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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븅신사바] 공포소설- 뫼비우스의 군생활
게시물ID : panic_795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총몇명
추천 : 29
조회수 : 3184회
댓글수 : 13개
등록시간 : 2015/05/06 13:2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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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참 자동차 서비스 센터에서 정비를 배우다가 영장이 나와 군 입대를 했던 때였다.

2005년 당시 나는 맞후임과 1년 넘게 차이 나는 한마디로 제대로 꼬인 군번이었다.

1년 넘게 걸레만 빨다보니 주부습진이 걸릴 정도였다.

물론 다행인지 불행인지 부대는 훈련이 별로 없는 동원부대였지만,

그 대신 엄청난 양의 작업들이 매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부대는 시내에서 산속으로 1시간은 차를 타고 들어와야 하는 영외부대였다.

부대를 간단히 묘사해보면먼저 부대 입구에서 부대 건물로 연결된 길쭉한 S자 도로가 보이고 도로 좌측엔 PX와 식당

우측엔 자그마한 연병장이 있었으며 연병장 중간에 사열대그리고 사열대 뒤에 3층짜리 부대 건물이 있었다.

 

우리 부대는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휴양지로 보일 정도로 작은 규모의 부대였다.

하지만 여름이면 별의별 잡초가 기어 올라오고 겨울이면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극한의 추위가 찾아오는 지옥 같은 휴양지였다

그 중에 가장 맘에 안 들었던 건 부대가 산 중턱에 위치한 탓에 행정보급관에게 우리 부대는 손봐야 할 곳 투성이었다는 점이었다.

 

어찌됐든 당시 중대 막내였던 나는 항상 선임들과 작업을 나갔는데,

주로 작업준비작업보조뒷정리와 같이 시답잖지만 굉장히 힘든 일만 맡곤 했다.

그래서 막내시절엔 항상 긴장을 놓칠 수가 없었다귀를 열어두고 선임이 시키는 일만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항상 선임들에게 욕과 갈굼을 먹고 심할 땐 폭력도 당하곤 했었다.

소위 폐급이라고 불린 병사였다생각해보면 부대 전입 온날 부터 생김새로 놀림을 받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폐급 취급을 받던 당시 나에겐 같은 소대이자 같은 생활관의 작업을 항상 같이 나가던 선임일병 A가 있었다.

어리바리한 내게 폭언을 밥먹듯이 하던 다른 선임들과는 달리 그는 나를 항상 살갑게 대해주었다

A는 우리 소대 안에서 소위 S급이라고 불릴 정도로 군 생활을 잘하는 선임이었다

그런 선임이 내게 잘해준다는 사실은 내게 큰 보탬이 됐었다.

 

부대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 했을 때 나는 선임 A에게 이상한 이야기를 하나 듣게 됐었다.

그 때도 어김없이 선임을 포함한 다른 몇 명의 선임들과 함께 작업을 하다가 쉬던 도중이었다

선임과 나만 담배를 피우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선임들이 담배를 피러 간 동안 둘만 나란히 앉아 쉬고 있었다.

 

부대생활 이제 좀 괜찮냐?”

할 만합니다.”

너만 알고 있어나 사실 지금까지 이 짓을 10번째 하고 있다.”

혹시 죄송한데.. 무슨 말이십니까?”

흘려만 들어나 군 생활을 10번째 하고 있다고.”

그렇습니까굉장히 슬프실 것 같습니다.”

너 이 새끼역시 안 믿으면서 기분 맞춰 주는거 봐라.”

하하장난치신 거 맞지 않으십니까?”

장난 아니야 새끼야.”

예 알겠습니다!!”

근무 때 더 얘기해줄게


선임 A가 처음 그 얘기를 꺼낼 때 나는 웬 미친 소리를 하나 했었다.

당시 A 나이가 25였는데 군 생활을 10번 하고 있다는 건 입대를 15살 때 했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 선임 군번이 03군번이었을 뿐만 아니라헌법상 군대는 성인이 돼서야 입대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결국 그의 말은 되도 않는 소리였다.

