털어버렸다. 노래를 다 부르고 또다시 핸드폰을 잡고 오유를 하던 그에게 동진이가 말을 걸었다.

"오늘 우리집에서 자자!"

"아, 심란해 죽겠는데 넌 또 왜?"

"나 심심하단 말야… 우리집와!"

"야 싫어 너네집가면 피곤하단 말야…."

"너 지금 우리집 디스함?"

"아니 병시나 너네집이 문제가 아니라 외박하면 피곤하다니까?"

"닭강정사줄게"

"콜"

그렇게 그는 그 날 외박을 하게 되었다. 물론 모범생인 그는 부모님께 허락을 받는것 또한 잊지 않았다. 동진이가 호호 웃는 후배들에게 담배를 몇 개 (준 것인지 삥뜯긴 것인지 모르겠지만) 양도한 이후엔 별 달리 재미난 일은 없었다. 그런데 창수와 지우에게 인사하고, 동진이와 버스에 탈 때 즈음, 일이 터져버렸다. 


'여소 받을래?'

카톡 한통에 그의 정신은 혼비백산해졌다. '그녀'가 '그'를 보고 있었던 것이 맞았다. 아직은 누구라고 얘기를 안들었지만 뜬금없이 이런 카톡을 보낸다면, 긴머리에 노래를 한곡도 부르지 않은 그 후배밖에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던 그의 손이 빨라졌다.

'지우야, 난 노는 애는좀 ^^;;;;;; 사양할게ㅎ.ㅎ....'

'걔 노는애 아냐'

'담배 피던데?'

'ㅡㅡ그럼 나랑 동진이도 담배피니까 개양아치냐?'

'ㅇㅇ....'

'뭐라고? 학교에서 맞고싶다고?'

'잘못해씀다....'

'암튼 초대한다?'

'뭘?'

답장은 오질 않았다. 다만 새로운 단체카톡방이 생겨났을 뿐. 연락을 안한다면 학교에서 꼭 얘기좀 하자는 말을 남기고 지우는 그렇게 떠나갔다. 카톡 상태명 '뚜덩이'. 뭐라 카톡을 보내야 좋게 깔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 하던 도중 그녀가 먼저 카톡을 보냈다.

'오빠 뭐하세요?ㅎㅎ'

'응ㅋㅋ 친구랑 버스야! 오늘 친구네 집에서 자기로해서... 어 그런데 배터리가 없네ㅠ ㅠ 진짜 미안 친구집 도착해서 연락할게!!!!'

그리고 그는 초고속으로 배터리를 빼버렸다. 우선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조언자 또한.

"동진아."

"왜?"

"내리자."

"????왜? 지금 여기서 내리면 한시간은 걸어가야 하는데? 지금 비도 좀 오는데?"

"그러니까 내리자…."

다행히 그는 순순히 말을 따라 주었다.  둘은 빗길에 생고생해가며 얘기를 시작했다.


-

"지금이 11시 25분이니까… 야 너 카톡 두시간동안 씹은거얔ㅋㅋㅋㅋ"

"아 시끄러 나도 심란해…."

둘의 얘기는 끝났다. 집에 들어가 샤워도 끝마쳤으며 동진이녀석의 침대에 같이 누워서 꼭 붙은 후, 그저 폰이 켜지길 기다렸다. 그는 한숨을 쉬고, 카톡을 보냈다.

'미안해 ㅠㅠ 버스 잘못타서 걸어가느라 좀늦었어 ㅠㅠ 샤워도 하느라…. 자는 거같은데 내일 이야기 하자'

'아니에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ㅎㅎ. 오빠그런데 비 안왔어요??'

'응 왔는데?'

'비 안맞았어요? 어뜩해... 감기걸리겠다ㅠㅠ'

'샤워했으니까 괜찮을꺼야.. 너무 기다리게 해서진짜 미안!'

