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19, 20일 / 24 25일 진도 현장에서 봉사와 현장기록을 반복했던 단원고 졸업생이자, 단원고등학교 페이스북 페이지 관리자 최승원입니다.
먼저 묵묵히 현장에서 봉사하셨던, 지금도 봉사하고 계시는 봉사자 분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드립니다.
다름이 아니고, 봉사자 분들께 '가만히 있지 말자'는 제안을 드리고자 하여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우리는 진도체육관에서,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분들의 답답함을- 그 고통을 마음에 새겼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저기서 끊이질 않는 통곡에 가슴이 찢어졌습니다. 안타까운 사연들에 눈물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그렇게 함께 가족의 마음으로 현장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렇게-
총체적으로 무능했던 정부의 재난대응을 지켜보았습니다.
똑같은 말만 반복하며 가족들의 의문을 해결해주지 않는 구조당국의 축소은폐와 과대포장이 점칠된 불명확한 브리핑을 지켜보았습니다.
총괄자를 찾아 볼 수 없는,책임지고 말하는 사람이 없는 답답한 현장의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분통이 터져 항의하다가 탈진하여 병원으로 후송되는 가족분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았습니다.
사복경찰을 배치하고 가족들을 감시사찰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참다 못한 가족들이 청와대로 향한다고 발걸음을 떼자마자 순식간에 막아서는, 그제야 신속정확한 모습을 보여주는 그 태도를 지켜보았습니다.
국무총리나 경찰차장 같은 높으신 분들이 그제야 헐레벌떡 내려와서 막말을 지껄이며 어떻게든 분노를 유예시키려는, 보신에만 급급한 정부의 태도를 지켜보았습니다.
이에 아무리 화를 내도 언론에서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왜 화를 내는지 아무도 이야기 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피해가족분들의 정부와 언론에 대한 극도의 불신을 지켜보았습니다.
봉사자 여러분.
우리는 가만히 있으라는 불합리한 명령에 따르다가 물에 잠겨간 세월호 희생자들을 가만히 지켜보았습니다.
그렇게 우리가 가만히 있었기에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결함투성이의 배를 만들었습니다. 구조장비에 예산을 투자하지 않아 고무보트가 부족했던, 민간기업과의 긴밀한 유착 때문에 사람생명도 못알아보는 해경을 만들었습니다.
재난에 무능한 모습만을 보여준 정부를 만들었습니다. 그저 선장과 선원들만의 탓이라며 가만히 흘러보내려는 우리의 모습을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생명과 안전보다 이윤이 먼저인 세상을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또 모든 것을 묵인하고 가만히 있으면, 그래봤자 바뀌지 않는다고 자조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또 다른 참사가 반복되어 또다시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가리라고 생각합니다.
4월 20일, 진도체육관에서 진도대교까지 "대통령과 직접 대화하겠다."며 5시간여 가량을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걸었던 가족들의 심정과 함께했다고 생각합니다. 어이없이 막혔던, 그 가만히 있지 않았던 가족분들의 행진을 다시 이어가고 싶습니다.
용혜인씨가 기획한 "가만히 있으라" 켐페인에 피해가족 분이 '외로운 길에 힘이 된다.' 라는 메세지를 전해오셨다고 합니다.
피해가족 분들의 지지를 받는 켐페인에 봉사자들이 보고 듣고 느낀 바를 이야기하며, 한 번 힘을 보태는 것이 어떨지, 조심스럽게 제안드리고자 합니다.
(1) 글 기고
(2) 행진 참여 및 자유 발언
(3) 단순 행진 참여
에 함께 해주세요.
오후 2시 명동에서 자봉 참가자 분들의 발언과 기고글 낭독을 한 이후, 시청합동분향소로 이동해 합동추모를 하고자 생각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최승원 카카오톡 아이디: fanzer / 연락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혹시 이 글을 쓰신 봉사자분, 연락 가능하실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