 

그렇게 그 일을 잊은 지 며칠 후 나는 새벽 02시부터 03시 30분까지 부사수로서 사수인 그와 함께 야간 근무를 서게 되었다

초소에서 귀뚜라미 소리와 얕게 부는 바람소리를 들으며 휴가 생각만 하던 중 그가 갑자기 얘기를 꺼냈다.

 

엊그제 내가 한 얘기 기억 나냐?”

어떤 얘기 말씀이십니까?”

내가 이 짓 10번째 하고 있다는 얘기.”

장난친 거 말씀이십니까..?”

그래넌 항상 처음에만 안 믿었지.”

 

그는 마치 얘기를 꺼낸 게 처음이 아니었다는 듯 이야기했다.

나는 막내로서 여러 선임들이 치는 장난을 웬만해선 받아주었지만,

그가 진지한 태도로 말하는 장난은 장난으로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A 일병님장난치시는 게 아니라면 지금 무슨 말씀 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우선 믿고 안 믿고는 너한테 맡길 테니까 한번 들어봐.”

 

난 사실 이 군 생활을 10번째 되풀이 하고 있어

그니까 훈련소 때부터 06년 말 전역 때까지 군 생활을 9번이나 되풀이 했다 이거야

연수로 따지면 10년이지되풀이 안했다고 치면 올해가 2015년이겠네

물론 지금 속으로 코웃음 칠 수도 있어근데 나도 어이가 없어왜 이 지랄을 계속 하고 있는지 말이야.

나도 처음 되풀이 됐을 땐 꿈인 줄 알았어. 아주 좃같은 꿈.. 근데 꿈이 아닌거야.

그래서 3번째, 4번째 되풀이 됐을 땐 눈에 뵈는 게 없어져서 부대에서 나가려고 정말 별에 별 짓을 다했어

탈영도 해보고 영창도 가보고 심지어 군사법원까지 들락날락했으니까 말야. 

근데 뭐가 어떻게 되던 간에 마지막엔 결국 부대로 복귀하게 되더라.

내가 이렇게 부대를 나가려고 하고 복귀하기 싫어 했던 이유가 뭐였냐면

항상 전역 날 여기서 시내로 나가는 부대 버스를 타다 사고를 당하고 훈련소로 다시 돌아가기 때문이었어.

그래서 처음엔 부대버스를 안타고 그냥 걸어 나가보려고도 했는데그렇게 절대 시켜주질 않더라고

워낙 산속이다 보니까 걸어서 내보냈다가 사고라도 나면 부대 자체에서 골치 아프니까 말이야

간부들한테 사고 안날 거라고 괜찮을 거라고 호언장담을 해도 들어주지 않았어

그래서 전역 날에 말 안하고 몰래 걸어서 나갔었는데 탈영으로 취급하는 바람에 전역만 늦어지고 소용없었지.. .. 

결국 최후의 수단으로 생각해낸 게 부모님께 전역날 부대 근처 까지 태우러 와달라고 부탁 하는거였는데

막상 생각해보니까 결국 부모님 차로도 사고가 날 것 같아서 차마 오라고 말씀 못드리겠더라.. 

그게 내가 지금까지 부대 버스를 탈 수 밖에 없었던 이유야

그래서 버스를 탈 때마다 존나 미치고 팔짝뛰는거지. 완전 눈 뜨고 코베이는 격이잖아.. 

아니 아예 죽으면 또 몰라. 다시 훈련소로 돌아가버리니까 문제지..

그래서 언제는 진짜 죽어버리려고도 했었어근데 아무리 그래도 내 손으로 죽지는 못하겠더라고..

이게 되풀이 된다 해도 죽고 싶지는 않은건가봐나도 참 용기가 없지병신 같은 새끼..

그래서 이젠 그냥 주어진 삶대로 살려고되풀이 되는 데는 뭔가 이유가 있지 않겠냐?”

