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븅신사바] 공포소설 - 미래에서 왔습니다.
게시물ID : panic_7934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카프리★
추천 : 3
조회수 : 128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4/29 20:25:29
옵션
  • 본인삭제금지


청년 백수이던 시절의 그는 약간의 우울증에 빠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영어는 잡히지도 않고 자격증도 번번히 떨어진다.
내쉬는 한숨은 점점 늘어만 가는데, 이상하게도 뱃살은 줄지 않는다.
지원서를 여기 지르고 저기 넣으면서 되겠지, 되겠지, 되겠지 주문을 외우기를 1년 반이건만,
매번 무엇이 부족한지를 알지도 못한 채, 오도방정 인생길따라 험로를 빙빙 돌기만 반복한다.

'스펙이 부족한 거겠지...'

매일이 월요일이자 매일이 일요일이던 나날들이 쌓이고 쌓이다가 건강도 안 좋아지길 수 차례.
힘 빠질대로 다 빠진 그에게 남은 건 멍한 하늘이나 바라보며 혼자 때우는 시간의 망상 정도였다.
나름 노력을 해도 되질 않으니, 뭔들 기대는 헛된 기대가 되어버리고, 헛된 기대는 망상을 부르고, 망상은 다시.

백수생활 한 지 1년 즈음 지날 때부턴가, 애초에 외톨이였던 그는 스스로 미쳐간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생각이 절정에 달했을 무렵인 19개월 째 어느 날, 원서를 쓰다가 세수하러 화장실에 들어간 그에게

그가 말을 걸어왔다.

"오... 이렇게 생겼었구나..."

거울을 바라보고 있던 그가, 그냥 저 혼자 내뱉은 말이었다. 그 다음 순간 그는 자신에게 무언가 들어오는 느낌을 받았다.

"안녕하세요, 어르신. 미래에서 왔습니다. 유언을 집행하러, 아, 아니지, 아니지, 설명을 드려야 되겠구나."

세수하다 말고 거울을 본 채 그 혼자 화장실에서 10분이 넘도록 혼잣말을 저를 보며 걸어대는 풍경은
말을 하고 있는 그가 보기에도 제법 기괴했다.
제 말투가 아닌 희한하게 일그러진 자신의 목소리에 대답을 하려 했지만, 어쩐지 대답할 수도 없었다.

"아, 당황하셨나봐요? 당황하셨겠구나, 돌아가셨다니."

설명에 따르면, 그가 죽을 즈음의 미래엔 정신을 의도적으로 과거로 잠시 보내는 게 가능해졌다고 그랬나.
그는 귀신이 빙의해 장난을 치고 있는 것인가 자기가 심하게 미친 것인가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자기 목소리로 들은 긴 설명은 굉장히 이해하기가 어려웠고, 상식에도 맞지 않았더랬다.
당황스러운 와중에도 미친 설명은 계속 이어졌고, 계속 그럴 것 같다가도 이 쯤 했으면 이해했겠지 싶었는지,

"어르신, 유언대로 로또 번호를 가르쳐 드릴테니 오늘 꼭 사시라는 말씀을 전해드릴게요. 번호는..."



혼잣말로 거울을 본 채 열심히 번호를 중얼거리던 그는 쌍욕을 한 마디 하더니 거울을 멍하니 보다가 실실 웃는다.

'드디어 미쳤구나'

다시 한 번 나와보라고, 취업못해서 생긴 다른 인격이냐고, 혼잣말을 고래고래, 거울을 보며 하다가, 이내 이럴 때가 아닌데.

쓰던 원서를 얼추 임시저장만 시켜둔 상태로 그는 인터넷에 비슷한 증상의 정신병이 있는지를 검색해보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번호를 기억해내곤 종이 쪼가리에 적었다.

그리고 사러, 갔다.














---------------

작가의 한마디 : 현실이 공포래요.

[우리는 아직 세월호를 잊지 않았습니다.]
[꿈과 공포가 넘치는 공포게시판으로 오세요.]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