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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팬클럽'이라는 평가에 대하여
게시물ID : sisa_7942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eunzehn
추천 : 16/7
조회수 : 752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6/11/22 03:22:28

사실 밖에서는 '문베충'이라는 소리까지 듣는 오유입니다만(주갤 등지에서 많이 보이는 표현이죠)

오유의 문재인 지지자들이 문재인이라는 인물을 어딘가의 반인반신마냥 떠받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이라는 세 글자는 오유에서 함부로 입에 담을 수 없습니다.

자칫 잘못 담았다가는 그야말로 비추 무간지옥에 떨어지니까요.


뭐 '비공감에 무감각해져야한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계십니다마는 우리 한번 솔직해져봅시다.

추천/비추천과 그에 따른 베스트/베오베 등극 및 색깔변화는 오유라는 웹사이트의 커다란 특징이고

사실상 오유 여론의 흐름을 결정하는 것이 바로 이 공감과 비공감입니다.

이건 베스트 시스템 없애지 않는 이상 아마 변치 않을 진리죠.

그렇기에 비추폭격에 질려 떠나느는사람 멘탈을 탓하는건 온당치 못한 행위입니다.


그렇다면 어째서 '문재인'이라는 이름이 이러한 비추 핵폭격을 부르는가? 이는 세계관의 문제라고 봅니다.

본래 정치란 다양한 이해관계를 지닌 국민의 대표자들이 때로는 반목하고 때로는 손을 잡아가며

자신이 대표하는 국민의 이해를 관철하기 위한 행위입니다.

정치에 참여하는 모든 자들은 각자 자신의 이해관계를 지니고 행동하는 주체라는 뜻이죠.


그런데 오유인들, 그 중에서도 문재인 지지자들이 바라보는 정치판은 좀 다릅니다.

이들의 눈에 비치는 정치란 '문재인'이라는 영웅 한 명의 일대기이며

다른 세력은 어떻게든 문재인을 끌어내리거나 흡집내려고 하는 몬스터 집단 정도의 의미밖에 가지지 못합니다.

수많은 이해와 협상이 난무하는 현대 정치판을 지극히 중세적인 선과 악의 대결로 이해하는 것이죠.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는 복잡다단한 정치판을 오직 '적'과 '아군'으로 인식하게 만듭니다.

즉 내가 지지하지 않는 정치 세력을 정치적 협상이 아닌 증오와 파괴의 대상으로 여기게 되는 겁니다.

또한 '적'의 행동에 대한 동기 역시 '그냥 사악한 놈이니까 그랬겠지' 수준에서 나아가기 어려워지죠.


뭐 실제로 극단적이고 악하면서도 강대한 집단을 논할 경우 이러한 어긋남은 크게 부각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현재 박근혜 정부는 위의 세 조건을 모두 만족하며, 따라서 증오한다 해도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죠.

커뮤니티 전원이 공유하는 감정이자 방향성이니까.

문제는 이런 일종의 '절대악'이 아닌 집단끼리의 사안에서 발생합니다.

박원순 시장과 이재명 시장, 문재인 전 대표, 그리고 현재의 추미애 대표.

이런 사람들이 항상 의견이 일치해온 것은 아니고, 이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일입니다.

정당, 계파라 해도 결국 성향과 이해관계에 따른 분류. 세부적인 차이가 없을 수는 없지요.


허나 위의 이분법적 관점을 지닌 사람들은 이를 각 주체가 지닌 의견의 차이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치를 선과 악의 장대한 혈투로 인식하는 분들은 지지하는 정치인에 대한 비판을 다음과 같이 받아들입니다.

'네놈도 적이었나?'

그리고 거기서부터는 비판을 한 사람 역시 악의 세력이자 증오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죠.

정치인 개개인이, 그리고 그들이 대표하는 국민이 각자 자신만의 생각, 자신만의 이해관계를 지닌,

'주체'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기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실제로 야권 내에서 문재인 대표나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비판이 나오면 '사쿠라'라는 표현이 난무합니다마는

이 단어의 뉘앙스는 '스파이'에 가깝습니다.

즉 해당 인물의 행동에 대한 이유를 '선한 진영에 대한 음해'로 확정해버리는겁니다.

