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직장 선배에 관한 이야기다.
선배는 다른 사람들을 잘 도와줄 뿐더러, 일도 꽤 잘하는 편이라 거래처에서도 알아줄 정도다.
다만 조금 이상하다고 해야할 게...
가족을 끔찍하게 아낀다는 점이다.
부인이나 딸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하면 멈출 줄을 모른다.
휴일날 아침부터 가족이랑 뭘 하고 보냈다느니, 어디에 다녀왔다느니 하는 걸 사진을 들이밀며 자랑하는 것이다.
그것 뿐이라면 그냥 오지랖 넓은 아버지고, 어디에나 있을 법한 팔불출이거니 하고 넘어갈 것이리라.
하지만 문제는, 선배의 부인과 딸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그것말고는 별 문제도 없고 좋은 사람이었기에, 회사 내에서는 다들 쉬쉬하고 넘어갈 뿐 별다른 언급을 피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해 송년회 날이었다.
그 해는 회사 실적이 기록적으로 좋아, 송년회도 호화롭게 치뤄졌다.
선배 역시 평소와는 달리 잔뜩 신이 났고, 평소와는 달리 과음하게 되었다.
끝내는 걷기는 커녕 의자에 앉아 있기도 힘들 정도로 술이 떡이 될 정도였다.
그런 상태니 혼자 집에 돌려보낼 수 있을리 만무해서 근처 숙소에서 묵고 가라고 권했지만, 선배는 집에서 가족이 기다린다며 막무가내로 집에 가겠다는 말 뿐이었다.
어쩔 수 없이 사장님 명령으로 나와 다른 동료 한 명이 선배를 집에 데려다 주게 되었다.
동료는 술을 못 마시는 체질이라 입에 술 한 방울 안 댔기에, 그가 차를 운전해 선배네 집까지 가게되었다.
선배는 몸도 못 가눌 정도로 술에 절어 있는 와중에도, 언제 챙긴 것인지 포장한 음식을 품에 꼭 껴안고 있었다.
선배네 집에 도착했지만, 당연히 집에는 불 하나 켜져있지 않다.
차를 타고 오는 사이 조금 정신을 차렸는지, 선배는 [다들 먼저 자나 봐.] 라며 헤실헤실 웃었다.
차라도 한 잔 하고 가라는 것을, 자정도 넘었으니 괜찮다고 애써 마다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집 안에서, 다다다다다하고 누군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고는, 철컥하고 현관문이 열렸다.
[뭐야, 안 자고 기다리고 있었구나? 선물 가져왔어!] 라며 선배는 만면에 미소를 띄웠다.
칠흑 같은 집 안으로 들어가는 선배에게 인사를 하고, 우리는 차로 올라탔다.
그리고 벌벌 떨었다.
[...야, 선배는 도대체 뭐랑 같이 살고 있는거야...?]
지금도 선배는, 아무 것도 없는 사진을 내밀며 아내와 딸에 관해 한껏 자랑을 늘어놓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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