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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븅신사바] 실화괴담 - 경상북도 청기면
게시물ID : panic_794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푸르나
추천 : 14
조회수 : 3251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5/05/02 17:5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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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때 였어요.

경상북도 청기에 할머니가 사셨어요. 거긴 아직도 개발 안 된 시골인데요
꺽찌? 뻣찌? 물을 막아서 농업용수로 쓰는 둑이 있었습니다.

여름비가 많이 와서 물이 둑을 넘었어요. 시뻘건 흙탕물이 콸콸콸콸.
그래도 몇 년 만에 놀러가는건데 물놀이를 안 할 수가 없었죠. 놀았죠.
형 누나들이랑 물살 약한 곳에 가서 수영했어요. 

친척형은 흙탕물 속에서도 미꾸라지를 잘 잡았습니다.
하늘은 시시각각 꿀렁꿀렁 하면서 마른번개가 쳤어요. 그러면 꺄아~~ 하면서 도망갔다가
개구리 몇 마리 잡고, 번개 멈추면 또 헤엄을 쳤어요.

다이빙 할 만한 높이의 다리가 있었어요. 제가 올라가서 있는힘껏 폼을 잡습니다.
우와~! 소리 한 번 지르고 뛰어들었는데 흙탕물이 코와 입으로 쑥 들어왔어요. 아직도 그 향과 맛이 선명해요.
어푸 어푸 하면서 물 얕은 곳으로 나오는데 제가 밟은 돌이 훌러덩 하면서 뒤집혔어요.
애매하게 넘어지면서 물살 쎈 곳으로 휩쓸려 갔습니다. 
순간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다' 생각이 들었어요
눈 깜짝할 사이에 몇 미터를 휩쓸려 갔습니다. 저는 위 아래 위위 아래 
수박 마냥 가라앉았다 떠올랐다를 반복하며 떠내려갔어요

대가리가 수면 아래 있었던 그 찰나의 순간을 잊을 수 없습니다. 우르릉쾅쾅 물 아래 수백 수천개의 돌들이 굴러가는 소리와
흐린하늘... 너무너무 어둡고 드넓은 하늘이 보였다 말았다 했어요. 
그리고, 그때, 저는 봤습니다. 저 멀리 코끼리바위 위에서 형 누나들이 그냥 서 있는 것을.
그냥 멀뚱히 서서 보고만 있더군요. 저를 관찰하고 있었어요 "저거 죽나?" 하면서. 검은 눈 깜빡 깜빡.
화가 났습니다 물에서 나오면 때릴거야!!!!!!!!!!

근데 그건 형 누나들이 아니었어요. 나중에 알게된 사실입니다. 형 누나들은 제가 떠내려가자 마자 
누나들은 뭍으로 형들은 수영해서 바로 쫓아왔데요. 누나가 저의 머리채를 잡아서 구해줬습니다.
저는 흙탕물 켁켁 토하면서 엄청 서럽게 울었고요. 

복귀해서 어른들께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할머니가 우리 돌돌이 물귀신봤나? 하셨어요.
어른들도 아이고 우리 돌돌이 큰일날 뻔했네, 죽을 뻔했네, 하면서 맞장구 쳤구요
모든 가족들이 제가 본 것을 물귀신으로 정의 내리셨습니다 ㅡㅡ;;; 
거기서 돌아가신 분 많다고. 전쟁때 시체들 여럿 떠다니던 곳이라고 ㅡㅡ;;;; 

여름밤 이었어요. 다들 하하 호호 웃고, 에프킬라에 모기향에 쑥도 태우고.
어르신들은 자두술 꺼내 드시다 흥건히 취해서 노래를 부르셨어요ㅋ 
저희는 사각랜턴 하나로 미친놈들 처럼 놀다가 모기장 밖에 다리 하나씩 내놓고 잠들었습니다. 
시골집 TV 아래엔 대일파스가 항상 있었어요.





작가의 한마디 : 
[다들 살면서 귀신 한 번씩 보곤 하잖아요? 그럼 진짜 있는거 아닌가요? '애인' 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만 오유인에겐 없는 것 처럼 귀신도 개념은 존재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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