 

처음엔 믿을 수가 없었다아니 뭔 개소린가 싶었다.

들으면서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쓸데없는 얘기를 뭣 하러 하나 했다.

 

아 그렇습니까…….”

 

근데 너 그거 모르지내가 처음 군 생활 할 땐 얼마나 널 갈궜는지? 

오죽하면 네가 나 때문에 바지에 오줌까지 지려가면서 운 적도 있었다니까.

근데 이게 계속 되풀이되니까 스스로 반성을 하게 되더라. 혹시 천벌이라도 받는 건가하고.

그래서 결국 너는 물론이고 부대 사람들을 항상 챙겨주고 도와주는 선임이 된거야.

아 참고로 나도 너 못 믿는 거 아니까 잘들어 둬.

내일 오전에 군단장이 우리 부대 불시검문 하러 올 거야사단장연대장도 모르는 건데너만 알고 있어

너도 이 짓거리 10년째 해보면 날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기억이 안 날수가 없을거다."

 

나는 그렇게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긴 했지만 솔직히 한귀로 흘려보내고 있었다

군대가 사람을 결국 미치게 만드는구나 싶었다그런데 다음 날 오전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일병의 말대로 우리 영외 부대에 군단장이 온 것이다.

 

그 때 느꼈던 기분은 세상에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기괴한 기분이었다.

‘A말이 사실이었나? 아니야 말도 안돼. 뭐 A가 개인적으로 군단장을 알았던 걸수 도 있지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설마설마 했었다.


군단장이 온 후 사열대 앞으로 집합하기 위해 나가면서 마주친 그는 

나를 보며 씩 웃었다그리고 그는 내게 작은 목소리로 

군단장이 휴가 하나 뿌릴 거야아마 군단장이 뭐 질문할건데 그때 손들고 “1978이라고 말해.” 

라고 말하며 연병장으로 나갔다.

 

그런데 이번에도 정말 A의 말처럼 군단장은 군단이 창시된 년도를 물어봤고

나는 당당히 손을 들고 “1978이라고 말해 군단장 포상을 받았다

이에 나는 믿고 싶지 않아도 말을 믿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의 말을 믿게 되면서 나는 매일 파란만장한 A의 얘기에 빠져들곤 했다


그러다가 문득 그가 너무 안쓰럽고 불쌍하게 느껴졌다.

 

군 생활을 10년이나 되풀이한다고도대체 왜?

만약 그가 되풀이를 막지 못한다면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그를 위해 많은 생각을 하던 중에 한 가지 묘안이 떠올랐다.

 

그 묘안은 전역 날에 부대 버스가 사고 나지 않도록 버스를 정비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부대 버스에 사고가 나지 않게 되고 결국 그는 군 생활을 되풀이 하지 않게 될 수 있었다.

이렇게 하는 방법은 어떻습니까?”

너 이 새끼역시 똑같은 말을 하네.”

무슨 말씀이십니까?”

내가 10번째라고 했냐안했냐너한테 그 말을 6번째 들었어.

내가 너한테 처음 되풀이에 대한 걸 말한 게 5번째 때부터였으니까.

이번이 6번째 맞을 거다그래서 우리 같이 매번 부대버스 정비했었잖아 인마.”

……그렇습니까.”

나도 처음엔 너가 밖에서 차 정비좀 하다 왔다고 해서 이번엔 탈출할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결국 안됐었다 인마어떻게 6번째가 돼도 변함이 없네변함이.”

.. 그럼 다음으로 제가 무슨 말 할지 아시겠습니다..!?”

그건 몰라상황이 살짝 살짝 바뀌거든얘기는 똑같은데 지금 이 상황은 달라.

