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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븅신사바] 공포소설 - 엄마의 요람
게시물ID : panic_7950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구리다요
추천 : 5
조회수 : 206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5/06 15:4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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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를 치장하기 바쁘다. 두꺼운 커튼은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 구별하기 힘들게 만든다. 시계가 가리키는 10이라는 숫자가 나를 더 헷갈리게 한다. 스탠드 불빛에 의지해 치장을 끝내고 일어나서 이리 저리 내 몸을 둘러보니 썩 맘에 들었다. 짧은 탄식이 이어졌다. 요즘 들어서 집안일에 대해서 신경 쓰지 못해서 그런지 자꾸 까먹는 게 늘어났다. 치장을 위해서 내려놨던 인형을 다시 의자에 올려놓고 방문을 닫았다. 시계를 보니 1030분이 다되어가고 있었다. 물론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는 아직도 알지 못한다.

 

..있어, 다녀올게

 

항상 외로웠다. 누군가가 나의 옆에 있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사람을 피하면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두 달 전부터 모으기 시작한 몇 개의 인형들이 눈을 뜬 채로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대답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며칠 전부터 이야기를 건네고 있는 중이다. 오늘도 대답을 받지는 못했지만 문을 열었을 때 눈부시게 들어오는 햇빛이 기분 좋았다. 핸드폰을 쥐고 있는 손을 보니 미처 깎지 못한 손톱이 멋대로 부서져 삐뚤빼뚤하게 되어있었고, 매니큐어는 칠이 반쯤 벗겨져 있었다.

 

신경을 못썼네..”

 

혼잣말로 중얼거린 후 문이 닫히자마자 누군가를 마주칠까 고개를 푹 숙이고 잰걸음으로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마침 우리 층에 멈춰있었기 때문에 기분 좋게 탈 수 있었지만 조금이라도 빨랐다면 다른 사람을 마주칠 뻔했다는 사실이 조금 불안했다. 숫자가 점점 아래로 내려가고 엘리베이터 안의 차가운 공기를 반 정도 들이마실 때 쯤 문이 열리고 더운 공기가 들어왔다.

 

삐빅- 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 열렸다. 더운 햇살 아래 있어서 그런지 꽤나 달구어져 있었다. 저번 겨울에 사놓은 차량 방향제 병이 비어져 있는 상태로 머리 아픈 냄새가 진동을 했다. 오랜만에 엄마를 만나러 가는 날이기 때문에 고개를 두어 번 흔들고 핸들을 잡았다. 원래 창문을 잘 여는 성격은 아니지만 냄새 때문인지 나또한 잘 모르겠지만 무의식적으로 창문을 열었다. 옆으로 차들이 지나가는 걸 느끼지만 시선을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나도 참 많이 변한 것 같았다.

 

“57분 교통정보입니다. 현재 강변북로에서 사고가 발생 했습니다...”

 

시계를 보니 1157분이였다. ‘12시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자 배가 고파졌다. 5분쯤 더 달렸을까 파란색 표지판에 휴게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표시가 보였다.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졌다. 그렇게 얼마나 더 달렸을까 휴게소에 도착했다. 지나가다가 보이는 슈퍼와 편의점이 붙어있는 휴게소가 아니라 굉장히 큰 휴게소라 조금 당황했다. 차에서 내리기 전 뒷좌석에 있는 모자와 선글라스를 착용했다.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 부득이 하게 가게 될 경우에 가끔 쓰는 일이 생기지만 오늘처럼 갑자기 생기는 일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아마도 시간 개념이 무뎌져버린 나의 실수이다.

 

우동을 시켰다. 실내에서도 선글라스를 벗지 않은 채로 음식을 주문하던 나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아주머니의 기분 나쁜 눈빛이 잊혀 지지 않는다. 자기는 뭐가 잘나서 남 일에 오지랖이 넓은지. 눈살을 찌푸린 채로 의자에 앉아있었다. 날씨가 덥다는 걸 추울 정도로 틀어놓은 에어컨을 통해 알았다. 팔을 손으로 쓸며 몸을 웅크렸다.

 

그다지 시간이 지난 것 같지 않았지만 음식이 나왔다. 배가 고파도 남들의 시선이 더 중요한 나로서는 선글라스에 김이 서리는 것도 무시한 채로 음식을 먹었다. 허겁지겁 음식을 먹은 후에 차에 올라탔다. 땀에 젖은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고 다시금 운전을 했다. 1시였다. 더운 봄날이다.