'앞으론 씻는 시간 1분씩 줄이기?ㅎㅎ'

"…얘 너 무지 좋아하는거 같은데?"

"그러게…뭐지?"

숫기는 없었지만 그는 이런 화끈한 대쉬에 약간 두근거렸다. 관심도 조금씩 가기 시작했으며 바뀐 프사를 확인할 지경까지 이르렀다. 왠 남자연예인 사진인가 싶었는데, 상태메세지가 가관이었다.

'I have a crush on you'

"하…야 동진아 씨바 잠깐만?"

상태메세지를 확인한 후 카카오톡을 보내는 그의 손이 더욱더 빨라졌다. 동진은 그저 쪼개고 있었다.

'근데 있잖아!! 그 상태메세지는 뭐야?'

'뭐가요?ㅎㅎ'

'...나 저정도 영어는 읽을 줄 알거든!'

'ㅎㅎㅎ 무슨뜻이게요?'

'무슨 뜻인지 보단... 누구한테 하는지가 더 궁금한데?'

'에이 당연히 오빠죠~ㅎㅎ'

'헐...난 또 무슨 남자사진 프사로 해놨길래 그 남자보고 하는줄 알았어..'

'그것두 오빠 닮아서 제가 찾은거에요!!'

'헐 저사람이? 나랑?'

'네ㅎㅎㅎ'

'저 사람 존잘인데...'

'오빠도 잘생겼어요!!'

"써니 써니~ 썬써너써너썬써ㅓ써써나 게임 끝났네 축하해. 오래가~"

그의 머릿속에서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난 듯했다. 동진이가 옆에서 풋풋하다고 놀래대서 나는 소리는 아닌듯 했다.




-


그 후 다음날이 되었다. 만나면 조금은 어색했지만 이동수업 때 보러가기도하고, 커플각서도 깔아보고, 보고싶다고 갑자기 전화도 해보고, 한 우산쓰고 같이 걸어보고…. 정말 연인 같았다.

'뚜덩아!!!'

'웅 오빠 왜?'

'나 셀카한장만 보내주면 안돼?'

'나 사진 안찍는데..'

'왜?ㅠㅠ'

'나 사진 못나와서ㅠㅠㅠ'

'아... 그럼 어쩔수 없지 ㅠㅠ 본판이 괜찮아서 못찍혀도 괜찮을거 같은데...'


폰을 붙잡은 그와 그녀의 얼굴엔 웃음이 피어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생각보다 너무 빨리 다가와버렸다. 그는 너무 연애에 서툴렀고, 그녀는 그가 생각한 것보다 너무 잘 놀았다. 그가 이제 자겠지, 하고 위치를 확인했을때 그녀는 시내에 있었다. 그녀는 그가 리드해주길 바랬지만 그는 너무 쑥쓰러워했다. 그가 수업을 듣고 싶었을 때 그녀는 전화를 걸고 싶었고, 그가 그녀와 있고 싶었을때 그녀는 친구들과 노래방에 있었다.
같이 노래방에 갔을 땐 그녀는 두시간 가까이 담배만 펴대기도 했다. 그는 며칠사이에 천국과 지옥을 왔다갔다 했으며, 자신이 서투른 건지 잘 맞지 않는 건지 생각을 해보았다. 결론은, 둘다인것 같았다. 싸우지도 않았고 마지막 버스정류장에서 배웅해 줄때 까지도 둘의 사이는 화목했지만, 그녀는 헤어지자고 말했고 그는 무뚝뚝하게 받아들였다. 채 일주일도 되질 않아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그는 혼란스러웠다. 무언가 약간은, 아주 약간은 자란것 같았다.
 








으아...

팩션(fact + fiction)이에요.

이름같은건 거의 바꿨고... 그를 노출시키지 않은 이유는 제이름을 어떻게 바꿔야할지 감이잘 안잡혀서 ㅠㅠ 좀 독특하거든여.. 암튼 그러합니닼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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