그래서 그냥 새로운 마음으로 되풀이하고 있다사실 그냥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

어쨌든 복무기간에만 갇혀있지 사실 전화로 부모님이랑 매일 통화할 수 있고 

휴가 나가면 엄마 아빠 보는 건 물론 친구들 이랑도 만날 수 있으니까

대신 아쉬운 건차라리 군대가 아니라 그냥 사회생활 2년이 계속 되풀이 됐으면 어땠을까 싶어그럼 자유라도 있잖아.”

 

뭔가 굉장히 가슴이 아팠다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난 그냥 그를 위로해줄 뿐이었다.

그리고 이 점은 그가 유독 나한테만 비밀을 털어놓은 이유기도 했다.

 

내가 왜 너한테만 말해왔는지 아냐아무도 안 믿어줘밖에 사람들은 부대 안에 뭔 일이 있는지 모르니까 

내가 계속 내 되풀이를 입증할 수 있는 상황을 말해줘도 믿는 사람이 한명도 없고

부대 안에선 말해도 믿는 새끼들은 있었지만 너처럼 심적으로 위안이 되는 애는 없었거든.”

 

그렇게 점점 전역은 다가왔고 결국 전역 날이 됐다

전역 날까지 나는 A의 군생활 되풀이를 미리 막아줄 방법이 마땅히 없었다

또한 그가 앞으로 11번째, 12번째 군생활을 되풀이 하여도 나로서 어떻게 해줄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슬프기도 했지만

그가 군 생활을 다시 되풀이 하면서 느낄 억울한 감정이 나한테 까지 전해지는 듯 해 뭔가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걱정하지마 인마물론 나도 되풀이가 이번을 마지막으로 끝나면 좋겠지만 

설사 11번째 군생활이 시작된다 하더라도 부대엔 날 위로 해주는 네가 있을테니까 버틸만 할거야

 

나는 그의 기묘한 인사를 듣고 그에게 진심이 담긴 마지막 부탁을 했다.

나는 A에겐 벌써 7번째나 하는 부대버스 정비였겠지만되풀이를 해오지 않았던 나로서는 

첫 정비일 테니 이번엔 다를 거라고이번 정비가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제발 같이 버스를 확인해보자고 말했다

그는 내 부탁을 듣고 새끼변함이 없다역시살면서 너처럼 참 인정 많은 놈은 처음이다.”라고 하며 승낙을 했다.

 

다행히 그가 전역할 당시에 나는 거의 연대 왕고였기 때문에 수송대 허락 없이도 

버스를 내 정비 실력을 가지고 맘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어차피 차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내가 밖에서 배웠던 실력에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내가 버스를 확인해본 결과 차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도대체 왜 부대버스를 타다 사고가 나게 되는 건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차는 멀쩡했다.


그래서 나는 엔진을 일부러 고장 내 뜨렸다.

그가 7번 째 군복무를 되풀이 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가 내게 했던 말이 기억난다.

“근데 너 그거 모르지? 내가 처음 군생활 할 땐 얼마나 널 갈궜는지?

오죽하면 네가 나 때문에 바지에 오줌까지 지려가면서 운 적도 있었다니까.”

 

그도 결국 다른 선임들과 마찬가지로 날 괴롭혔던 악마새끼였다

어차피 전역하면 날 괴롭힌 선임 새끼들마다 찾아 가서 

찢어 발기려고 생각했었는데 일이 하나 줄었으니 이왕 잘 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이런 악랄한 놈에게 죽음과 동시에 

군 생활 되풀이라는 최고의 징벌이 내려질 거라고

생각하니 온몸에 희열이 느껴 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에게 되풀이를 안겨준 최초의 버스 사고도 내 작품이었을 것이다. 

아마 그의 괴롭힘에 못 이겼던 탓이겠지.


어찌 됐든 이것도 운명이라면 운명이다.

그가 무슨 발악을 하던 결국 그와 제일 가까이 있는 내가 계속해서 되풀이를 선물하고 있는 셈이니까.


작가 한마디 - 이제 이미 쓴 글은 수정으로 본삭금 설정이 안되네요. 눈물을 머금고 다시 올립니다..ㅋㅋㅋ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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