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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 과거] 산문 - 괴물
게시물ID : readers_79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오늘의바보
추천 : 4
조회수 : 40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06/29 00:13:09
괴물
 
 
그녀의 시선이 사진 한 장에 멈췄다.
사진에는 그녀의 어머니가 환히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도 어머니를 보며 환히 웃었다. 그녀는 웃고 있었지만 눈물이 사진위로 뚝뚝 떨어졌다.
아이쿠, 엄마 더러워 졌네.”
그녀는 소매로 사진에 떨어진 눈물을 소맷자락으로 쓱쓱 닦아냈다.
벌써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5년이 되었다. 5년이나 지났는데도 여전히 어머니사진을 보면 눈물부터 나온다. 어렸을 적부터 못되게 굴어서 일까 어머니의 미소가 더더욱 가슴을 찌른다.
싫어! 저리가! 여긴 왜왔어!”
어렸을 때의 그녀는 엄마가 너무나 싫었다.
다른 엄마는 다들 상냥하고 예쁜데 우리엄마는 너무 못생겼다. 쭈글쭈글한 얼굴이며 새까만 얼굴이라니
하필이면 운동회 때 엄마가 찾아왔다. 아무래도 새로운 별명이 더 생길 것 같다.
으 괴물이다!”
우리반애 성격 나쁜 남자애가 역시나 제일 먼저 소리쳤다. 다른 아이들도 엄마를 보고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원래 있는 김고아라는 별명은 내 이름 김씨에 고아를 붙여서 별명을 처음 만든 애가 바로 저애였다. 어떻게 알았는지 오래전에 아빠가 돌아가신걸 알고 그런 별명을 붙인 것이다. 나는 엄마가 있었지만 그 애는 고아라는 별명을 마음에 들어 했던 것 같다.
난 엄마가 다가와도 고개를 돌려서 일부러 다른 곳을 쳐다봤다. 엄마는 도시락 보따리를 나의 손에 쥐여 주었다.
운동횐데 도시락 싸왔어
이딴 거 필요 없으니까 가! 가라고!”
하지만
나는 도시락을 땅바닥에 패대기치고 머뭇거리는 엄마를 때리며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엄마는 당황스러워하며 굴러 떨어진 도시락을 주섬주섬 모으기 시작했다. 나는 그러던지 말든지 수그린 엄마의 등을 때리며 계속 소리쳤다.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던 아이들이 나에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 괴물하고 김고아하고 싸운다!”
나는 제풀에 지쳐 바닥에 주저앉고 눈물을 쏟았다. 엄마는 더러워진 도시락을 들고 손수건을 꺼내 나에게 주었다. 나는 손수건마저 바닥에 팽개치고 계속 울었다. 엄마는 나를 한번 바라보더니 집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그래도 중간 중간 뒤돌아서 나를 바라보았다.
, 괴물고아 크큭, 딱이네 축하한다. 새 별명이 생겼어
성격 나쁜 남자애는 나의 머리를 툭툭 밀었다. 나는 그저 쭈그리고 머리를 다리사이에 파묻고 있었다. 이제는 머리를 툭툭 밀더니 발고 내 다리를 툭툭 차기 시작했다.
괴물은 아무래도 없어져야 좋겠지?”
주위의 아이들은 킥킥거리더니 다 같이 나를 때리기 시작했다. 아팠다. 너무 아프고 슬프고 짜증나고 모든 것이 토 나울 정도로 미웠다.
나는 학교가 끝나고 집에 들어가자마자 방문을 걸어 잠그고 침대위에 엎드린 채 목이 쉬도록 울었다. 아이들에게 맞은 곳이 욱신거렸다.
정원아, 너 우니?”
엄마가 문을 두드리고 말을 했다. 나는 엄마를 무시한 채로 계속 울었다. 엄마는 그걸 알고 있는지 계속 문 앞에서 기다렸다.
나는 우는 것에 지쳐서 아무 소리도 없이 누워있었고 엄마는 문을 다시 두드리기 시작했다.
엄마 들어가도 되니? 엄마랑 얘기할까?”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었다. 엄마는 문을 열자마자 나를 꼬옥 안아주었고 나는 엄마 품에서 또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에게 못되게 군 것에 대한 미안함과 억울함의 눈물이었다.
엄마가 왜 이렇게 못생겨졌는지 알고 싶니?”
엄마는 나를 안은 채로 손을 파르르 떨었다. 그 떨리는 손으로 엄마는 나의 머리를 쓸었다.
엄마는 말이지
남편이 죽었다. 뺑소니였다. 한동안 정신이 나가서 남편의 시신이 있는 침대 앞에서 나도 시체가 된 것 마냥 앉아있었다. 남들처럼 남편의 시신에 엎드려서 오열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전혀 그럴 수 없었다. 결국 끝까지 정신이 나간채로 남편을 그렇게 보냈고 이제는 남편이 사라진 병실의 간이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고 몇 시간이고 앉아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정원이 어머님 되시죠? 지금 빨리 집으로 오세요! 댁에 불이 났어요!”
라구요?”
전 이웃에 사는 사람인데 지금 제가 119를 불렀어요, 근데 지금 정원이가 집안에 있는 것 같은데 어떡해요?”
청천 벽력같은 일이었다. 나는 집까지 20분까지 걸릴 거리를 택시를 타고 5분 만에 도착했다. 집은 이미 까만 연기로 가득했다. 나는 뒤늦게 집에 올려놓았던 가스불이 떠올랐다.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문 앞까지 같다. 정원이의 울부짖는 소리가 복도까지 들렸다. 문 앞까지 대단한 열기가 느껴졌지만 이미 생각할 여유 따윈 없었고 곧바로 문을 열어 집안으로 들어갔다. 불길이 확 치솟아 오르고 집안은 검은 연기가 가득해 앞이 보이질 않았다.
나는 일단 옷을 찢어서 코와 입을 막은 뒤에 정원의 방문을 열었다. 정원이는 콜록거리며 울고 있었고 나를 보자마자 달려들었다. 나는 미리 찢어놓은 옷자락을 정원이에게 물린뒤에 다시 현관 쪽으로 갔다. 그때 불붙은 벽지가 떨어지면서 나의 왼쪽 얼굴을 덮쳤다. 그 느낌은 정말로 끔찍했다. 정말 말로 표현 못 할 공포가 온몸을 휘감았다. 하지만 일단 집밖으로 나가야했기에 이를 악물고 현관문을 열었다. 나는 문을 열자마자 복도에 쓰러져 이리저리 굴렀다. 나는 얼굴이 타들어가는 고통에 정신을 잃어버렸고 그런 나를 때마침 도착한 소방관이 후송해갔다.
그날 나는 얼굴에 4도 화상을 입고 얼굴을 잃어버리고 정원이를 얻었다.
 
나는 어머니의 사진을 가슴속에 품은채로 목이 쉬어라 울었다. 눈물이 쉼 없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못생긴 엄마가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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