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조사를 받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논의가 정치권 등에서 본격화하는 가운데 헌법재판소가 박 대통령의 혐의 등이 탄핵 사유가 되는지에 관한 헌법소원 사건을 심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비록 탄핵소추안 자체가 아니고 탄핵안과 형식적 절차나 심사기준은 다르지만, 탄핵 사유와 법리 등에 관한 제반 검토는 이뤄질 수 있어 헌재의 판단이 주목된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이달 2일 국회가 대통령 탄핵소추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데도 이를 하지 않는 '부작위'(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는 헌법에 위배된다며 한 청구인이 낸 헌법소원 사건을 심사 중이다.
해당 청구인이 누구인지는 헌재의 비공개 원칙에 따라 확인되지 않았다. 헌재 안팎에선 청구인 측을 시민단체나 법조인 등으로 추정한다.
청구인 측은 "박근혜 대통령이 10월 25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 이후에도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자료를 최순실에게 유출했다는 사실을 시인하였는바 이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 및 형법을 위반한 중대한 법 위반 사실을 자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청구인 측은 "국회가 헌법 제65조 제1항에 따라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절차를 진행해야 함에도 이를 하지 않은 부작위는 국민주권주의를 위반해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청구인의 주장은 대통령이 스스로 문건 유출을 시인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및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가 성립하므로 이는 '중대한 법위반'에 해당해 탄핵소추 요건이 된다는 것이다.
앞서 헌재는 2004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판례에서 "헌법재판소법 제53조 1항의 '탄핵심판 청구가 이유 있는 때'란 모든 법 위반의 경우가 아니라,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의 '중대한' 법 위반의 경우를 말한다"고 판시해 탄핵 사유로 '중대한 법위반'이 필요하다는 법리를 제시했다.
헌재는 아직 이 사건을 사전심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심사란 헌법소원 청구에 대해 헌재가 본격적인 심사를 하기 전에 심사할 필요성이 있는지, 청구가 적법한 것인지를 살펴보는 단계다.
필요성 등이 없다고 판단되면 헌재는 각하 결정을 내려 청구 내용에 대한 본격적인 심사를 하지 않는다.
탄핵소추 절차는 국회 고유의 권한이기 때문에 각하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상황의 심각성을 받아들인 헌재가 본안 심사를 하기로 할 경우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가결하기도 전에 '탄핵 정국'이 시작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특히 청구인 측이 주장하는 공무상 비밀누설죄는 검찰이 정호성 전 비서관의 공소장에 적시한 대통령의 주요 혐의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는 이번 사안이 탄핵심판의 전초전이 될 가능성도 크다. 대통령의 주요 혐의를 두고 탄핵심판 요건이 되는지의 문제는 결국 헌재가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헌법연구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탄핵소추 부작위 헌법소원은 아마 헌재 사상 처음으로 제기된 사건이라서 쉽게 각하 결정을 내리지 못할 것"이라며 "본안 심사를 결정한다면 대통령의 혐의가 탄핵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심사해야 하므로 적극적으로 해석한다면 사실상 탄핵심판이 시작됐다는 의미가 있다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출처 | http://v.media.daum.net/v/2016112211210453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