 

 

*

 

 

엄마 나 이제 갈게. 또 생각나면 올 거야. 기다리지말구.”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이렇게 일찍 보낼 줄 알았더라면 잘할 걸 이라는 생각이 약간 들었다. 지나간 일이니 별 미련 없이 지내야 한다는 생각이 지금까지 날 지배했기 때문에 그 생각은 시간이 지나자 잊혀졌다.

 

다시 차에 올랐다. 큰 나무 밑에 차를 세워놨지만 더운 공기는 나를 불쾌하게 했다. 창문을 열지 않았다. 에어컨을 켰고 핸들을 잡은 채로 잠시 눈을 감았다. 금방 차가워지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것 같았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대답하지 않는 내 인형들을 위해서 라는 나름의 목적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웃음이 나와 버렸다.

 

 

*

 

 

 

.

 

무슨 일이 일어났나 하는 마음에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내가 왜 숙이고 있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지금 내가 집을 가고 있는 도중 이였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시계가 5시를 나타내고 있었다. 그러면 얼마나 고개를 숙이고 있던 거지,

 

정신을 차려보니 앞 유리가 깨져있었고, 곳곳에는 피가 묻어있었다. 상황이 심각해지는 것을 그제야 느꼈다. 속된말로 뭐 됐다 싶은 상황이라고 할까. 급하게 차에서 내렸다. 머리에서 피가 나서 몇 살인지는 잘 모르지만 나와 비슷해 보이는 나이 또래의 여자가 누워있었다. 마음이 급해졌다. 내가 벌을 받게 되면 또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지내야 하며 그 시선을 상상하니 구역질이 났다. 시선 때문인지 앞에 쓰러져 있는 이 여자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구역질이 났다.

그래도 우선 치료부터 해야 한다는 생각에 숨이 아직 붙어있는 여자를 차 뒷좌석에 태우고 집으로 향했다. 천천히 돌아가려는 나의 계획과 완전히 틀어졌다. 기분이 상당히 좋지 않았다.

 

얼마나 밟았을까. 주차장에 도착했다. 대충 차 없는 곳을 살핀 후 집으로 들어갔다. 깜깜한 집은 저녁시간이라 그런지 더욱 더 깜깜했다. 뒷좌석에 앉은 여자를 겨우 부축해서 아파트 문을 열었다.

 

 

 

*

 

 

 

눈을 떴고 오늘 또한 나를 치장하기 바쁘다. 두꺼운 커튼은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 구별하기 힘들게 만든다. 시계가 가리키는 7이라는 숫자가 나를 더 헷갈리게 한다. 스탠드 불빛에 의지해 치장을 끝내고 일어나서 이리 저리 내 몸을 둘러보니 썩 맘에 들었다. 짧은 탄식이 이어졌다. 요즘 들어서 집안일에 대해서 신경 쓰지 못해서 그런지 자꾸 까먹는 게 늘어났다. 치장을 위해서 내려놨던 인형을 다시 의자에 올려놓고 방문을 닫았다. 시계를 보니 8시가 다되어가고 있었다. 물론 지금이 아침인지 밤인지는 아직도 알지 못한다.

 

방을 나서고 부엌으로 가서 물을 한잔 마셨다. 자고 일어나서 치장만 한 내 몽롱한 정신이 조금 깨어나는 것 같았다.

 

방에 하나, 거실에 둘, 부엌에 둘..’

 

?’

 

뭔가 이상했다. 내가자고 일어난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누군가가 집에 들어온 건지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졌다.

 

아닐 거야.. 아닐 거야..’

 

쓸데없는 자기최면을 걸었다. 이런다고 마음이 편안해 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하나의 방식이라 생각하며 다시 눈을 감았다. 방으로 들어가서 가방을 급하게 집고 바로 문을 나섰다. , 인사. 고개를 돌려서 혹시 모를 대답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잘 있어. .. ... .. 다녀올게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밖으로 나와도 아직 답답했다.

집 안에서 찢어지는 비명소리와 함께 살려달라는 외침이 들렸다. 눈이 크게 떠지면서 입 꼬리가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답답한 마음보다 행복한 마음이 커졌다. 인형에게 대답을 들었다.





작가의 한마디 : 처음으로 써본 소설입니다. 실화로써 경험한 경험이 별로 없을 뿐더러 글쓰는 능력이 워낙 부족해서 저번에도 참여하려다가 못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우리는 세월호를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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