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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나의일상中[bgm]
게시물ID : panic_7952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은하수마루
추천 : 3
조회수 : 91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5/07 04:30:11
하루하루 지낼수록 머리속에 탁한 먼지가 가득 쌓인다.
깊게깊게 싸일수록 눈물보다 마음속에 가득찬건 분노.
지나다니다 보게되는 그저 보통의 일상으로 사는 가족들에 대한 부러움.
제대로 된 부모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열등감으로 이미 정신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걸 느끼게 된 순간부터 난 방에서 늘 허공만 바라보며 멍청이 앉아있었다.
날씨가 흐리면 창문을 통해 지나다니는 사람이나 풍경만 바라보며 그저 광합성을 위해 햇빛을 보는 식물처럼 가만히 있었다.
이제 혼나는것도 욕을 듣는것도 상관쓰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있다보니 심장은 일정하게 뛰고 예전처럼 고통스럽거나 불안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신은 차분해졌다.
난 순응을 해버렸다.
지금 내 생활을, 내 불행을.
누군가의 작은 동정심도 이젠 무시할정도로 감정이 무뎌졌다.
그렇게 두달이 지나고
학교에서 여름방학을 선언했다.
예전부터 나는 방학하는것을 너무 싫어했다.
집에 먹을것도 없고 숨만 쉰다는 이유로 모두가 내 얼굴을 보면 욕을 해대는것과
제일 싫었던건 방학만 되면 24시간 마주쳐야하는 아버지 덕분에 하루도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예민해져있는 일이 허다했다.
하지만 이젠 두렵지도 않았다.
더욱더 나를 괴롭히는 아버지를 물끄럼 바라볼뿐 나는 아무 반응도 하지않았다.
처음에 내 반응을 보고 쌍년이라 욕설을 뱉으며 잿떨이로 내머리를 찍었던 아버지도
언제부터인가 내 눈을 보지도 다가오지도 않는다.
어쩔때 정말 술을 엄청 먹고 기억이 없어질정도여야  불를뿐.
날 이제 벌레취급한다.
'아아. 진작부터 이렇게 할걸
괜히 반항하고 괴로워하지 않았겟지.'
그렇게 생각하며 문을 쾅 닫는 아버지를 뒤로 하고
방으로 들어가 이불을 덮고 눈을 감았다.
"오늘은 자는거야?"
그 순간 귓가에 간지럽히듯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고막을 파고들었다.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 고개를 두리번 두리번 거렸다.
하지만 보이는건 굳게 닫힌 문과 꺼진 티비뿐.
".........?"
잘못들었나하고 다시 누워 이불을 목까지 감싸고 눈을 감았다.
눈은 감았지만 귀는 소리에 집중하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들려오지 않는 소리에 긴장이 풀려 잠에 들고 말았다.
"...야?..면..겠네"
끊기듯 들려오는 목소리에 무거운 눈꺼풀이 스르르 떠졌다.
눈을 뜨자 그곳엔 짧은 단발머리의 한여자애가 허공을 바라보며 중얼중얼 거리고 있었다.
움찔. 몸을 떨자 여자애는 휙 내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간만에 푹 잤네 너"
새빨같다 못해 진한 립스틱을 몇겹을 바른듯한 입을 히죽웃으며 내게 말을 걸어왔다.
나는 이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 인지못하고 있어 잠시 어벙벙해 있었는데
여자는 새하얀 손으로 내 얼굴은 쓸어내리며 속삭였다.
"하지만 네 몰골 보면 그리 상황이 좋아보이진 않네..?내가 도와줄수도 있는데.."
그말을 들은 순간.
나는 달콤하게 속삭이는 말투에서
거미가 먹이를 살려주겠다는 말같은 속이 보이는 거짓말같다 생각이 들었고
동시에 그녀가 '사람'이 아닐거란 생각도 들었다.
"착하지, 너가 뭘 생각하는지 알고 있단다"
무엇을?이라고 눈으로 물어보자 여자는 긴머리를 살짝 숙이곤 내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댔다.
처음에 느꼈던 한기는 사라지고 사람의 온기처럼 따스한 느낌이 들었다.
"너가 처음부터 잃은것을 제자리로 돌려줄수 있어"
여우같이 눈을 휘는 그 얼굴은 탐욕스러웠지만 표정을 절제하는게 느껴졌다.
흔들리는 눈빛을 감추지 못하는 나를 보자 그녀는 몸을 일으키며 미소를 지었다.
갑자기 흔들리는 정신에 당황해 입을 벌려 비명을 지르려했지만 입속에서 맴돌뿐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떠다니는 부유감속에서 모든게 새까맣게 변하기전에 그녀가 자지러지게 웃으며 사라지는 뒷모습만을 보고만 있을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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