왜냐? 내가 지지하는 정의로운 사람을 비판했으니까! 그런 놈의 의도가 멀쩡할 리 없지!

주인공을 치는 놈은 몬스터겠지! 정도의 논리라 할 수 있습니다.


뭐 오유인을 위한 변명을 하자면 이런 일종의 피해의식(?)이 생긴 배경은 존재합니다.

현 정부는 이전의 어떤 정부보다도 인터넷 여론에 인위적인 손길을 많이 대왔고

실제로 야권 내부를 교란시키기 위해 활동한 국정원이나 극우세력의 농간도 있었지요.

그러니 다소 비판 여론에 예민해지는, 비판에 의심의 눈초리를 들이대는 것도 당연할지 모릅니다.

여기가 공개된 게시판이 아니고, 여러분이 '정치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말이죠.


공개 커뮤니티는 자연스레 수많은 제 3자들의 시선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은 여러분의 사정에 관심이 없습니다,

오직 눈에 보이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평가할 뿐.

그런 제 3자들의 눈에 비치는 오유와 시게는, 좀 불편할 수 있겠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모든 비판여론을 음해세력의 공작으로 치부하는 피해망상증 환자 집단'에 가깝습니다.

모든 정부에 대한 비판을 종북세력의 공작으로 보는 콘크리트와 크게 다르지 않은거죠. 겉으로 보기에는.

이러한 평가는 당연히 지지하는 정치인에게도 옮아갑니다.

'문베충들 짜증나서 문재인도 싫다'느니 '극과 극은 통한다'느니, 외부 커뮤니티에선 심심찮게 들리는 말입니다.

이런 식으로 외연을 잃어서야 너무 안타까운 일이겠죠.


당연한 말이지만 모든 비판 여론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다만 무턱대고 '내가 지지하는 문재인을 흔들기 위한 악의 세력의 공작'보다는

'나와 다른 생각과 관점을 지닌 사람들의 의견' 정도의 선으로 생각하자는거죠.

만사를 적아와 선악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세계관은 결국 적을 잔뜩 만드는 결과밖에 낳지 않습니다.

친박은 당연히 악. 친이도 한통속이니 악. 국민의당 배신자니까 악. 민주당도 타 계파는 사쿠라야. 악.

이러다 보니 민주당을 지지한다면서 민주당의 8할을 '사쿠라'로 규정하고

오랜 세월 야권의 강자로 여당의 음해에 맞서 싸워온 박원순 시장에게마저 의혹의 눈초리를 돌리는 촌극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세상만사를 다 악으로 규정하고 어둠 속의 한줄기 불빛 놀이하는게 나름 비장미는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이해관계에 따른 이합집산의 장인 현실 정치에서는 크나큰 독이 됩니다.


만약 안철수 지지자나 김종인 지지자, 박원순 지지자가 오유를 본다면(분명히 보는 사람들 있습니다)

이들이 오유를, 그리고 나아가 문재인 전 대표를 어떤 눈으로 바라보게 될까요?

문재인이랑은 상관없지 않느냐? 그럴 리가요. 박사모의 삽질이 박근혜에 대한 평가와 무관할 것 같습니까?

그 모든 사람들을 등 돌리게 만들고, 마치 친박이 '진박' 가려내듯 엄선된 '진문'만을 모아

(심지어 요즘은 문재인 지지자들끼리도 의심하더군요. 그깟 지지한다는 말 한마디 누가 못하냐며)

박근혜와 새누리당 세력에 대항한다면 승산이 얼마나 될까요? 그게 과연 올바른 정치적 판단일까요?


뭐 제가 올드비는 전혀 아닙니다마는 어쨌거나 오유는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러니까 굳이 이런 장문도 쓰는 거겠죠.

(사쿠라 세력의 공작이라 여길 분들도 분명 있겠지만요)

허나 오유의 장점인 '순수함'이 너무나 쉽게 '단순함'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동화 속 세상, 용사가 악당을 물리치는 세상을 믿어야만 순수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닐 터라 믿습니다.

적보다는 아군을 만들고 증오보다는 이해와 협상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자리잡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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