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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 과거] 산문 - 수요일
게시물ID : readers_79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별그림
추천 : 14
조회수 : 518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06/28 23:22:58
그녀의 시선이 사진 한 장에 멈췄다.

매번 아침에 일어나면 보던 사진이었다. 이제는 별 감흥이 없어질때도 되었건만. 아직도 이 사진을 보다보면 울분이 차오른다.

16살 이후로, 아니 그날 이후로 더이상 흐르지 않았으리라 생각했던 시간이 지금까지도 여태껏 흐르고 있다.

그 젊은때 봄바람에 휘날리던 꽃잎 하나하나가 아름다웠고. 젊은피가 끓어넘치던 그때의 그녀였다면, 매일 울분에 못이겨 울어버렸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그녀는 이미 너무 많은 시간들을 흘려보냈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났었더라면 뭔가 바뀌었을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녀는 그러지 못했다. 그렇기에, 부질없는 생각이다.

봄이지만. 아직은 괜히 심술맞은 겨울이 따뜻한 봄을 시기하여 날씨가 쌀쌀하다.

으슬으슬한 몸을 이끌기위해서 옷을 두껍게 껴입는다.

문밖을 나서려다. 문득 시계를 보니 아직 시간이 너무 많이도 남았다.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그 사진을 다시한번 바라본다


수요일. 그래 오늘처럼 수요일이었다.


이팔청춘이라던 그 나이때. 모든 청춘의 꽃잎을 다 잃어버린 그녀는 이제 와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 탓에 하고 있는일 이라고는 

그저 방안에서 아무런 위로도 받지 못한채 울고 있는것 뿐이었다.

안타깝게도 아름답게 피어야할 꽃잎을 꽃봉우리 시절에 모두 잃어버린 그녀에게 더이상 시간은 흐르지 않았다.

하지만 꽃잎을 잃어버린 또다른 누군가는 그녀와 같지 않았다.


첫번째 수요일에. 또다른 누군가는 흐르지 않고 있던 시침을, 처음으로 움직였다.

그 무겁고, 원망스런 몸을 이끌며 힘들게 힘들게 자리에섰다. 그리고 외쳤다.


사죄해라.


테레비젼에서 또다른 누군가의 외침을 듣자. 그녀의 시간도 함께 움직였다. 아니 그녀 뿐만 아니라 많은 그녀들이 함께 시간을 움직였다.

용기를 내어. 몸을 이끌고. 굴곡진 목을 어떻게든 쥐어 짜내서. 모두가 함께 외쳤다.

많은 아이들이 그녀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었으며. 도움을 주었다. 멈춘 시간이 흐르게 되었다는 그 사실 만으로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 졌었던것도 같다.


하지만. 이제 몇번째 수요일이 었는지는 더이상 부질 없다고 느낄 때쯤. 그녀와. 그녀들은 세는것을 그만 두었다.

세는것을 부질없게 만들만큼. 그들은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이기적이게도, 인간적이지 못하게도 그들은 방관하며 무관심했다.


그녀들중 몇몇은. 너무 많은 시침을 움직이지 않은 탓인지. 녹슬어 버린 시침은 이제 움직이지 못하게 되어 버렸다.

지금은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아마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리라.

그때까지 그들의 사죄를 들었으면 좋으련만.


울음이 나올것같은 감정이 되었다.

하지만. 이 원망스러운 몸뚱아리는. 울어버릴 힘조차 없는 모양이다.

차가 도착할 시간이 된다.

그녀는. 지팡이를 손에 짚는다.

그리고 문을 열어. 도착한 차를 향해 나간다.

문을 닫자. 집안은 고요해진다.

그녀는 감정이 더디어져 느끼지 못하지만. 

하나하나의 꽃봉우리들이 모여 수많은 꽃봉우리가 되었고. 그 꽃봉우리들은. 그녀들에게 수많은 꽃잎이 되어주었고, 그녀들의 시침이 되어주었다.


오래된 사진에는. 추운 겨울 나무들이 꽃잎을 잃어버린채로 가지만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바라보았던 사진은. 그 누가 뭐라 하던지 간에. 꽃잎이 가득 피어있었다.

쓸쓸해 보이던 빈집 사이로.

꽃잎 하나가 흘러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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